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가의 보도' 추경 등 재정 과다의존에만 기대선 안돼
민간이 자발적으로 뛰도록 '경제환경' 정비 병행해야
코로나19 사태 휴유증이 실물경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월 소비와 투자가 동반 격감했다.
특히 소비는 8년 11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생산 부문이 그나마 증가세를 지속했지만 미약해, 2월 이후 우리 경제에 더욱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게 됐다. 장기 불황을 벗어나야 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라는 암초를 만난 한국 경제,
해법은 없을까?
◇ 생산부문 선전 불구 2월 이후 장담 못해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1월 산업활동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 산업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은 전월보다 0.1% 증가에 그쳤다. 기계장비가 7.1%나 주는 등 광공업 생산이 1.3% 줄어든 것을 서비스업 생산(0.4% 중가)이 상쇄해 준 덕분이다.
반도체가 3.3% 증가로 반등세를 지속한 반면 통신·방송장비가 무려 24.1%나 감소하면서 광공업 생산 부문의 부진을 드러냈다. 서비스업 생산의 경우 정보통신(4.4%)과 금융·보험(3.2%)이 나름 선전했으나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임대 등에서 6.0%나 줄어 대조를 보였다.
광공업 출하는 제조업, 전기·가스업을 중심으로 전달에 비해 3.4%나 줄었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반도체, 통신·방송장비 등이 함께 줄면서 3.5% 감소했다. 반도체, 화학제품 등의 재고가 늘면서 재고량도 4.1% 증가했다.
그나마 제조업 가동률지수는 통신·방송장비, 전자부품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자동차 등의 선전으로 전월 대비 0.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75.8%로 전월 대비 0.6%포인트 상승했다.
통계청은 2월 이후 중국에서의 부품조달 어려움 등으로 인한 수치가 반영되지 않은 상황이라 2월 이후 산업생산 부문의 수치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소비와 투자 “심각한 상황”
같은 달의 소비 동향을 나타내 주는 소매판매액이 전월 대비 3.1%나 줄었다. 아직 코로나19의 여파가 본격화되기 전임에도 상당한 감소 폭이다. 지난 2011년 2월 마이너스 7.0% 기록 이후 8년 11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승용차 등 내구재 판매가 8.5%나 크게 줄어 전체 수치를 끌어 내렸다. 자동차 판매 부진은 지난해 하반기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 종료가 함께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신발·가방 등 준내구재 판매도 2.2% 줄었고, 화장품 등 비내구재 역시 판매가 0.7% 감소했다.
업태별로는 면세점 판매가 17.3%나 크게 줄었다. 대형 마트도 3.9%나 줄었다. 차량 운행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 승용차·연료소매점 판매도 10.2%나 격감했다.
장기 불황의 여파에 기계와 운송장비 투자가 동반 부진한 탓에 설비 투자 역시 6.6%나 감소했다. 기계류 투자는 6.0%, 자동차 등 운송장비 투자는 8.0% 씩 줄었다. 통계청은 투자 감소에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소비 부진 상황이 자속될 가능성이 높아 이 부분 역시 2월 이후 상당한 고전이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전날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했지만, 이주열 한은 총재가 코로나19의 여파가 지속될 가능성을 언급했을 만큼 2월 이후 우리 경제의 향방은 위태로운 지경이다.
◇ 2월 이후 경제회생책은? … 재정 올인보다 민간이 뛰게 해야
통계청은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전월보다 0.3포인트 상승해 2개월 연속 상승세라고 밝혔다. 향후 경기 흐름을 예측케 해 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1포인트 상승해 5개월째 상승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 안형준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동행지수와 선행지수가 2개월 연속 동반 상승해 지표 상으로는 지난해 12월에 이어 경기 회복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미칠 2월에는 경기 회복 흐름을 제약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 같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특히 코로나19의 여파가 설 연휴 기간 동안 주춤했던 특별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2월부터 확진 환자가 급증하는 분위기 속 운수·숙박업 등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여기에 기업들도 중국에서의 부품 조달 부진과 국내외 소비 감소 추세와 맞물려 생산 및 투자 조절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우려를 낳는다.
정부가 예비비 우선 투입,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조기 편성 및 투입 등의 단기 컨텐전시 플랜을 추진하고 있지만, 우리 경제가 갖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상당한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희숙 KDI(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최근 정부에서는 경제정책의 실패를 재정 지출로 틀어막기 위해 재정 안전성 관리를 소홀히 하는 분위기가 엿보인다”면서 정부 구조개혁과 동시에 '상생’을 위한 산업정책, 일자리 창출을 통한 복지정책 등을 권고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정부가 불쑥 추가경정예산안부터 꺼내놓는 것은 우리 경제에 대한 진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잇다는 반증”이라면서 “추경이라는 임시방편에만 매달리지 말고, 과도한 간섭과 규제를 풀어 경제활동이 민간의 자발적 의사에 의해 활성화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배·박명원 기자 lwb2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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