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 등이 환경재앙을 초래한 이른바 '인류세(Anthropocene)’에 우리는 살고 있다"
- 3월 중 대표 경제단체 대한상공회소 회장 취임...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등에 ESG 경영 확산 '기폭제'
- 지배구조 과제...채이배 "ESG 중에 S하고 G도 더 많이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재계 수장'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3월 중 공식 취임하면서 경제계에는 'ESG 경영' 바람이 불 전망이다.
대한상의는 최태원 회장을 차기 수장으로 추대하면서 경영 업적 및 글로벌 역량, ESG 경쟁력, 한국 경제계를 대표하는 인물 등이 고려됐다고 밝혔다.
특히 최 회장이 그동안 강조해 온 ESG 경영이 재계 전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4대 그룹 총수가 국내 최대 경제단체인 대한상의 회장에 오르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최 회장의 영향력은 커지게 된다.
최 회장은 재계와 정부 사이 소통 역할은 물론 ESG 경영의 국가 전반 확산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은 경제 대표 단체 수장으로서 ESG 경영 전도사 역할의 적임자"라며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까지 아우르며 상생협력을 가속화하고 사회 문제 해결에 앞장설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최 회장은 지난해 열린 도쿄포럼, 베이징포럼, 상하이포럼 등에서 ESG 중심의 글로벌 협력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최종현학술원과 일본 도쿄대가 '지구환경 위기와 글로벌 거버넌스’를 주제로 공동 개최한 도쿄 포럼 2020 개막 연설에서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 등이 환경재앙을 초래한 이른바 '인류세(Anthropocene)’에 우리는 살고 있다”며 “우리는 환경을 해치는 잘못된 행동들을 궁극적으로 바꿔나가기 위해 새로운 시스템과 방법론들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SG 경영을 가속화 하는 것이 환경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극복하는 해법이 될 것"
이어 최 회장은 “기업들이 친환경 사업, 사회적 가치(SV) 창출, 투명한 지배구조 등을 추구하는 ESG 경영을 가속화 하는 것이 환경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극복하는 해법이 될 것”이라며 “각 기업들은 이미 ESG 경영 추진 노력 및 성과에 따라 시장에서 가치(Value)를 평가받고 있는데, 이러한 가치 측정체계가 고도화될수록 기업들의 행동도 바뀌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ESG 측정과 회계 반영을 위한 논의에 앞장서고 있다. 바스프, 도이치 뱅크, 노바티스 등 전세계 14개 기업과 비영리법인 VBA을 만들어 국제적인 ESG 측정 표준을 연구 중이다. SK는 VBA 부의장사를 맡고 있다.
다만 최 회장은 ESG 경영의 실효성을 보다 높이기 위한 방안들이 강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회적 가치를 계량화해 명확한 수치로 산출하고, 이를 보상으로 이어지도록 함으로써 ESG 경영의 속도를 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VBA와 사회적 가치 측정의 국제표준을 만드는 한편, 사회성과인센티브(SPC)를 통해 사회적기업 제품의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 금전적으로 보상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런 전략과 시스템들은 우리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자발적 참여가 있어야만 의미가 있다”며 “무엇보다 코로나와 환경재앙, 무관심, 증오 등으로 상처를 받은 사람들을 이해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공감능력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ESG 경영이 고객 가치를 강화하고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확신한다. 매출과 영업이익 등 종전 재무성과를 중심으로 한 기업가치 평가 방식은 더 유효하지 않다는 것.
특히 최 회장은 SK그룹 내에서도 CEO(최고경영자)들에게 "'딥 체인지(근본적 혁신)'로 기업의 체질을 바꾸고 매력적인 목표와 구체적 실행 계획이 담긴 파이낸셜 스토리로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주문해왔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ESG 경영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SK그룹은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 거버넌스위원회를 신설하고, SK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에 전담조직을 꾸렸다. SK는 올해 미국 수소 사업 선도기업인 플러그파워사 투자를 통해 친환경 수소 사업 육성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최 회장은 4대 핵심 사업인 그린, 바이오, 디지털, 첨단소재 중심의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성과를 입증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 회장은 재계 총수와 사회적 가치 연대에 나섰다. 최 회장은 지난 1월 포스코그룹 최정우 회장과 경북 포항시 송도동에 위치한 소규모 식당에서 '희망나눔 도시락'을 함께 만들고, 거동이 불편한 독거 어르신 가정을 찾아 직접 전달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해 9월 SK그룹이 온라인으로 개최한 '소셜밸류커넥트(SOVAC) 2020’ 행사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초청했다. 정 회장은 축하영상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고 강조했다.
최태원 노력 성과...'ESG에 대한 대학생 인식 조사’ 보고서, 가장 잘하는 기업 'SK그룹'
최 회장의 ESG 경영 노력은 여러 성과와 결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지난 2월 발표한 30대그룹 총수 대상 빅데이터 분석한 결과 ESG경영 실천을 가장 많이 강조하고 있는 총수는 '최태원 회장'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SK그룹은 ESG 경영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SK그룹 계열사 중 A등급을 받은 곳은 8곳이다. 가장 높은 평가인 A+ 등급을 받은 곳은 SK(주), SK텔레콤, SK네트웍스다.
(재)자유기업원이 지난 1월 발간한 'ESG에 대한 대학생 인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 38.6%는 SK그룹이 38.6%의 응답률로 ESG 경영을 가장 잘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 회장이 ESG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국내 기업 최초로 'RE100 캠페인(Renewable Energy 100)’ 참여를 선언하는 등 SK그룹의 구체적 노력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
자유기업원 기업문화실 곽은경 실장은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ESG를 경영에 활용하고 있고, 새롭게 출범한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활성화 및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어 ESG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향후 더 높아질 것이다”며 “기업도 ESG를 반영한 마케팅과 기업 PI 전략을 적극적으로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최 회장에 대한 우려도 있다. 채이배 전 국민의당 의원은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부당 지원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며 " ESG 중에 S만을 가지고는 잘한다고 할 수 없다. 물론 재생에너지도 중요하고 새로운 우리가 기후위기 변화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관계나 지배구조도 잘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해서 그 ESG 중에 S하고 G도 더 많이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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