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찔끔 지원은 언 발에 오줌 누기…정책 안 바뀌면 코로나 후가 더 걱정
우한코로나 사태로 매출에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날로 가중되고 있다. 문재인정부 들어 '소득주도 성장’을 외치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같은 급진적인 정책들 때문에 어려움이 심화된 상황에서 전염병 사태까지 겹쳐 도무지 출구를 찾지 못하는 사업자들이 하루가 다르게 확산 일로다. 자영업자들은 엎친데 덮친 파고를 만나 만신창이 신세로 전락한 모습이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해 국회가 심의에 착수했으나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에게 돌아올 지원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언 발에 오줌누기’ 식의 생색내기에 불과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찔끔 지원이나마 받아봤자 나중에 세금으로 토해내야 할 게 뻔하다는 불만도 많다.
당·정·청이 11일 추경 증액과 함께 다양한 지원사업 신설까지 검토하고 나섰지만 막상 자영업자들은 그 마저도 크게 기대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위원장에 따르면 내주 정도에 관련 세부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소상공인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한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게 자영업자들에겐 더욱 불안하다. 매출 감소가 지속된다면 상권 자체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경기 침체로 이어지고 고용시장도 타격을 받게 돼 구매력 저하를 촉발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상공인들은 속절없이 무너지지 않으려면 대출이라도 내 버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다수의 자영업자들은 점차 한계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면서 정부에 생색내기가 아니라 실효성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생색내기 지원 말고 실효적 대책 호소… 자영업자 "우린 국민도 아닌가"
자영업자들이 그동안 얼마만큼 어려움을 겪어왔는지는 대출금 규모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이들 대출금은 영세 자영업자들에게는 속칭 땡빚이 되고 있다. 그만큼 사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막연한 생계형 빚이 상당부분을 차지한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의 '2019년 4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현재 서비스업 대출 잔액은 741조9000억원으로 3개월 전보다 22조7000억원(9.6%) 늘었다. 이는 2018년 3분기(24조3000억원) 이후 1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세다. 전년 동기와 비교한 증가율도 9.6%에 달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미친 2009년 1분기(11.1%) 이후 10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수치들은 서비스업 전반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해석된다.
분야를 좁혀 자영업자와 관련성이 높은 도·소매, 숙박 및 음식점업 대출을 봐도 마찬가지다. 작년 4분기의 대출 잔액은 226조8000억원이다. 전체 서비스업 대출의 30.6%를 차지한다. 규모 뿐만 아니라 전년 동기 대비 6조7000억원이나 늘었다. 증가율이 서비스업 전체(9.6%)보다 월등히 높은 13.3%다. 범위를 더 좁혀 도·소매업 대출만 보면 증가율이 무려 14.2%로 역대 최고치다.
그만큼 자영업자들이 작년 4분기에 대출을 많이 받았다는 뜻이다. 자영업자 상당수가 빚으로 사업을 연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 사태까지 덮쳤다. 한마디로 죽을 맛을 호소하는 자영업자들이 대부분이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매출이 급감하면서 상대적으로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까지 늘었다. 대출 증가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 역시 가중되고 있다. 자금난에 찌들리면서 결국 생계까지 위협받는 한계가구가 급증했다.
그런데 소상공인들은 지금의 코로나 사태도 문제지만 자영업에 타격을 주는 정부의 반시장적 정책에 변화가 없으면 3개월, 6개월 후가 더 문제라고 걱정한다. 앞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의 입구에 들어선 기분이라는 사업자들이 적지 않다.
길거리 여론에서 자영업자들의 이런 우려들이 그대로 나온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S돈까스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윤희은 씨(34)는 “우한코로나 사태로 고객이 감소하면서 매출이 70%나 줄었다”며 “이 때문에 최근 자영업자 대출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사태가 지속된다면 우리는 물론이고 인근 자영업자들 대부분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고 걱정했다.
윤 씨는 또 “자영업자는 일반 직장인에 비해 각종 공제혜택을 받기가 까다롭다”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서 보듯 정부한테 자영업자는 국민 대우도 못 받는 수준이다”고 토로했다.
서울 강남구 강남역 지하상가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점주 이윤호 씨(34)의 입장도 비슷하다. 그는 “코로나 여파로 매출이 크게 줄면서 인건비, 임대료 등의 부담 때문에 대출을 받았다”며 “정부가 임대료 인하 같은 몇 가지 처방을 내놓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혜택을 본 것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역에 위치한 C패션 브랜드 점주 이미란 씨(여·가명)도 “코로나 여파로 고객이 줄어 매출이 평소보다 20%나 줄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씨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소상공인 긴급 지원과 경기 부양 등을 위해 추경을 긴급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별로 기대를 안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실질적인 지원 혜택을 받은 적이 없다”며 “소상공인 대출 상담을 위해 은행을 찾았으나 담보 여력이 부족해 대출도 못 받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인건비 부담에 근로자 해고 불가피… 전문가들 “근본적인 정책 개선 필요”
자영업 종사자들은 특히 매출 악화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크게 걱정한다. 서초동 남부터미널역 부근에서 3년째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영중 씨(31 ·여)는 “지금은 대출을 받아가며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고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몇 개월 뒤가 더 문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우한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지금 일하고 있는 직원들도 해고해야 할 상황이 될지 모른다”며 “정부는 임대료 인하,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 감면 등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의 진단도 비슷하다. 우한코로나 사태와 관련한 정부의 추경은 자영업자들에겐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급진적 최저임금제와 주52시간제 같은 정책들이 지속된다면 자영업 종사자들의 위기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단순히 자영업자들의 피해에 국한되지 않고 장기적으로 한국경제 전체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우한코로나 사태 이후 소비절벽, 판매절벽이 오면서 모든 게 중단된 상황이다”며 “정부가 추경으로 지출을 늘린다고 실질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운을 뗐다.
최 원장은 “정부는 민간의 경제활동을 어렵게 만드는 최저임금과 주52시간제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두 정책은 자영업자들의 인건비 부담을 늘려 노동자들을 위하기보다는 오히려 일자리를 잃게 하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현 정부의 근본적인 정책 개선을 통해 경제활동을 어렵게 하고 있는 요소들을 해소하고 경제의 선순환을 이뤄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지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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