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을 산 사람들은 후일 무엇을 기억할까. 코로나19와 마스크 얘기를 빼놓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코로나19로 바뀐 디지털 환경과 비대면 서비스에 대해 설명할 게 분명하다. 인류 역사에 그런 순간이 많았다. 그 이전과 이후, 그것이 있기 전까지의 삶보다 그것이 있고 난 뒤의 삶, 확연히 인류를 변화시킨 것들이 있었다. 세상을 바꾼 것은 생각일 수도 있고 사물이거나 사건일 수도 있다. 코로나19 같은 질병이나 우크라이나-러시아 격돌 같은 전쟁이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40명의 필자가 세상의 변화 40가지를 포착한 《자유의 순간들》은 인류 역사의 획기적 순간을 만나게 해주는 책이다. 6쪽 분량에 한 편씩 담겨 있어 순식간에 다 읽어도 되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 읽으며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든 힘을 만나도 된다. 의미있고 재미있는 40개의 변화 가운데 특별히 관심 가는 분야가 있다면 관련 자료와 책을 찾아 더 연구하길 권한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 세상 보는 시각이 더 확장될 게 분명하다.
일곱 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 책은 ‘아편전쟁으로 시작된 동아시아 근대화’부터 ‘비트코인, 화폐의 진화’까지 광범위한 변화를 다루고 있다. 1부의 7개 꼭지 가운데 하나인 ‘한국전쟁으로 확립된 동아시아 문명 질서의 성격’(김광동)을 보면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을 중심으로 재편된 세계 역사를 다각도에서 접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전쟁이라는 커다란 희생을 입고서야 자주 독립적 자유개방 체제의 길을 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깨닫게 됐다. 아울러 자유민주적 세계와 함께 가지 않으면 자유도 민주도 번영도 없다는 확고부동한 역사적 교훈을 확인하게 됐다.
인터넷은 실로 놀라운 변화
2부에 포함된 ‘베를린 장벽 붕괴의 교훈’(윤상호)을 읽으면 자유시장경제와 사회공산경제 간 차이를 알게 되고, 왜 사회공산경제가 지속 불가능한 체제인지를 확실히 깨닫게 된다. ‘개인의 자유를 최우선시한 미국의 헌법’(김성준)이라는 3부의 글에서 ‘미국 헌법 제정 당시 가장 우려했던 것이 입법부의 독재 가능성’이라는 내용이 흥미를 끌었다. 미국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국가통치 기본 원리를 바탕으로 삼권분립을 실시하고 있는데 필자는 ‘입법부는 기본적으로 다수의 국민을 대표하는 기구이기 때문에 언제나 다수독재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원자력이 주도하는 에너지 혁명’(전삼현)은 4부에 담겨 있다. 석탄, 석유, 전기에 이어 1950년대에 원자력이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등장했다. 기술 발전으로 방사능 유출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세계는 화석연료 없이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원자력 생산에 총력을 쏟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17년 내세운 탈원전 정책으로 세계 최고의 원자력 기술 수준이 후퇴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처했다. 에너지와 환경, 기술에 대해 생각해볼 게 많은 내용이다.
5부에 실린 ‘인터넷, 인류 최고의 메가 혁신’(이혁우)은 절대적으로 공감이 가는 제목이다. 1989년 문자나 사진, 동영상, 음성정보를 전송받을 수 있는 월드와이드웹(www)이 개발되면서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1994년 검색엔진 야후의 등장으로 인터넷이 폭발적으로 확산됐으며 2007년 아이폰이 나오면서 아이팟과 휴대폰, 모바일 인터넷 기능을 합친 손안의 인터넷이 구현됐다. 이제 인터넷 없는 세상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인터넷이 자유의 질을 완전히 바꾼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글이다.
과거의 변화를 통해 미래를 보라
6부의 ‘비트코인, 화폐의 진화’(송상우)도 관심이 많이 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상에 처음 소개된 비트코인은 명목화폐의 단점을 극복하고자 야심차게 등장했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위험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재산을 더 안전하게 보호하고 거래를 더 자유롭게 해주는 수단이라고 판단되는 새로운 것이 나타나면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일 필요와 의무가 있다. 비트코인이라는 아이디어는 화폐 시스템에서 커다란 개념적 돌파다. 필자는 달러가 지배하는 세상이지만 화폐의 진화가 계속되는 한 비트코인은 미래에 더 중요한 화폐가 될 것이라며 상상력과 관용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세상은 새로운 시도와 노력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과거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보는 가운데 내가 새로운 모멘텀의 주역이 될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자유의 순간들》에 등장하는 획기적인 변화를 통해 미래를 상상하며 새롭고 의미있는 전환을 기획해보라.
이근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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