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013
1. 공정거래정책의 폐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 약칭)는 2001년에 신문사의 내부거래에 대하여 242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같은 해에 공정위는 1999년에 규제개혁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폐지한 신문고시를 부활했다. 공정위의 내부거래에 대한 과징금의 부과와 신문고시의 부활, 국세청의 세무조사 등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공정거래정책이 세무조사와 함께 언론사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졌다 주장을 간접적으로 뒷받침한다. 그리고 언론사가 정치적 목적 때문에 탄압 받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최근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공정거래정책이 언론사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는 점은 공정거래정책이 경쟁촉진을 위한 활동을 넘어 각종 정치적 목적을 위하여 악용되고 있고 그 결과 공정거래정책이 경제계를 넘어 사회 전 분야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하겠다. 공정거래정책의 경제 외적인 분야로의 활동 영역의 확대는 전세계적으로 도저히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것이라고 하겠다.
2000년에 공정위가 기업에 미친 경제적인 영향을 보면 다음과 같다. 2000년에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으로 약칭)에 의거 내부거래를 차단하기 위하여 1,08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정유사가 가격 등을 담합(?)한데 대하여 1998년부터 2000년까지 군납유류 입찰에 대하여 1,2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큰 액수의 것만 계산하여 금액으로는 공정위가 2000년 한 해 동안만 연간 약 1,5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과징금은 기업에게는 큰 부담을 주고 있다. 군납유류 입찰 건에 대하여는 해당 법인과 관련 임직원을 고발 조치하여 단순 과징금 부과에 비해 기업의 활동에 더 많은 지장을 초래한 것도 사실이다. 공정거래법이란 단 하나의 법으로 인하여 기업은 엄청난 금액의 비용을 지출한 것이다. 제도적으로는 강제적인 채무보증 해소, 기업집단의 출자총액 제한제 재도입, 기업결합에 대한 시정조치, 하도급거래에 대한 개입,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거래행위 직권조사, 표준약관 마크 부착제도에 의한 공정위의 심사의무화 등으로 규제가 증가하거나 더 강화되었다. 물론 규제도 기업에게는 비용을 부담시킨다. 다만 전자의 예에서처럼 그 비용을 정확히 측정할 수 없을 뿐이다. 공정거래법이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이나 각종 규제가 경쟁을 촉진한다면 기업이나 임원이 부담하는 비용보다는 산업이나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이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은 경쟁을 촉진하고 독점을 억제 또는 제거하는 제도가 아니다. 다음 절에서 보겠지만 공정거래법은 그 자체가 독점의 원천으로 폐지되어야 할 것이다.
2. 독점의 정의와 공정거래정책
공정거래정책의 기초가 되는 공정거래법은 전문 71조 부칙 6조 이루어진 법이다. 공정거래법의 목적은 제1조에 “이 법은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조장하고 소비자를 보호함과 아울러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법 제1조는 너무 많은 목적을 동시에 규정함으로써 목적 상호간에 충돌하거나, 목적 자체가 모호하거나, 경쟁을 촉진한다는 기본적인 의도를 벗어나서 과도한 간섭이나 통제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 글에서 이러한 점을 모두 지적할 수는 없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의 경제이론적 모순점만 논의하기로 한다. 공정거래법은 독점에 대한 잘못된 이론에 근거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독점에 대한 정의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 독점을 산업내 한 개의 기업으로 정의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의는 틀린 것이다.