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 중국 포위 전략

이춘근 / 2006-06-01 / 조회: 7,851
1. 들어가는 말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환경의 변화를 주도하는 흐름은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미국의 대 테러 전쟁의 주요 標的 國 (표적 국) 중 하나인 북한을 둘러싸고 야기되는 일 들이며 다른 하나는 미국의 세계 대전략(global strategy)이라는 맥락 에서 중국을 중심으로 야기되는 사건들이다. 물론 미국의 대 테러전쟁 전략과 미국의 전 지구적 전략(global strategy)이 따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반 테러 전쟁을 치르면서 미국의 세계 대 전략도 동시에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 국제 이슈 해설은,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의 주요 내용들인 대 북한 정책, 주한 미군 재배치 정책 등은 물론, 미국의 대일 정책, 미국의 대 동북아시아 정책 등이 모두 미국의 반테러 전쟁 전략 및 대 세계전략의 맥락 속에서 이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려 한다. 미국의 대 북한정책은 미국의 반테러 전쟁이라는 전략 분야에 속하는 것인 동시에 미국의 대 세계전략과도 직접 연결 되는 것이다. 미국의 대 중국 정책은 미국의 세계 대 전략임과 동시에 미국의 대 테러 전쟁 전략과도 연계 되는 것이다.


2. 미국의 반 테러전쟁 전략과 세계 전략


2001년 9월 11일 이후 미국은 국가 안보 전략을 완전히 바꿨다. 부시 독트린으로 표현 되는 이 전략은 우선 테러리스트들을 제거하고 그 동안 테러리스트들을 지원했던 국가들을 그렇지 않을 나라로 바꾼다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미국은 과거 테러리스트들을 지원했고 미국을 극도로 혐오하는 세 나라를 악의 축으로 선정하고 이들 정권을 교체하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이 사용 할 수단에는 군사력도 당연히 포함 되며 특히 테러와의 싸움을 위해 과거 미국의 전통적인 전략이었던 억지 전략(Deterrence Strategy) 이 아니라 선제공격전략 (Strategy of Preemption) 이 채택 되었다.


미국의 대 전략은 단순히 테러와의 싸움에 승리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미국은 현재 향유하고 있는 패권적 지위를 앞으로도 계속 누리려 하며 그렇게 때문에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는 나라들은 모두 견제의 대상이 된다. 미국이 자신의 패권적 지위에 도전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라고 생각하는 대상은 지금 현재는 중국임이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반테러 전쟁 전략을 수행하는 동시에 미국의 패권에 대한 도전을 제어하는 대 세계 전략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아래의 지도는 미국이 반테러 전쟁을 시작한 초기의 상황을 잘 보여주는 전략 지도다.



영국 전략문제 연구소 자료집에 나와 있는 위 지도는 미국이 반테러전쟁 전략과 세계 대 전략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음을 말 해 준다.


우선 미국은 중동지역에 있는 “탄”(tan) 이라는 이름으로 끝나는 나라들의 대부분을 미국 편으로 만들었거나 미국의 기지로 만들었다. 파키스탄은 미국의 동맹국이 되었고, 아프가니스탄은 미국에게 점령당했으며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에는 미국군이 주둔하기 시작했다. 위의 지도에 검은 색으로 칠해진 나라들이 2001년 9월 11일 이후 미국군이 주둔하기 시작한 곳인데 전략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지역들이다. 중동을 장악할 수 있는 지리적 요충인 동시에 카스피 해의 석유를 장악할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미국이 테러전쟁을 벌이며 장악한 이 지역들은 러시아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할 수 있는 결정적인 요충지들이라는 점이다. 아프가니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은 중국의 서부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곳이며 우즈베키스탄은 키르기스스탄과 더불어 러시아의 남부와 맞닿아 있는 곳이다. 냉전 시대였다면 아마 3차 대전이라도 벌였을 만큼 소련이 결코 방관할 수 없는 지역에 미군이 주둔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군은 이제 중국의 옆구리, 러시아의 턱밑에 미국 군사력을 전개 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독일에 주둔하던 미군은 향후 폴란드 등 동부 유럽으로 주둔지를 옮길 예정이다. 동 유럽의 미군기지는 러시아를 견제하기 더 좋은 곳, 중동에 더 가까운 곳, 그리고 서 유럽 국가들로 하여금 더 많은 방위 부담을 지게 하는 것 등 여러 가지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미국은 반 테러전쟁을 수행하는 동시에 향후 패권 도전 가능성이 있는 나라들인 러시아 중국 등을 견제한다는 대전략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중이다. 미국의 대 전략은 그중에서도 특히 중국과 관련이 깊다. 중국이야 말로 미국 패권에 대해 도전할 가능성이 제일 높은 나라라고 인식되기 때문이다.


