무기 구입 및 관리의 투명성 제고 방안

김현기 / 2002-12-04 / 조회: 6,820
No.052

1. 서론

왜, 투명성 제고(Transparency Uplifting)가 무기체계 획득개발 사업에 기본적 정책방향으로 부각되고 있는가? 우리 군의 방위력 개선사업은 많은 발전에도 불구하고 부작용도 파생되었다. 특히 무기체계 획득과 관련된 정책 결정권자들과 실무자들의 비위사실이 수차에 걸쳐 노출되고 무기체계 선정과정의 폐쇄성에 기인한 각종 의혹 및 불신감이 증폭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급변하는 국내외 안보환경 속에서 우리 군이 ‘첨단과학무기로 무장된 소수정예의 신뢰받는 군’으로 지향하는 과정에서 무기체계의 획득개발과 관련한 합리성, 효율성, 투명성의 증진이야말로 군이 감당해야 할 시대적 소명이다. 납세자인 국민을 향한 ‘안보 서비스’의 제공이라는 시각에서도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무기체계 획득사업들을 보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상기한 현실인식과 문제의식을 배경으로 하여 무기체계 획득관리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실천적 방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투명성 제고’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규정한 뒤 현실적 문제점을 분석'도출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2. 무기체계 획득정책 이론

가. 무기체계의 정의, 범주, 특성
무기체계(Weapon System)란 협의로는 ‘무기자체만을 의미’할 수도 있고 광의로는 ‘무기와 이에 관련된 물적 요소 및 인적 요소의 종합체계로서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무기체계의 범주는 무기, 군사작전에 직접 운영되는 주요 장비 및 물자로 “지휘 및 통제 무기체계, 기동, 화력, 항공기, 함정, 유도, 방공, 통신'전자, 정보'전자전, 화생방 무기체계, 기타 모의 훈련장비 및 정보보호체계” 등 11 가지로 분류되고 있다.
현대무기체계의 특성을 종합해 보면 “다양성(Diversification), 복잡성(Complexity), 대응성, 고가성(Expensiveness), 가속적 진부화(Obsolescence), 지능성, 개발기간의 장기화 및 개발실패의 위험성(Risk), 비밀성(Secrecy), 수요의 제한성, 경제적 파급효과”등을 들 수 있다. 위에서 언급된 여러 가지 특성 중 ‘비밀성’의 문제는 본 연구의 주제인 ‘투명성 제고’와 상충적인 속성이라고 할 수 있다. 무기체계의 획득은 그 본연의 특성상 연구개발 이나 해외도입에 상관없이 고도의 비밀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래야만 적에게 기습적 충격효과를 가할 수 있으므로 무기체계의 기획으로부터 배치 및 운영단계에 이르기까지 보안을 유지해야 한다.

나. 무기체계 획득관리의 중요성 및 특수성
무기체계의 획득개발 목적은 국가안보능력의 향상에 있다. 따라서 무기체계 획득관리는 국가목표와 이를 지원하는 군사목표에 기초를 두고 수립되어야 함은 물론 경제, 정치, 외교, 과학기술 등의 제 분야를 포함하여 국가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총체적 안보력량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탈냉전의 시대라며 평화를 구가하지만, 북한의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최근의 안보정세와 우리 군내적인 국방개혁 추진 상황 등이 무기체계 획득관리와 밀접한 연계성이 있다. 또한 한정된 국방자원을 효율적으로 투자 및 활용하는 차원에서도 효율적인 무기체계 획득관리는 당면한 국방현안이요, 국방개혁의 핵심과제라고 할 수 있다.
방위력 개선사업은 일반 예산사업과는 다른 몇 가지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본질적 특성으로 인해 부작용과 비효율성의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첫째, 방위력 개선사업은 사업추진과정을 일일이 일반에 공개할 수 없는 비밀성을 가지고 있다. 둘째, 방위력 개선사업은 패키지 개념에 의한 장기 지속성 사업이다. 셋째, 방위력 개선사업은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고가성 사업이다. 넷째, 방위력 개선사업은 분야별 전문지식에 의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사업이다. 다섯째, 방위력 개선사업은 국가가 유일한 수요자요, 국방목표에 따라 생산규모를 결정하는 특수 주문 생산업이다.

다. 투명성(Transparency) 제고의 개념 및 당위성
본 연구의 핵심적인 개념인 투명성(Transparency)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투명성이라고 하여 무기체계 획득사업들의 세부내역을 관련업체와 언론에 공개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렇다고 무기체계 획득사업들이 비밀성만을 강조한 나머지, 폐쇄적으로 몇몇 담당관이나 전문성이 결여된 요원들에 의해 추진되거나 비리와 부조리의 소지를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다. 본 연구에서 “투명성 제고”란, 군이 주관하는 무기체계의 획득개발과 관련하여 1) 군내부적으로는 필수유관 기관들이 기초자료를 공유할 수 있는 가운데, 어떤 과정과 합리적 논거에 입각하여 기종결정을 비롯한 제반 정책이 결정되었는가를 알 수 있도록 제도와 절차를 혁신하고, 2) 군외부적으로는 국민들이 무기구매와 관련한 과거의 왜곡된 인식을 불식하고 국방전문집단의 정책적 판단을 신뢰할 수 있도록, 핵심적 기밀은 철저히 지키되, 비리나 의혹의 소지가 있는 기종, 업체선정 과정 등의 주변적 이해관계 부분은 공개사업설명회, 공개입찰, 결과설명회 등의 방법으로 전향적으로 중요 의사결정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정책방향이다.