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의 서비스는 그 사람만의 것이기 때문에 위의 정의를 적용하면 모든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의 서비스가 독점이 된다. 그렇게 많은 독점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주류 경제학의 독점의 정의는 매우 부적절하고 틀린 것이다. 두 번째 독점을 정의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독점자를 독점가격을 설정하는 사람으로 정의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독점가격이란 비탄력적인 수요를 이용하여 산출량을 줄임으로써 독점자의 순소득을 증가시키는 가격으로 경쟁가격보다 더 높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가격이 독점가격임을 식별할 수 있는 객관적인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모든 기업들은 그들이 직면한 수요를 추정하여, 순소득을 극대화할 수 있는 양을 생산한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그들이 소비자에게 요구하는 가격의 위쪽 부분의 수요 곡선이 탄력적이도록 가격을 설정하도록 시도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들이 다음 판매시기에 재고를 줄이거나 생산을 줄임으로써 그들의 화폐소득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한다면 즉각 그렇게 할 것이다. 기억해야 할 것은 지금 생산자는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시장, 즉 자유시장에 있기 때문에 자신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최선의 가격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 경우에 처음에 설정한 가격을 경쟁 가격이라고 하고 나중에 설정한 가격을 독점 가격이라고 주장한다면 어떻게 객관적 타당성이 있겠는가. 누가 이 두 가격을 구분할 수 있는가. 반대의 경우도 일어날 수 있다. 처음에 가격을 높게 설정한 것을 알았다면 다음 판매시기에 생산을 증가시킴으로써 그들의 소득을 증가시키고자 할 것이다. 누가 처음 가격은 독점 가격이고 나중 가격은 경쟁 가격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확실한 것은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시장에서 산출량 변화 전후의 가격은 모두 자유시장가격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자유시장가격은 언제나 경쟁 가격이다. 그러므로 독점에 관한 두 번째 정의도 이론적으로 명백히 틀린 것이다. 백 번 양보하여 비록 그러한 가격이 존재한다고 가정하더라도 독점에 의한 후생손실은 없다고 하겠다. 왜냐하면 비탄력적인 수요 곡선은 소비자의 자발적인 수요의 결과이고, 교환 역시 자발적인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와 생산자의 복지가 후퇴한다고 결론지을 수는 없다. 자유시장에서 선택과 교환은 순전히 자발적인 것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국가의 간섭에 의해 왜곡되지 않은 자유시장에서는 후생문제는 발생할 수 없다. 즉, 정부의 개입이 없는 시장에서 산출량 감소와 가격 상승이 발생하더라도 그로 인한 소비자 후생의 문제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두 번째 독점의 정의도 틀린 것일 뿐만 아니라 후생의 손실도 없다. 셋째, 독점을 국가가 특정 재화나 용역의 제조나 판매를 특정 개인이나 그룹에 수여한 특권 또는 특혜로 정의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정의가 과거에 가장 문제가 없었던 독점 정의였다. 국가가 허가한 영역에 허가 없이 들어가는 행위는 공권력에 의해 금지된다. 논리적으로 그러한 독점은 자유시장에서는 결코 존재할 수는 없다. 독점이 국가가 수여한 특권이나 특혜로 정의되기 때문에 정부의 간섭이나 통제가 없는 시장에서는 그러한 특권 자체가 발생치 않는다. 그 점에서 공정거래법의 각 조항은 시장을 통제하는 것으로 궁극적으로 어떤 개인이나 그룹에 특권이나 특혜를 주게 되는 독점의 원천이다. 적절한 경쟁촉진 정책 또는 반독점정책은 국가가 개인이나 그룹에 수여한 각종 특권이나 특혜를 철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경쟁을 촉진하고 독점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은 공정거래법을 완전 폐지하고 정부가 수여하는 각종 특권이나 특혜를 철폐하는 일에 놓여져야 한다.
