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급부터 원장까지 거친 '터줏대감'… 경제적 자유 확산 헌신
"자유기업원 정체성은 시장경제… 방향 잃지 않게 나침반 역할"
"이번 국회, 노조 특권법만 강화" 쓴소리… 국민 위한 정치 당부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자유기업원(CFE·The Center for Free Enterprise)의 정체성은 '시장경제'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역할은 '자유의 나침반'이죠. 사회가 방향을 잃지 않도록, 각 분야 전문가들에게 '이것이 바로 자유사회로 나아가는 길이고 방법은 이렇다'고 제시하는 겁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60·사진)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자유기업원 사무실에서 기자를 만나 지난해 바뀐 자유기업원 로고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원형 안에 자유기업원의 한글·영문 약칭만 넣었던 옛 로고와 달리, 새 로고는 한글 명칭을 중심에 비중있게 놓으면서 우측 상단에 하늘색 화살표가 '나침반처럼' 자리잡은 디자인으로 만들어졌다. '기', '업' 두 글자의 우측 상단 꼭지도 일각이 오렌지색, 녹색으로 물들어 하늘색 화살표와 '같은 방향'을 가리킨 형상이다.
최 원장은 "자유의 싱크탱크가 한국에 만들어져 27년째 활동하는 건 큰 의미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미국·영국 정도의 나라가 아니면 이 정도의 자유주의 싱크탱크 역할과 규모를 감당해내는 단체가 정말 적다"고 말했다.
자유기업원은 1997년 4월10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내 '자유기업센터'로 출범, 2000년 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경제인협회 전신)에서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독립하며 자유기업원으로, 2012년 자유경제원으로 명칭을 바꾸며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2015년에 서울 역삼동에서 확장 이전해 '마포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2016년말 대통령 탄핵 사태로, 전경련에서 삼성 등 4대 그룹이 탈퇴하는 악재를 맞았다. 자유경제원에서 자유기업원으로 다시 개명 후 규모를 축소해 현재의 여의도 자리로 옮겼다.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후 박사학위를 취득한 최 원장은 한경연을 거쳐 자유기업센터에 합류한 뒤 실장부터 사무총장·부원장직을 거쳐 원장으로서 27년째 싱크탱크를 지키고 있다.
최 원장은 자유기업원에 자부심을 갖는 또다른 이유로 세계적인 싱크탱크 연대체 경제자유네트워크(EFN)의 일원으로 출범하게 된 점을 꼽았다. 그는 1997년 독일에서 열린 EFN 모임에 참석했을 당시 '세금해방일'(Tax Freedom day)을 계산해 매년 발표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한국에도 도입해 27년째 발표 중이라고 밝혔다. 세금해방일은 1년 365일 중 '어느날부터 소득이 온전히 내 것이 되는지'를 상징하는 지수다. 세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세금해방일도 1월1일에서 멀어지게 된다.
자유기업원은 지난 7월 올해의 세금해방일을 4월18일로 발표했다. 2017년엔 3월25일이었고, 2020년 4월1일로 늦춰졌다가 17일이나 더 미뤄졌다. 최 원장은 "세금해방은 국가의 간섭주의로부터 해방"이라며 "세금해방일 날짜가 매년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 "EFN에선 '경제자유지수'를 매년 발표하는데 자유기업원 또한 싱크탱크 50개 단체들과 연합해 발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은 올해 7.47점(10점 만점)으로 2020년 대비 0.02점 올랐으나, 165개국 중 42위에 그쳤다. 2010년 성적(7.66점)에 비해서도 낮다.
자유기업원은 고전 발굴과 재해석에도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 27일엔 '자유롭고 위대하게: 애덤 스미스의 찬란한 유산'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최 원장은 "애덤 스미스를 전공하고 지적으로 깊이있는 학자들이 모여 철학·법학·경제·역사적 관점에서 스미스를 다시 조명한 책"이라며 "(해외에서) 새로 출판된 것을 자유기업원이 번역했다"고 했다. 자유기업원은 청년층과 접촉면 늘리기에도 주력, 29일 제30회 시장경제 칼럼 공모전에서 대상 5명·최우수상 17명·우수상 34명을 시상했다.
자유기업원은 약 10명의 인원으로 운영된다. 인턴제도 운용중이다. 연구원·인턴으로 거쳐간 인원이 수십명이다. 최 원장은 청년들에게 "'개인의 자유'에 우호적인 제도가 정착돼 사회 전반의 바탕을 이루게 해야 내 자유가 확대되고 안정된 삶도 누리며, 후대에도 좋은 유산을 물려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식인이라면 테이블 위에 '자유기업원 컵' 하나 갖고 있는 게 마땅한 일"이라며 후원을 당부하기도 했다.
최 원장은 학자로서 사회발전을 위한 '답'을 찾다보니 반평생을 자유주의 설파에 헌신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한경연에서 경제를 연구했지만, 경제적 사고방식에서 나아간 경제자유의 해법을 찾고 고민하다 보니 자유주의 사상까지 폭넓게 연구하게 됐고, 자유시장경제 시스템에 대한 책도 쓰게 됐다"며 "시장경제가 잘 작동하기 위해선 자유에 바탕을 둔 제도가 그 사회에 정착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특별한 계기가 있다기보단 자유기업원 창립부터 역할을 하며 함께 한 세월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을 향한 당부도 남겼다. 자유기업원은 지난달 27일 '자유의 밤' 행사에서 국회의원 5명(김성원·류성걸·박성중·최형두·홍석준 의원)에게 '자유경제입법상'을, 이기재 서울 양천구청장에게 신설된 '자유경제자치상'을 수여했다. 최 원장은 "규제완화 중 기업과 관련된 중대재해처벌법, 파견법과 대체근로 등 노동관련 규제 완화가 더 강도 높게 이뤄져야 한다. 이번 21대 국회는 일부 노조를 위한 특권법만 강화해온 국회"라며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국회'로서 정치인들이 역할을 다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기업규제와 부동산 토지 이용규제는 상당히 맞닿아 있다. 지자체가 토지 이용이나 부동산 관련 부분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토지이용이 합리적으로 되고 국민의 주거나 생활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며 "우리는 선진국에 비해 토지 사용 규제가 과한 나라다. 중앙정부가 관련 규제를 대폭 해소하고 지방정부에 분권화한 방식으로 토지가 이용되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농지 규제는 전라도처럼 농지가 많은 지역에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한기호 디지털타임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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