3. 중국 힘의 급격한 부상과 그 의미


1978년 개방과 개혁을 단행 한 이후 중국의 경제력은 놀랍게 성장했다. 성장 속도도 빨라 1960년대 이후 한국이 보였던 한강의 기적을 능가할 정도다. 중국이 개혁과 개방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년 평균 경제 성장은 무려 9.4 % 나 된다고 한다. 1949년 공산화를 이룬 직후, 국제정치상 정치 및 군사적 강대국의 지위를 인정 받아온 중국은 이제 강대국의 보다 본질적인 조건인 경제력도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CIA가 매년 간행하는 World Fact Book 2006년 판은 2005년도 중국의 GDP를 8조 1,820억 달러라고 추정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12조 4,100억 달러에 이어 세계 제 2 위이며 3 위인 일본의 GDP는 3조 9,140억 달러다. CIA의 자료에 의하면 중국은 이미 미국과 동급의 경제 강국이 된 것이다. 중국의 생산력은 미국의 66%에 이르며 일본의 2배가 넘는다.


현재 중국의 국력은 냉전당시 미국과 소련이 경쟁 할 때 소련이 차지했던 미국 국력에 대한 상대적 비중을 능가하고 있다. 냉전이 한창 피크에 이르렀던 1976년 당시 경제력 지표로 널리 사용 되었던 GNP 기준으로 미국은 1조 6961억 1900만 불, 세계 제 2위 였던 소련은 8570억 달러 였다. 지금 중국이 차지하고 있는 경제력의 비중은 냉전 당시 소련의 경제력 비중 보다 훨씬 크다.


물론 국가의 경제력을 표시하는 지표는 여러 가지가 있으며 세계은행의 자료를 보면 완전히 다른 그림이 나온다. 세계은행 자료에 의하면 2004년을 기준으로 할 때 미국의 GDP는 11조 7,118 억 3400만 불, 2위인 일본은 4조 6227억 7100만 불, 중국은 6위로서 1조 9317억 1000만 불 이었다. CIA가 간행한 자료집과는 달리 세계은행 자료에 의하면 중국의 경제력은 미국의 16 %, 일본의 42 % 에 불과한 형편이다.


이처럼 상이한 자료들은 모두 그 근거가 타당하다. 중국의 GDP를 8조 달러 이상으로 추정하는 것은 구매력(ppp, purchasing power parity)을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다. 즉 중국에서의 1달러는 일본 혹은 미국의 1 달러 보다 훨씬 구매력이 크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이다. 중국의 GDP를 겨우 1 조 달러가 넘고 일본의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추정하는 것 또한 정당한 근거가 있다. 중국 사람이 가진 1달러는 중국에서는 몰라도 국제 사회에서는 일본인이 가진 1달러와 하나도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흥미 있는 사실은 미국의 대전략을 위한 자료를 제공하는 기관인 CIA 가 중국을 가능하면 막강한 나라라고 보이게 하는 국력 계산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중국을 차기 미국 패권에 대한 도전국으로 간주하고 이에 대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4. 미국 중국의 대결과 한반도


