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미스, 보이지 않는 손` 뭐길래…새우깡 광고까지 나왔나

자유기업원 / 2023-06-04 / 조회: 4,579       한경경제

'손이 가요, 손이 가~♬'로 시작하는 국민 스낵 새우깡의 새 광고에는 온갖 '손'이 등장한다. 가수 지코는 새 CM송에서 친구와 연인의 손에 이어 거미손, 효자손을 찾는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가사는 "애덤 스미스, 보이지 않는 손"이다.

과자 광고에 등장할 정도로 유명한 '보이지 않는 손' 개념을 창조한 애덤 스미스가 올해 탄생 300주년을 맞았다. 이 개념이 언급된 <국부론>과 인간본성을 탐구한 <도덕감정론> 등의 책을 남긴 스미스는 경제학과 자유 시장경제 철학의 초석을 놓은 학자로 평가된다.


보이지 않는 손은 스미스가 1776년 출간한 <국부론>에서 사익 추구가 사회 전체 이익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는 자유로운 시장에서 가격에 의해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찾아간다는 이론으로 이어졌다.

    생산이 수요보다 적으면 가격이 올라간다. 가격이 높아져 초과 이윤을 얻으면 생산자들이 생산을 늘리게 되고 이는 다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 누군가 생산량을 임의로 결정하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 손인 가격에 의해 균형점을 찾아간다는 단순하고 명료한 이론이다.

    이같은 시장의 작동원리로 스미스는 개인의 이기심을 꼽았다. 스미스는 "정의의 법을 위반하지 않는 한 모든 사람은 자신의 방법으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도록 완전한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스미스의 정의는 생명과 재산, 계약을 존중하는 것을 말한다"며 "이런 원칙을 위반하지 않는한 누구든 자유롭게 이익을 추구할 수 있으며, 이 자유를 침범하는 것은 불의"라고 설명했다.


    스미스의 <국부론>은 바람직한 정부의 형태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당시는 각국 정부가 무역을 비롯한 국민경제 전반을 통제하던 중상주의의 시대였다. 배타적 특권을 특정 기업에게 부여해 독점을 보장해주는 식으로 기업활동이 이뤄졌고, 높은 관세를 통한 보호무역이 성행했다.

    스미스는 독점적 권리를 가진 특정계층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해 사회 전체의 이익이 줄어든다고 여겼다. 독점과 보호관세 등을 철폐하고 개인의 이기심이 자유롭게 발현되도록 하는 것이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킨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스미스의 사상은 철학의 한 분야를 경제학이라는 별도 학문 분야로 탄생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현대의 자유 시장경제 사상도 스미스의 <국부론>을 기반으로 한다.


    스미스의 저작 중 가장 성공한 것은 <국부론>이지만 스미스 철학의 기초는 이보다 17년 앞서 내놓은 <도덕감정론>에 있다. 이 책은 사람들이 공감을 통해 자신의 도덕적 욕구를 충족하고, 편안하게 사는 법을 배운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공감은 단순히 타인의 도덕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과 타인의 판단 등을 종합해 자신 안에 만들어낸 '공정한 관찰자'에 의한 공감이다. 스미스는 공정한 관찰자의 시점을 내면화하면서 개인의 이기심이 사회화된다고 봤다.


    스미스는 1723년 6월5일 영국 스코틀랜드의 커콜디에서 태어났다. 정확한 출생일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날 세례를 받은 기록이 남아있다. 스미스는 1730~1740년대 글래스고대와 옥스퍼드대에서 공부했다. 이 시절 평생의 멘토인 프랜시스 허치슨과 데이비드 흄을 만나 인간중심 과학 개념을 배웠다.

    스미스는 특히 인간의 도덕은 신이 부여한 것이 아니라 정의감을 통해 형성된다는 흄의 견해를 선호했다. 스미스 평전을 쓴 니콜라스 필립슨이 "스미스는 평생을 '흄학파'로 살았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흄은 <인간본성에 관한 논고>에서 정의감은 자원의 희소성과 사유재산에서 나온다고 봤다. 재산을 재분배하려는 정부의 모든 시도는 사회의 진보에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흄의 사상을 기반으로 스미스는 애든버러와 글래스고에서 강의하며 자신만의 도덕체계를 세웠다. 이를 발전시켜 내놓은 것이 <도덕감정론>이다.

    스미스의 저작은 <국부론>과 <도덕감정론> 외에는 거의 전해지지 않고 있다. 스미스가 친구에게 자신의 미완성 원고와 강의노트를 모두 태워달라고 유언했기 때문이다. 스미스는 유언이 지켜지지 않을 것을 우려해 이후 '자신이 보는 앞에서 태워달라'고 부탁했고, 자신의 저작이 타는 모습을 지켜보기까지 했다.

    어린시절 등 개인적 기록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스미스가 평소 서신에 답장을 잘 하지 않았던데다, <국부론>으로 큰 성공을 거둔 후에야 사교계로 나왔기 때문이다. 그의 사상과 일화를 엿볼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이 그에 대해 쓴 기록과 수강생이 남긴 강의노트 정도다.

    스미스는 평생 독신으로 살다가 1790년 7월17일 6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와 함께 한 여성은 스미스보다 6년 먼저 별세한 어머니뿐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그는 수많은 '스미스의 딸'들을 남겼다. 도로시 램펜 톰슨이 1973년 <애덤 스미스의 딸들>을 쓰면서 여성 경제학자를 '스미스의 딸'로 지칭한 것이 유래다.


    스미스 탄생 300주년을 맞아 국내외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스미스의 모교인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대는 5~10일을 '애덤 스미스 주간'으로 지정했다. 스미스는 이 학교에서 교수로 일했고, 명예총장을 맡기도 했다. 기타 고피나트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부총재, 스코틀랜드 출신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 등이 공개 강연을 연다.

    국내에서는 한국자유주의학회가 한국경제신문과 함께 7일 '애덤 스미스 탄생 30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연다. 한국경제학회·한국질서경제학회·한국규제학회·한국제도경제학회가 후원하는 이번 심포지엄에는 마리아 파가넬리 국제애덤스미스학회 학회장과 이몬 버틀러 영국 애덤스미스연구소장 등이 기조강연을 한다. 자유기업원은 지난 4월부터 릴레이 세미나를 통해 스미스의 사상을 소개하고 있다.

    국내외의 스미스 기념 행사에선 스미스의 자유를 현대적으로 어떻게 해석할지가 논의되고 있다. 특히 최근 미·중 갈등으로 보호무역이 다시 고개를 들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각국 정부의 역할이 커지는 상황에서 스미스 사상을 어떻게 바라봐야할지 등이 주제다.

    김성준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데이터 기반 사회로 급속한 전환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산업 진흥을 위해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한다는 주장과 급격한 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정부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며 "스미스 탄생 300주년을 맞아 정부의 역할을 다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진규 한경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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