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좋아도 사회적 가치 창출 낮으면 퇴출"…ESG 대표기업 된 SK

자유기업원 / 2021-01-19 / 조회: 11,115       한국경제

더 빨라진 ESG 시계

(5) SK의 ESG 실험


계열사 평가에 ESG 적극 반영

매출·이익 등 KPI 비중 낮추고 

사회적 가치 비중 50%로 확대


사회적 가치 창출이 지향 목표


SK그룹은 2019년 초 “계열사 성과평가제도(KPI)에 사회적 가치(socail value) 창출액을 50%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사회적 가치 창출은 SK가 추구하는 ‘바람직한 돈 버는 방식’이다. 매출과 이익이 아무리 늘어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이 미흡하면 평가 시 ‘A’(우수)를 받을 수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였다.


ESG 활동 측정 위해 산식 개발


19일 컨설팅업계에 따르면 SK는 각 계열사의 ESG 활동을 ‘금액화’해 평가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매출, 영업이익처럼 화폐 단위로 ESG를 측정한다. 금액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실제 규모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ESG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SK처럼 ESG 활동을 평가에 전면적으로 적용하지 못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측정 방식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주요 기업이 경쟁적으로 ESG 활동을 강화하고 있지만, SK처럼 KPI 비중에 절반이나 반영한 곳은 없다는 점도 같은 이유에서다. SK 각 계열사는 이 같은 측정 방식에 근거해 사업 구조를 ESG 중심으로 바꾸기 위한 조직 개편과 인력 재배치 작업을 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말로만 ESG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평가 항목을 뜯어고친 것”이라며 “SK에선 ESG 활동을 못하면 경영을 못하는 기업인으로 간주된다”고 했다.


SK의 구체적인 측정 방식은 이렇다. SK텔레콤은 내비게이션 앱 ‘T맵’이 안전 운전을 유도하고 사고율을 낮추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SK는 이를 금액으로 산정하기 위해 산식을 개발했다. T맵 사용자와 미사용자 간 평균 사고율 차이를 구해야 한다. 손해보험사 통계치 기준 2019년 T맵 사용자 사고율은 4.91%였다. 미사용자 5.81%에 비해 크게 낮았다. 이 차이를 T맵 서비스 가입자 수(약 58만 명), 교통사고 피해 평균 처리비용(약 930만원) 등과 곱하면 금액이 산정된다.


계산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SK텔레콤이 사고율 감소를 포함해 사람들의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한 것까지 수치화해 나온 값은 약 1618억원이었다. 이런 식으로 SK텔레콤이 환경 분야에선 오염 물질 배출을 얼마나 줄였는지, 협력사와 동반 성장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등을 금액으로 산정했다. SK텔레콤은 2019년 총 1조8709억원어치에 해당하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이 같은 측정 방식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의적이고, 정교하지 않은 데다 모든 사람의 눈높이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SK그룹의 ESG 강화 방침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 다소 부정확해도 방향성이 맞다면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측정→평가→지원이 핵심


SK가 ESG를 평가에 넣은 것은 최태원 회장의 강력한 의지 때문이었다. 시작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 회장은 1998년 SK그룹 회장에 오른 뒤 회사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재정립하는 작업을 했다. 그 결과가 2004년 발표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행복 극대화’란 지향 가치다. 기존의 ‘이윤 극대화’에서 주주, 직원, 협력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만족시키기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최 회장이 본격적으로 사회적 가치란 용어를 쓴 것은 2012년께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대대적 지원을 결정하면서다. 당시 사회성과인센티브(SPC)란 것도 도입했다. 사회적 기업은 매출, 이익 같은 일반 기업에 적용하는 숫자로 평가하기 어려우니 이들을 위한 별도 측정 도구를 개발한 것이다. 이를 토대로 인센티브를 차등적으로 줬다.


2018년에는 SPC를 응용, SK 각 계열사에도 적용했다. 사회적 기업처럼 SK 계열사들도 사회적 가치를 많이 창출하면 인센티브를 차등적으로 줬다. SK가 KPI에 50% 비율로 사회적 가치 창출을 반영할 수 있었던 것도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SK의 ESG 강화 노력은 젊은 층의 인식 개선에도 기여했다. 자유기업원이 작년 11월 26일~12월 11일 전국 대학생 100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8.6%가 SK(주)를 ESG 우수 기업으로 꼽았다.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안재광/이선아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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