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시장 수단으로 경쟁 활성화 모순
자유기업원 "실패하면 국민 부담만"
윤석열 정부가 통신시장 과점 체계 해소,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 등을 이유로 추진 중인 제4이동통신 도입이 시장경쟁 활성화라는 목표와는 어긋난 방향이어서 즉각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8일 경제계 싱크탱크 자유기업원은 논평을 내고 "기존의 이동통신 시장의 진입 장벽을 허무는 것은 적극 지지하지만, 특정 기업에 대한 재정 투입과 기존 사업자 권익 침해에 의존해야 하는 정책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미 국내 통신시장은 포화 상태에 도달해 있다. 이에 제4이동통신 사업자의 적정 이익을 보장해주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인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놓은 계획을 보면 기존 사업자를 규제하는 방향에 맞춰져 있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4이동통신 사업자 정착 초기에 막대한 지원 혜택을 제공하겠다"면서 4000억원대 규모의 정책금융과 세액공제를 내걸었다. 이에 더해 기존 사업자의 설비와 로밍 네트워크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망 구축 의무를 완화하는 등 사실상 '역차별' 수준의 정책을 예고했다.
곽은경 자유기업원 사무총장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신규 사업자에게 일정 수준의 시장 점유율까지 확보하게 해주기 위해서라지만, 달리 보면 특정 기업에 대한 재정 투입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반시장경제적 수단으로 시장경제 활성화에 나서겠다는 것은, 애당초 성립할 수 없는 모순이며 원칙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자유기업원에 따르면 제4이동통신 사업자가 시장에서 실패할 경우 4000억원대 규모 정책금융 회수는 불가능해지고 시장 퇴출 과정에서 발생할 막대한 구조조정 비용까지 모든 부담은 결국 국민 혈세와 소비자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반면 충분한 수익이 예상되며 기존 사업자를 능가할 신기술과 서비스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라면 정부의 통제 없이도 얼마든지 사업자로 뛰어들 것이란 설명이다.
정부는 지난 2010년 이래 지금까지 7차례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을 추진했으나 매번 실패했다. 주요 대기업조차 시장 참여 의사가 없기 때문이다. 곽 총장은 "일본 라쿠텐 그룹 자회사가 제4이동통신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결국 지속적인 적자로 모그룹마저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한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제4이동통신사 모집은 지난해 12월 말경 마감됐다. 세종텔레콤·스테이지엑스·마이모바일(미래모바일 컨소시엄) 3곳에서 신청했다. 과기정통부는 경매를 통해 이들 중 한 곳에 5G 28㎓ 주파수를 할당한다는 계획이지만, 최종 결정은 남겨둔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서두르는 모습을 보인다면 총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인위적인 시장 재편 방식이 아닌 규제 혁신을 통해 더 자유로워진 시장에서의 자발적인 사업자가 등장하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바람직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상헌 여성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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