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반도체에만 목매… 초격차 기술로 반전 필요
이차전지·콘텐츠 유망… ‘제2 골드러시’ 승부 나서야
전기차 전환 과도기 맞은 자동차… 지배 기술 필요한 석유·화학
최근 세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MZ세대로 대표되는 신세대가 사회에서 위치를 잡기 시작하며 세대교체에 대한 담론이 본격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세대교체는 단지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산업 분야에서도 신 기술 도입과 사회 변화에 더해 기후 변화에 따른 탄소 중립의 필요성이 강조되며 신산업이 떠오르고 기존 산업 또한 변화하는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이번 기사에는 대한민국 경제의 핵심이 수출을 키워드로 한국 수출의 세대교체에 대해 분석했다.
10대 수출 품목 고착화·높은 의존도… “기존 산업 내에서도 세대교체 가능”
국가통계포털 수출통관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출 품목 1위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반도체가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는 2012년 이후 꾸준히 2위와 3위를 오가고 있으며 석유제품의 경우 2015년부터 2017년까지 4~5위 권에 머무른 것을 제외하면 2011년부터 2022년까지 꾸준히 3위권 내에 들고 있다.
이 외에 10대 수출 품목을 살펴보면 2022년 기준 △합성수지 △자동차부품 △철강판 △평판디스플레이 및 센서 △정밀화학원료 △선박·해양구조물 및 부품 △무선통신기기 등이 이름을 올렸다. 정밀화학원료는 2022년 처음으로 10대 수출입 품목에 진입했으며 이전에는 컴퓨터가 10대 수출 품목이었고 2012년부터 2016까지는 전자응용기기가 10위였다.
종합하면 약간의 변화는 있었으나 12~13개 품목이 꾸준히 10개 수출 품목을 차지하고 있으며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10대 수출 품목에 대한 의존도 또한 큰 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상위 10대 수출 품목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8.7%로 전 세계 10대 수출국 중 우리나라가 가장 높았다.
최승노 자유경제원장은 “10대 수출 품목으로 대표되는 주요 산업들이 여전히 상위권에 있는 것은 산업이 성숙하면서도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며 “완전히 사양 산업에 접어든 분야라면 모를까 여전히 각광받는 산업이라면 그 산업 내에서 꾸준히 혁신이 일어나는 것도 일종의 세대교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반도체의 경우 AI 기술의 부상으로 고사양 기기가 필요해짐에 따라 HBM 등 최첨단 제품으로 비중이 이동하고 있으며 선박·해양구조물 및 부품의 경우 LNG 운반선 붐을 타고 국내 선박 제조사들이 호황을 맞고 있다. 품목 분류는 변하지 않더라도 상위 품목 내에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차전지·콘텐츠 산업 대두… 지원 방향성 확립 필요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산업은 이차전지다. 이차전지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더해 전기차 배터리로 이용되고 있으며 또 다른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로봇 산업 등에서도 사용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이차전지 수출액은 역대 최고치인 99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산업통상자원부는 2027년까지 30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이차전지를 5대 수출 품목으로 키우기로 했다.