3. 구조-행동-성과 모형 비판
독점이론과 함께 산업집중에 관하여 공정거래법은 산업조직이론에 기초를 두고 있다. 1980년대 경제학계에서 산업조직이론의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기 전까지 산업집중에 관한 산업조직이론의 중심은 구조-행동-성과 모형에 있었다. 산업의 구조가 산업내 경제주체의 행동을 결정하고 이어서 행동이 산업의 성과를 결정짓는다는 것이 구조-행동-성과 모델의 기본 아이디어이다. 그렇기 때문에 산업의 구조를 밝혀내는 일이 어떤 산업의 성과를 규명하는 핵심이다. 여기에서 산업의 구조란 기업의 수와 크기에 따라 산업을 분류하는 방법을 말한다. 산업의 구조에는 경쟁, 독점, 복점, 과점, 독점적 경쟁 등이 있다. 구조-행동-성과 모형을 지지하는 연구자는 산업내 한 개의 기업만이 존재하면 독점이 되고 그러한 독점은 산출량을 줄여 가격을 올리고 그 결과 산업의 집중을 가져오게 된다고 주장한다. 어떤 기업의 효율성이 커서 한 산업에서 집중도가 높아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구조-행동-성과 모형은 그러한 가능성을 배제한다. 그러나 진입규제가 없다면 산업의 집중도가 높아지는 것은 기업의 효율성 때문이다. 진입규제가 존재한다면 그것이 새로운 기업의 시장내 진입을 막아 산업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 그러므로 구조-행동-성과 모형과 달리 산업 집중에 대한 적절한 정책은 산업내 존재하는 진입규제를 제거하는 것이다.
4. 공정거래법 폐지
공정거래정책은 결코 정치적 목적을 포함한 경제 외적인 목적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공정거래정책은 오로지 경쟁을 촉진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공정거래정책의 법적 기초가 되는 현행 공정거래법은 경쟁과 독점 그리고 산업집중 등에 대한 잘못된 산업조직 이론에 의거 만들어진 악법이다. 공정거래법의 명시적인 목적은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지만 그 법 자체가 경쟁을 억제하는 독점의 원천이 되고 있다. 공정거래법은 폐지되어야 한다. 그것도 완전히 철폐되어야 한다. 잘못된 공정거래정책에 의한 기업과 국민의 비용 부담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공정거래법의 철폐와 함께 정부가 수여하는 각종 특권이나 특혜를 제거하거나 철폐하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공정거래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참고문헌
전용덕, 카르텔과 결합, 자유기업원 홈페이지, 2001.
전용덕, 독점과 MS 독점 소송, 자유기업원 홈페이지, 2001.
전용덕, 공정거래법의 모순, 자유기업센터, 1998.
전용덕(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ydjeon@taegu.ac.kr
NO. | 제 목 | 글쓴이 | 등록일자 | |
---|---|---|---|---|
210 | 소비자 편익을 배제한 규제 폐지해야 곽은경 / 2022-03-17 |
|||
209 | 정권별 재정권한, 재정준칙으로 관리해야 옥동석 / 2021-09-09 |
|||
208 | 미래를 고민하고 정치에서 탈피하는 교육 정책으로 이성호 / 2021-09-08 |
|||
207 | 효율적인 조세구조 구축 등을 통해 국가부채를 합리화하자 황상현 / 2021-09-08 |
|||
206 | 에너지 빈곤 없는 탄소중립을 향한 원자력 육성 정책 주한규 / 2021-09-07 |
|||
205 | 주52시간제를 합리적으로 운영하자 이승길 / 2021-09-06 |
|||
204 | 친 노조에서 친 노동으로 최승노 / 2021-09-05 |
|||
203 | 초저출산 초고령화를 이기는 국민연금개혁 김원식 / 2021-09-04 |
|||
202 | 공기업을 수요자에게 봉사하도록 변모시켜야 김이석 / 2021-09-03 |
|||
201 | 지속가능한 복지 제도를 구축하자 김상철 / 2021-09-02 |
|||
200 | 교육을 선택할 자유를 주자 송정석 / 2021-09-01 |
|||
199 | 대일외교를 정상화하자 신범철 / 2021-08-31 |
|||
198 | 대학의 적정 규모화 촉진을 위한 방안 이진영 / 2021-08-30 |
|||
197 | 국민기본보장제도 도입방안 김용하 / 2021-08-27 |
|||
196 |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분권화 제고와 시장기능 강화 박호정 / 2021-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