3. 무기체계 획득관리의 투명성 제약요인 분석

가. 군 의사결정 체계상의 특성
방위력 개선사업과 관련한 핵심문서라 할 수 있는 ‘합동전략능력기획서’와 ‘중기 전력소요 조정서’는 합참의장이 최종 결재권자이며, 기타 국방투자사업의 최종결재권자는 국방부장관이다. 국방기본정책서 및 국방중기계획서, 국방투자사업 승인서는 대통령의 재가로 최종 의사결정이 되고, 예산 및 집행결산은 국회의 의결과 승인으로서 종료된다. 실질적 차원에서는 기획, 계획, 예산편성, 집행, 평가분석(PPBEE)의 모든 단계에서 각 군 및 기관의 의견이 크게 반영되도록 되어있다.
연구개발 예산 사용의 통제력이 미흡한 것도 투명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개발을 주도하는 기관 또는 업체에서는 가능한 많은 개발예산을 확보하려 할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형상의 변경요소를 만들어 기 반영된 예산을 훨씬 상회하는 추가비용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점이며, 요구의 타당성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은 너무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지금까지 군에서 추진해 온 무기체계 획득개발 업무와 관련된 각급 단계별 의사결정이 “계급과 직책에 의한 권위“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책임 경영의 관점에서 ”전문성에 바탕을 둔 권위“에 의해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시스템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을 중요 문제점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더하여 무기구매 사업 추진과정이 비밀보호 등의 이유로 공개되지 않아 관련업체나 국민들로부터 신뢰성을 상실해 온 것이 사실이다.

나. 획득관리 제도, 규정 및 절차의 문제
무기체계 획득관리 업무는 국방부, 합참, 각 군, 국과연, 국품연, 조달본부 등 많은 기관이 참여하고 업무체계가 복잡'다원화되어 있어, 관련기관간에 업무협조가 원활히 이루어져야 하나 실제로는 관련 기관간의 이해상충이 빈번하다. 따라서 일련의 제도개선 중 대표적인 것은 1)무기체계 획득단계의 축소(9단계⇒6단계), 2) 국방과학연구소를 핵심전력 개발 위주의 고등연구소로 발전토록 하였고, 3) 연구개발 단계도 재조정하는 한편, 4)각 군에 분산된 시험평가 책임을 합참에서 전담하는 책임제로 하였다. 이외에도 국방부에 방위사업실, 합참에 전력평가참모본부 등을 신설하고 국방대학원에 무기체계 직무과정을 운영하며, 방위력개선 특기의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다. 획득관리 조직구성의 복잡/다원성
무기체계의 획득은 그 과정이 복잡하고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의사결정의 과정이다. 각 군이 소요하는 무기체계를 적기에 획득 및 전력화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획득절차를 간소화할 필요성을 인지하면서도, 무기체계획득업무의 특성상 업무절차의 개정에 많은 기관들의 이해상충 부분에 대한 조정이 어려웠다. 현행 국방획득관리 규정(훈령 610호, 1999.1.2., 개정령 631호, 1999.6.1)에 따르면 무기체계 획득업무는 1)사업관리, 2)통제, 3)집행의 세 조직으로 구분 할 수 있는데 조직구성이 복잡하고 다원화 되어 있다.

라. 전문인력 양성 및 활용의 문제
국방부에서 추진하는 무기체계 획득개발과 관련한 각종 연구보고서, 정책제안서 등에서 공통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전문성의 결여와 관련된 것이다. 여기서 전문성이란, 무기체계 획득 업무수행의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수준 높은 지식이나 기술, 자질 및 자격을 구비한 요원들이 장기간에 걸친 경험을 바탕으로 관련 업무를 소명의식을 가지고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실제 조직관리상으로는 획득관련 업무 기능별로 고도의 전문지식과 실무경험을 축적한 전문가를 활용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각 군의 전문화 교육 및 인사관리는 아직도 작전위주로 편성됨으로써 무기체계 관련 보직은 소외되거나 한직으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마. 무기체계의 비밀성 강조 및 자료공유 미흡
무기체계의 획득개발 사업들은 막대한 규모의 국가예산이 투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안보상의 비밀성이 요구되는 측면이 더 중시되어 공개적이고 투명한 감사를 받은 적이 매우 드물다. 일차적으로 무기체계의 소요와 관련된 정보가 비공개로 추진됨으로써 국내외의 우수 국가나 업체들의 참여가 제한되고, 다양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였다. 또다른 차원의 구조적 문제점은 무기체계 획득과 관련한 각종 기술정보가 유관 기관별로 독립적으로 보유하여, 자료의 통합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원활한 정보공유 시스템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4. 무기체계 획득정책의 투명성 제고 방안