다만 이차전지 산업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치열해지는 것에 더해 이차전지 공장을 현지에 지을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올해 초 국내 기업의 해외 공장에서 국내 고객사로 이차전지를 납품하는 사례가 늘면서 이차전지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되기도 했다. 수익 자체는 국내 기업이 챙긴다고 하더라도 고용 창출 등의 경제 활성화 효과가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각국의 무역 압박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차전지 기업은 성장한다고 해도 기업의 고용 창출 등 국내 경제에 주는 효과들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현지에 공장을 짓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국내에 연구개발 관련 일자리를 만든다던가 하는 식이 돼야 신산업의 열매를 우리가 더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 완화나 노사 관계 개선 등도 열쇠가 될 수 있다”며 “안 그래도 해외에 공장을 지어야 하는데 국내에서 사업할 때 문제가 있다면 딱 맞는 명분이 되기 때문에 기업들이 국내에 머무를 이유를 더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수출 산업 중 하나는 콘텐츠 산업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콘텐츠산업 수출액은 130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콘텐츠 산업은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연 평균 11.6% 증가하며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한류 콘텐츠가 유발하는 소비재 수출 증가 효과까지 고려하면 콘텐츠 산업의 영향력은 더욱 큰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정부 또한 K-콘텐츠 수출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K-콘텐츠 예산으로 8442억 원을 편성했으며 2024년에는 1조125억 원까지 확대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 예산을 매해 경신하고 있다. 다만 콘텐츠 업계 관계자들과 통화한 결과 정부가 지원에 나선다고 해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게임 업계는 변화가 매우 빠른 업종인데 지원 예산은 1년에서 1년 반 단위로 편성되고 매우 경직돼 있기 때문에 지원책이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며 “예를 들어 챗GPT 등 생성형 AI가 이슈가 되는데 정부가 이런 쪽의 지원에 관심이 없어 큰 회사는 지원책에 관심을 끊고 작은 회사들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지원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웹툰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큰 회사들은 자체 플랫폼을 사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아래로 내려가면 해외 진출 창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것은 다른 콘텐츠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히 돈을 얼마 쓰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기업과 요소를 확실히 파악해 핀포인트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Global Boiling 시대, 세대교체 뛰어든 자동차·석유화학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7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 시대가 끝나고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 시대가 왔다고 언급했다. 기후변화의 위험성은 이전부터 강조돼 왔고 전 세계 국가들이 탄소 중립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분야의 기업들이 탄소 규제에 따라가기 위한 대책을 세우고 실행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은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와 석유제품이다.
자동차 업계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차량으로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대안으로 전기차가 떠오르고 있지만 전기차가 완전히 보급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친환경차 수출액을 살펴보면 전체 자동차 수출액 357억 달러 중 친환경차 수출액이 124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3분의 1을 넘어섰다. 친환경차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0.4% 증가해 자동차 수출 증가율(46.6%)을 앞지르고 있다. 수출량으로 살펴보면 상반기 판매량 142만 대 중 38만5000대가 친환경차로 약 27%가 친환경 차량이었다.
다만 최근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며 전기차 보급의 과도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월 기준 현대자동차의 하이브리드 차량과 전기차 판매 대수는 각각 1만201대와 3476대였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내연기관 또한 사용하는 만큼 친환경차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친환경차 보급을 이끌고 있다.
다만 EU가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법안을 추진하며 하이브리드차가 친환경차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만큼 완전한 전기차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생각하는 것은 가성비인데 전기차 보조금이 줄어들면서 가격 부담이 늘어난 것도 있고 연비 문제도 있기 때문에 소비자는 친환경과 상관 없이 하이브리드를 선호하게 된다”며 “아직 전기차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것도 원인이다”고 말했다.
이어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대체하는 것은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전기차 산업 발전 과정에서의 과도기로 봐야 한다”며 “현재 테슬라가 주도하는 저가 전기차나 전기차 충전시설 보급 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이 과도기가 길게 이어질 수도 있고 잠깐의 현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사업은 대표적인 탄소 다 배출 산업으로 탄소중립 트렌드에 맞춰 가장 큰 변화가 요구되는 산업이다. 석유화학산업은 산업 전체 탄소 배출량 중 약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석유화학 기업들은 이전부터 친환경 전환을 위해 힘써왔다. 대표적인 방안으로는 △재생에너지 전환 △폐플라스틱 재활용 △탄소 포집 기술 개발 △바이오 연료 사용 등이 있다. 석유화학 기업들 역시 친환경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진행 중이다.
다만 같은 고탄소 업종인 철강 업종의 경우 수소환원제철기술과 같은 지배적 기술이 있지만 석유화학 산업에서는 확실한 기술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시형 대한상공회의소 탄소중립팀 과장은 “석유에서 나프타를 뽑아 쓰는 석유화학 산업의 특성상 화석 연료를 쓰지 못하게 되면 사실상 산업이 없어지는 것과 같다”며 “기업에서 방안을 연구하는 것만으로는 힘에 부치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확실한 방향성을 정하고 맞춤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준규 스카이데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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