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 이해하는 가장 완벽한 책, 하이에크의 『자유헌정론』

자유기업원 / 2023-06-01 / 조회: 4,230       펜앤드마이크

하이에크의 『자유헌정론』 새 번역으로 재출간

#. '자유’를 위해 목숨 바친 사람들

오래 전에 개봉되었던 멜 깁슨 감독·주연의 영화 <브레이브 하트>가 기억난다.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위한 윌리엄 월리스의 장엄한 투쟁을 그린 이 작품은 영화사에 남을 걸작으로 평가받는 전쟁영화다. 필자가 기억나는 것은 월리스가 지휘하는 스코틀랜드군과 잉글랜드군의 박진감 넘치는 전투 신이 아니라, 월리스가 전투 직전 외치는 “자유를 위하여”라는 사자후였다.

영화의 핵심은 자유에 대한 열망과, 이것을 지키기 위해 인간이 어떤 희생을 감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강인한 탐구력이다. 멜 깁슨이 역을 맡은 월리스는 자유·명예·충성심·희생·용기의 상징이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 사회에서 최고 학부의 공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 자유와 정의, 명예와 충성심, 희생과 용기라든가 법치·자유·공화제 등의 의미를 물었을 때 명쾌한 정의를 내리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이것은 한국의 공교육에서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을 가르치지 않고 있음을 반증한다.

본연의 자유는 다른 사람의 강압으로부터 강제되지 않는 개인의 사적 영역이 보장되는 것을 말한다. 문명의 성장과 발전에서 다른 어떤 가치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자유다. 때문에 일찍부터 자유의 고귀한 가치를 깨달았던 선진국들은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을 영웅으로 기리고 있다. 인간의 역사는 억압의 역사이고, 그러한 억압에 맞서 자유와 정의를 되찾기 위한 고난의 투쟁을 벌인 결과 오늘과 같은 선진국가로 발돋움했기 때문이다. 이런 절절한 사례를 통해 현대 문명에서 자유는 필수불가결한 것이며, 사회의 발전과 도약 또한 자유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사실을 그들은 깨닫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소위 식자층에게 “자유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며, 왜 목숨 바쳐 그것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하는지를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자유의 명확한 뜻을 놓고 서로 다른 해석을 제기하며 멱살 잡고 싸우기도 한다.

#. 자유와 법치의 의미를 탐구한 책

자유주의와 법치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책으로 평가받는 하이에크의 『자유헌정론』이 자유기업원에서 새 번역으로 재출간하여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책이 한글로 첫 번역된 것은 1997년이었다. 그로부터 26년 후 요즘 우리 시대의 언어 감각으로 새롭게 번역된 『자유헌정론(The Constitution of Liberty)』은 자유가 무엇이며, 왜 소중한지를 우리에게 전하는 책이다.

이 책의 제1부, '자유의 가치’에서는 지유란 무엇이며, 인류가 왜 자유를 추구해야 하는지, 자유주의의 철학적이고 이론적인 논의가 전개된다. 제2부, '자유와 법’에서는 고대 아테네부터 17세기 영국 혁명, 프랑스혁명, 미국의 헌정주의에 이르기까지 자유를 지키기 위한 일련의 노력들이 법과 제도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제3부, '복지국가에서의 자유’에서는 세금, 사회보장제도, 노동조합 등 경제정책에 대해 자유의 원칙을 적용하여 비판적으로 검증한다.

이 책에서 하이에크는 법치가 올바르게 구현되려면 자유가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을 구구절절하게 주장한다. 다시 말하면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보호되어야 하며, 이를 보호하기 위한 법과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법치란 “알려진 규칙을 집행하기 위한 경우 외엔 정부가 개인에게 절대로 강제를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즉, 입법부를 포함한 모든 정부의 권한을 제한하는 것이다. 곧 사람이 아닌 법이 지배하는 국가원리다. 이것은 언뜻 보면 자유를 제한하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오히려 법치 시스템이 올바르게 작동할 때 자유는 온전히 보전된다는 것이 하이에크의 주장이다.

#. 하이에크, '자유’를 위한 고난의 행군 경험

하이에크는 1899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활동한 정치학자 겸 경제학자다. 그는 1921년 법학, 1923년 경제학 두 분야 학위를 취득한 후 유럽 각국의 유명 대학에서 강의했다. 그는 사회주의와 정부의 개입주의를 날카롭게 비판한 오스트리아학파의 대표적 학자였다.

하이에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책이 그가 1944년 펴낸 『노예의 길』이다. 이 책의 대성공으로 하이에크는 정치학자로서 명성을 날렸다. 하지만 경제학자로서의 길은 가시밭길이었다. 1946년 케인스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후 그의 실용 이론은 제자들에 의해 체계화되고 성역화되며 전 세계 경제학과 경제정책의 주류로 자리 잡게 되었다.

