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이후 급격한 경기불황…“국민 위한다면 정부패착 인정해야”
서민·노동자 중심의 사회를 만들겠다던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오히려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이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정책 기조의 최대 수혜자로 지목됐던 이들이 오히려 피해자로 전락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과 현실과의 괴리감으로 인해 기업들이 활동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면서 그 여파가 서민·노동자에까지 미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주목되는 사실은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각종 경제지표가 줄줄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대통령과 정부가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기존 정책 방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국세수입은 3조원 넘게 감소했음에도 정부는 경기활력 제고를 위해 재정을 적극적으로 집행했다. 이에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통합재정수지는 4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국가 경제허리로 불리는 30~50대 일자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생산·수출 등 지표는 OECD 하위권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경고등 켜진 韓경제…국가채무 700조 돌파, OECD 하위권 머문 성장지표
기획재정부(이하·기재부)가 지난 8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1월호’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기준으로 국가 통합재정수지는 10년 만에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는 11월 누계 기준으로 2011년 통계 공표 이래 가장 큰 적자를 기록했다. 나라 빚을 의미하는 중앙정부 채무는 역대 최초로 700조원을 넘어섰다. 11월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는 전월 대비 6조원 증가한 704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국세수입은 276조6000억원으로 전년 보다 3조300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10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국세수입 감소폭은 3조원이었지만 11월 규모가 확대됐다. 이 기간 결산 기준 잠정 세수 진도율은 93.8%로 전년 동기(95.3%)보다 1.5%포인트(p) 하락했다. 1년간 걷어야 할 세금을 100%라 가정했을 때 11월까지 93.8% 밖에 걷지 못했다는 의미다.
최근 5년(2014년~2018년) 평균 세수 진도율(94.4%)과 비교해도 0.6%p 낮은 수치다. 예산 기준 세수 진도율은 1년 전보다 10.6%p 내려갔다. 국세수입 감소로 지난해 한해 걷힌 세금이 정부의 세입예산(294조8000억원)보다 적은 세수결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해 세입예산의 1% 수준으로 세수 결손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세수결손이 발생한다면 지난 2015년 이후 4년 만이다. 지난해 11월까지 정부 총지출은 443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조9000억원 증가했다. 정부의 총수입보다 총지출이 큰 폭으로 늘면서 두 수치의 차이를 나타내는 누계 통합재정수지는 7조9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10조700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물론 12월 종합부동산세 등 세목에서 세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부가 이·불용을 최소화하면서 적극적으로 재정집행을 하고 있어 연간 통합재정수지는 악화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관리재정수지도 45조6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1년 이후 가장 큰 적자를 낸 것이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것으로 정부의 실제 살림살이를 나타낸다.
국가재정 뿐 아니라 경제상황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한경연)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우리나라 산업생산 감소율(전년 동기 대비)은 OECD 31국 중 독일과 포르투갈 등 4개국에 이어 다섯 번째였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1~3분기 전국 32개 국가산단 생산액은 363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413조원과 비교해 12% 감소한 수치다. 생산액 감소는 수출 감소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상반기 국가산단의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8% 쪼그라들었다.
고용지표도 부정적이다. 실업률갭률은 그리스와 이탈리아에 이어 세 번째로 컸다. 실업률갭률이란 실제 실업률과 자연실업률(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실업률)의 차이인 실업률갭을 자연실업률로 나눈 지표다. 실업률갭률이 크면 그만큼 경기가 나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상반기 실업률 상승 속도도 터키, 아이슬란드, 멕시코에 이어 4위였다.
서민들 “이전 정부보다 살기 어려워졌다”…전문가 “소득주도성장은 실패한 정책”
주요경제 지표가 줄줄이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앞으로의 전망도 부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저성장·고령화 상태에서 경기부양책이 반복돼 국가채무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그나마 일본은 세계 최대 해외순자산 보유국인데다 경상수지 흑자도 안정적이라 근근이 국가채무를 버티고 있지만 한국은 정부 빚이 많아지면 대외신뢰도와 거시경제 안정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우리 국민들 역시 향후 국가경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여의도연구원이 지난 2~3일 전국 성인남녀 1953명을 대상으로 ‘한국경제 국민인식 진단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 정부 남은 임기동안의 살림살이 전망에 대해 ‘나빠질 것’이란 응답이 40.6%에 달했다. ‘나아질 것’이란 응답은 30.0%에 그쳤다. 현 정부에서 자신의 살림살이 형편이 ‘나빠졌다’고 응답한 경우는 47.3%나 됐다.
스카이데일리는 통계상으로 드러난 경기불황을 국민들이 어느 정도 느끼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처음 찾은 곳은 고용복지플러스센터였다. 이곳에서 만난 일반 국민들은 경기불황이 체감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업급여 신청을 위해 방문한 이정환(남·33) 씨는 “최근 다니던 직장에서 실직한 이후 재취업을 위해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왔는데 생각보다 경력직을 뽑는 기업이 없어서 구직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업계에서 전문 기술직으로 일했지만 2~3년 전에 비해 기업들이 채용에 매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주변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예전보다 지금이 먹고살기 더 힘들다고 토로하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민정부에서 서민들이 살기 팍팍해 졌는데 정부가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무능력을 증명하는 꼴이다”고 꼬집었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지하철 7호선과 분당선 지나는 강남구청역 인근이었다. 이곳은 과거 백화점이 있던 자리를 중심으로 주변 상권이 형성돼 있는 강남 지역을 대표하는 상권 중 한 곳이다. 그러나 현재는 옛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쇠락했다. 인근 직장인들의 점심식사 장소 정도에 불과한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25년 넘게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정순(여·59) 씨는 “자영업자들이 항상 입에 달고 사는 말이 ‘먹고 살기 힘들다’라곤 하지만 최근에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며 “주변에서 수년간 같이 일했던 음식점 사장님들이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폐업하는 것을 보면 남일 같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특히 최근 2~3년 사이 정도가 심해졌다”고 말했다.
백화점길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조상구(54·남) 씨는 “백화점길 상권은 완전히 죽었다고 봐야 한다”며 “경기침체엔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서민정부가 표심에 최저시급 인상과 52시간제 등 기업이 경영하기 힘든 조건을 만드니 기업이 투자나 고용에 소극적이게 되고 결국 직장인들이 지갑을 닫게 되는 게 경기침체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수의 경제전문가들은 극심한 경기침체는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의 민낯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한다. 겉으로는 그럴싸해 보이지만 현실과 크게 동 떨어져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부작용만 낳을 가능성이 높아 결국 국민 피해를 유발하는 이론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프랑스의 마크롱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비슷하게 출발했는데 지금 경제상황은 전혀 다르다”며 “마크롱 대통령은 노동개혁을 통해 일하는 사회를 만들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결국 프랑스의 성장을 도모했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현 정부는 경제정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인지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오히려 서민들이 살기 힘든 상황을 만들었다”면서 “부가가치를 만들어야 국가경제가 성장하고 이것은 기업만이 할 수 있는데 현 정부는 기업을 압박해 오히려 부가가치 창출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현 정부에서 친노조 정책 기조를 이어지고 있는데 이러면 경제 전반에 활력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경제정책의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며 “기업의 경쟁력을 촉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입장에선 정치논리로 재정지출을 풀고 싶겠지만 지금처럼 조세수입이 감소하는 흐름에선 정부의 재정적자가 누적되고 국민들의 세금부담 늘어나기 때문에 장기적 불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나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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