국제정치의 역사를 보면 어떤 大國의 힘이 급격히 변동(증가 혹은 감소) 할 경우 이는 국제정치의 불안정을 초래하는 심각한 요인이 되기 마련이었다. 어느 나라의 힘이 급격히 증강 혹은 감소하는 경우 그동안 안정적으로 유지 되었던 국제체제의 힘의 구조(Structure of Power)가 깨지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의 국력증강은 어느 측면에서 보더라도 기존 국제질서의 안정을 위협 할 정도로 크고 빠르다. 미국의 저명한 평론가인 조지 윌(George Will)은 “중국이 초강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100년 전 독일의 힘의 성장을 보는 것과 같은 두려운 생각이 난다. 독일의 문제는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통해 해결되었다.” 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스티븐 모셔는 “중국은 유감이 많은 신흥 초강대국이 아니라, 세계의 중심으로서 자국의 정당한 지위를 되찾을 때를 기다리는 패권국 이다” 고 말하고 있다.


결국 미국은 자신의 패권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중국의 도전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이미 미국은 대 중 포위 전략을 착착 진행 해 오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반드시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국제정치학 이론이 하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국 혹은 중국이 나쁜 나라이기 때문에 공격적인 외교 정책을 채택하는 것으로 알 고 있다. 그러나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에 의하면 미국이나 중국이 패권을 추구하는 것은 국력 증강의 당연한 귀결이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의 유명한 학자인 미어셰이머 교수는 자신의 책 한국어 번역판 서문에서 “특히 그간의 놀라운 경제성장을 앞으로 수 십 년 동안 지속하게 될 경우 중국은 막강한 군사력을 갖추게 될 것이며, 마치 미국이 서반구를 지배하는 것처럼 아시아 대륙에서 패권적 지위를 추구하게 될 것입니다. 중국이 覇權을 추구하는 것은 중국 문화가 본질적으로 공격적이라든가, 중국의 지도자들이 잘못된 길로 인도되기 때문이 아닙니다. 중국이 패권을 추구하는 것은 그것이 국가의 생존을 위해 가장 좋은 보장 장치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미국은 중국이 아시아에서의 覇權國이 되는 것을 저지하려 할 것입니다. 미국은 세계무대에서 미국에 근접한 挑戰國의 존재를 용인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중국과 미국 사이에는 냉전 당시 미국과 소련의 관계와 유사한 심각한 안보 경쟁이 야기될 것입니다.” 라고 쓰고 있다.



주간조선에서 차용한 위의 지도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대전략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위의 지도는 북한 문제가 단순히 미국의 반 테러전쟁의 일환만은 아니라는 사실도 보여준다.


미국은 인도를 미국의 확실한 우방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인도 못지않게 중요한 미국의 우방은 몽고다. 2004년 1월 미국 합참의장 마이어스 대장이 몽고를 방문한 이래 2005년 10월에는 럼스펠드 국방장관, 같은 해 11월에는 부시 대통령이 몽고를 방문, 미국과 몽고는 군사 협력 관계까지 진전 했을 정도다. 몽고가 적극적으로 미국을 불러들인 이유는 지도가 말 해준다. 미국이 들어와 있는 몽고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몽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미국이 체제변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대상이다. 즉 북한이 미국에 적대적이지 않은 (혹은 적대적일 수 없는) 정권으로 바뀌는 날, 반 테러전쟁의 일환으로서의 미국의 대북한 정책은 종료 되는 것이다. 그 다음 미국의 대북 전략은 미국의 세계 대전략과 연결될 것이다. 북한이 만약 미국에게 우호적인 지역으로 변화 된다면 미국은 아마도 대 중국 포위 전략에서 결정적인 전략 요충을 장악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그래서 북한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그 각축의 와중에 끼어 있기는 한 것인가 ?


이춘근 / 政博, 자유기업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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