케인스식 해법에 반기를 들었던 하이에크는 케인스주의가 장악한 영국 경제학계에서 따돌림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견디다 못한 하이에크는 미국으로 건너가 새로운 기회를 모색한다. 당시 미국은 루스벨트 대통령의 오랜 케인스주의의 경제 통제를 경험하며 하이에크의 주장에 호응하는 헌신적 지지자들이 제법 많았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새 출발도 쉽지 않았다. 『노예의 길』의 미국판을 출간한 시카고대학 경제학부마저 그를 경제학자로서 받아들이길 거부했다. 결국 사회 및 윤리과학 교수로 임용되는 수모를 겪으며 힘들게 미국에 자리를 잡게 된다. 좌익에 경도된 대부분의 학자들은 하이에크를 싫어했고 경제학자들은 그를 외부자로 취급했다.

고독하고 힘들던 시기를 견디며 9년에 걸쳐 써 내려간 책이 『자유헌정론』이다. 자신의 60세 생일인 1959년 5월 8일 저술을 마무리하여 1960년 2월 시카고대학 출판부에서 출간되었다. 책이 출간되자 영국의 저널리스트 헨리 해즐릿은 “우리 시대의 위대한 정치 철학서”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자유헌정론』은 미국 사회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대중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고 학계에서도 주목받지 못했다. 결국 하이에크는 우울증과 심신쇠약을 앓으며 1962년 독일 프라이부르그로 돌아가게 된다. 영국인이 된 하이에크에게 이는 후퇴이자 피신이었다.

심근경색까지 겪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무너져가던 1970년대에 들어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케인스주의 정책이 빚어낸 재앙, 즉 케인즈가 전혀 예상치 못한 스태그플레이션과 정부의 재정위기가 세계 각국을 강타했기 때문이다. 케인스의 방법론이 틀렸다며 저항했던 하이에크가 주목받게 된 것이다. 1974년 하이에크는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 만들어낸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시대 가치 재건을 외친 대처 영국 총리는 하이에크의 『자유헌정론』을 가방에 넣고 다니며 달달 외웠고, “이것이 우리가 믿는 것”이라며 책상을 주먹으로 쾅 내리치며 영국을 자유 사회로 재건해 나가기 시작했다. 사회주의라는 인류 최대의 위험한 실험이 소련과 동구권의 붕괴로 끝장나는 모습을 목격한 하이에크는 행복하게 세상을 떠났다.

#. 다시 고개를 드는 사회주의 망령

이후 그는 다시 서서히 잊혀져 갔다. 사회주의의 종말로 느슨해진 인류의 마음에 다시 케인스주의 정부 정책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복지국가’라는 간판을 달고 나타난 국가들은 '복지’의 이름으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고 국가의 역할을 확대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폭발하자 조지 부시에 이어 오바마 대통령까지 케인스주의적 경기 부양책을 다시 만병통치약처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대중들 사이에 하이에크의 외침이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반대하는 티파티 운동이 펼쳐지고 하이에크의 『노예의 길』이 다시 도서 판매 1위에 올랐다. 자유 체제를 무너뜨리는 정부 정책에 대한 저항은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진행 중이다.


자유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하이에크의 명언

-자유로운 사회를 지키고자 한다면, 어떤 바람직한 상태를 강요하는 것이 정당화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해야만 한다.”
-강압(Coercion)은 악덕이다. 강압은 개개인의 사고능력과 가치를 무시하고 다른 이들의 목표를 성취하는 도구로 전락시킨다.
-자유로의 투쟁이란…개개인이 더 잘할 수 있음에도 이를 가로막는 강압과의 싸움이다.
-개인의 자유는 누군가의 삶의 방식이 다른 이들의 삶보다 나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은 언제나 소수이다. 이를 통해 다수도 새로운 방식을 배워나갈 수 있다.
-자유란 기회와 선택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결과에 대한 책임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자유와 책임은 분리될 수 없는 개념이다.
-개인주의자들은 이성의 한계를 절감하기에 결과적으로 자유주의자가 된다.
-한번 정부에 주어진 권한은 효과적으로 통제되기 어렵다.
-통제받지 않는 정부는 악(惡)이다. 어느 누구도 무제한적 권력을 행사할 자격이 없다.
-경제적 통제란 개개인이 추구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을 통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통제를 가하는 이들도 결국 어떠한 목표를 추구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사유재산 제도는 부자와 빈자를 가리지 않고, 그들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민주적 절차에 의해 부여된 권력이라고 해서 자의적이지 않다는 믿음은 그 근거가 없다. 민주적 절차란 권력의 원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의적 권력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다.
-법에 의한 지배하에서 평등이란,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자유에 도움이 될 때에만 그 가치를 지닌다.
-법치국가 속에서 개개인들은 정부의 권력이 노골적으로 개인의 노력을 침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하에 자신들의 목표와 꿈을 자유롭게 추구할 수 있다.

김용삼 펜앤드마이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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