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사태→사회적 거리두기→외식업 위기→자영업 줄폐업→서민경제 붕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사태로 국내 외식업계는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사회적으로 전염병 감염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출활동을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탓이다. 경기침체와 최저임금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외식업계는 소비자들이 외식을 자제하면서 실적이 급감했다. 일부 업체는 존폐를 고민할 정도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2월 외식업 중소기업 경기지수 역대 최저… 비대면 서비스 강화 등 살 길 모색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의 외식산업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된 2월 외식업 관련 중소기업의 경기전망지수는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 중 '숙박 및 음식점업’ 지수는 코로나 확산 이전인 1월 72.8에서 44.5로 급락했다.
지수가 100 이상이면 내달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전망한 업체가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보는 업체보다 더 많음을 나타내며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뜻한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확산된 2015년 숙박 및 음식점업 지수가 86이었던 점을 감안했을 때 상황의 심각성은 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외식업계의 위기는 전염병 확산에 따른 외출자제 분위기 형성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코로나 발생 이후 외식업체 영향’을 조사한 결과 코로나 발생 후 5주간 전국 외식업체 600곳 중 95.2%는 일평균 고객이 평균 65.8%나 급감했다.
코로나 발생 이후 외식업체 평균 고객 감소율 추이는 1차 조사(29.1%) 대비 2차 조사(26.1%)에서 3.0%p 감소하며 사태가 진정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가 급속도로 확산된 직후 실시한 3차 조사에선 평균 고객 감소율이 32.7%로 급등했다. 4차 조사에서는 59.2%로 껑충 뛰었다.
중소 외식업체들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실적부진이 장기화 될 가능성을 보이자 나름의 살 길을 모색 중이다. 비대면 마케팅 확대, 숍인숍 형태의 듀얼스토어 매장, 가맹점과 임대료 감면 매장 임시휴업 등이 대표적이다.
[그래픽=박현정] ⓒ스카이데일리
F&B 비즈니스 플랫폼 위쿡의 경우 국내 최초 공유주방 사업을 통해 간신히 최악의 상황은 피한 상태다. 위쿡 관계자는 “코로나 여파로 인해 외식 소비가 줄며 오프라인 음식점들은 심각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며 “위쿡은 유형별 공유주방인 △식품 제조∙유통형 △배달형 △식당형 등 11개소를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쿡은 온라인 채널을 통한 활로 모색도 시도하고 있다. 위쿡 관계자는 “온라인 유통채널인 '위쿡마켓’과 스페셜티 그로서리 스토어 'KITT’를 등의 판매 플랫폼을 운영해 매출 타격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배달형 공유 주방의 경우 1, 2월은 꾸준히 16~20% 증가했다”고 말했다.
일부 업체들은 배달과 테이크아웃을 강화하는 식으로 불황에 맞서고 있다. 떡볶이 프랜차이즈 전문점 죠스떡볶이의 경우 기존 매장의 일부 공간을 임차하는 숍인숍 형태가 아닌 테이크아웃 특화 점포를 구축하기도 했다. 죠스떡볶이 관계자는 “2월에 코로나 이슈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매출이 급감했다”며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줄어든 반면 배달매출이 올라서 전체 매출 타격은 그나마 덜한 편이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사태 전에 기획된 1개 점포에 2개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형식의 듀얼 매장 역시 코로나 피해가 적은 편이다”며 “기존 매장의 일부 공간을 임차하는 숍인숍 형태가 아니라 테이크아웃 특화 점포라는 점이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표 한식 프랜차이즈 기업 본아이에프는 자체 배달앱 서비스의 수수료를 대폭 인하하거나 면제해주는 방식으로 가맹점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본아이에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외식 손님이 줄어 매출감소가 불가피해졌다”며 “3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4%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본사 차원에서 가맹점 매출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자체 모바일 배달앱 본오더 내 전 브랜드의 배달 수수료를 지난달 3일부터 31일까지 면제해줬다”고 덧붙였다.
치킨프랜차이즈 업체인 가마치통닭은 “코로나 사태 이후 지역 편차가 있지만 매장 매출은 감소했다”며 “그나마 워낙 저가 치킨이고 배달 매출이 늘면서 전체 매출에 타격이 적은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평균 매출액의 경우 현재 대구·경북 지역이 제일 힘들다”며 “본사 차원에서 대구·경북 지역과 그 주변 지역에는 임대료를 10%를 할인하는 등 가맹점과 상생하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외식업계 위기→자영업자 줄폐업→서민경제 붕괴…“규제개선·공포감해소 대책 나와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외식업체들의 위기는 곧장 자영업자 위기로 확산된 최악의 상황엔 서민경제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영업자 중 상당수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이거나 혹은 유명 프랜차이즈의 인구유입 효과를 보고 있어서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의 4월 외식산업 통계에 따르면 외식 자영업의 2월 경기 지수는 29.8로 전월 60.9의 반토막 수준을 기록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고요남 명동점 관계자는 “고요남 3개 지점은 지난해에 글로벌푸드시스템에서 분리돼 현재는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명동의 상권 특성상 외국인 유동인구가 많아 코로나 피해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다”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P 외식 프렌차이즈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매출이 지역 마다 편차가 있지만 30~40% 감소했다”며 “본사 측도 매출악화로 힘들지만 현장의 최전선에 있는 가맹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움직임 확산으로 더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심각하다며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정부 차원의 대책이 등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자영업자 위기는 곧 서민경제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코로나로 인한 피해보다 경제위기로 인한 피해가 더 커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는 철저한 방역과 더불어 민생경제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 정부는 근본적인 정책 개선을 통해 경제활동을 어렵게 하고 있는 요소들을 해소하고 소비자들이 방역수칙을 지키되 막연한 공포감을 갖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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