가. 마인드 대전환 및 의사결정 체계 혁신
합리적인 정책결정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각급 의사결정 관계관들의 전문성, 부서간 원활한 업무협조 및 정보 공유체계의 확립과 심의기능의 확립 등이 요망된다. 무기체계의 획득정책과 관련한 투명성의 문제는 의사결정체계의 상부구조에서부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무기체계 획득 관련 의사결정 체계는 군 고유의 “상명하복식” 야전형 틀과는 다른 전문성, 과학성, 객관성 및 효율성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분야이다.

나. 획득관리 제도, 규정 및 절차 개선
무기체계 획득사업 추진과정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서는 기존의 관행이나 제도, 규정 및 절차를 대폭 개정할 필요가 있다. 획득개혁의 목표인 “Better, Faster, Cheaper"의 개념으로 더 성능이 우수한 무기체계를 더욱 간소화된 획득조직과 절차를 통하여 더욱 적은 국방예산으로 획득해야 할 것이다.
소요제기와 과학기술과의 연계성을 증진시켜야 한다. 자주국방은 국방과학기술의 뒷받침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소요제기 단계에서부터 국내개발 가능성, 개발기간 및 작전운용성능 등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 입체적 정보수집/분석/활용 체계(CALS) 구축
무기체계 획득단계의 전과정에 걸쳐 종합적인 데이터베이스의 구축이 시급한 실정이다. 무기체계 획득 및 군수지원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자료를 통합 데이타베이스로 구축하여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자료를 교환함으로서 정보공유와 동시에 투명성이 증진되는 것이다.
CALS란 ‘Continuous Acquisition and Life-cycle Support' 또는 ’Commerce At Light Speed'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는 국방분야 뿐 아니라 일반 제조업의 모든 제품, 즉 주요 장비 또는 다양한 상품 등의 설계, 생산, 공급, 조달 및 이를 판매하고 운용'지원하는 전 수명주기 과정을 연결시키고, 이들 과정에서 사용되는 문자와 그래픽 정보를 국제표준을 통해 디지털화하여 종이를 사용하지 않고, 컴퓨터 네트워크에 의한 교류환경에서 자료와 정보를 통합하고 자동화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라. 언론(국민)의 비판/공개 요구 발전적 활용
컴퓨터 및 통신의 발달로 인터넷 등을 통하여 주요 무기체계의 제원, 성능, 각국별 배치현황까지 공개되어 있는 상황하에서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효용성이 전혀 없는 기밀주의에 스스로 속박되어 있을 필요성이 없다.
핵심적 극비사항 등 “지킬 것은 반드시 지키되,” 언론의 보도/비판 기능을 군이 충분히 간파하고 선도하여 “비밀의 보호와 공개”라는 양대축이 적절히 조화되도록 함으로써 국가안보와 나아가서 외교적 차원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대언론 활용방안을 무기체계 획득사업 수립에 반영한다.

5. 결론

21세기의 우리 군이 발전해 나갈 방향은 ‘기술집약적으로 정보화된 군’으로서 작지만 강한 군대를 육성해 나가는 것이다. 이와같은 군대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이고 투명한 무기체계 획득관리를 통해 방위력개선 사업을 효율적으로 완수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제시하는 방안들 중에는 이미 국방부 차원에서도 중요성을 인식하고, 단계적으로 추진 중인 것도 있고, 일부 기존의 제도에 반영된 사항도 있다. 그러나 본 연구의 강조점은 무기체계 획득 사업과 관련한 비리/부조리 구조를 근절하는 차원에서 의사결정체계의 비합리성, 비밀보호 강조로 인한 폐쇄성, 전문성 결여 및 자료 공유 미흡 등의 핵심적 문제들이 우선적으로 혁신되어야 한다는 논거에 입각한 것이다. 납세자인 국민을 향한 ‘안보 서비스’의 제공이라는 시각에서도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무기체계 획득관리를 보다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국방부의 “열린 국방”을 지향하는 정책이 타당하다고 보며, 이는 무기체계 획득개발 관련 사업에서도 발전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세계 최강의 군사대국인 미국처럼, “지킬 것은 철저하게 지키고, 공개할 것은 과감하게 공개하여” 폐쇄성에 안주하는 불합리, 비리 및 각종 부조리를 근본적으로 제거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 군은 “무기하나도 제대로 못사는 군대”이라는 과거의 왜곡된 인식을 불식시키고, “신뢰할 수 있는 국방 전문가 집단”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로, 21세기의 통일한국을 지향하는 안보력량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김현기(조화전략연구원장, 국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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