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행정소송 줄패소…올해 과징금 환급률 96.3% `망신살`

자유기업원 / 2019-12-31 / 조회: 13,264       미디어펜

공정위, 정황 증거 통해 담합 사건 처리…법원, 형사사건에 준해 다뤄

전문가들 "소송 패소·환급률 높아지는 것, 공정위가 무리수 둔다는 의미"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7월 기준 잘못 거둬 돌려준 과징금이 2155억7800만원에 달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공정위 업무역량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연도별 과징금 수납 현황./자료=국회예산정책처 2020년도 정무위원회 예산안 분석


31일 국회 예산정책처 2020년도 정무위원회 예산안 분석자료에 따르면 2015년 이후 공정위 과징금 환급액이 매년 1400억~3000억원에 이른다. 올해의 경우 7월까지의 자료만 나와있어 단순 비교엔 무리가 따르나, 과징금 2238억9800만원을 부과했다가 환급한 액수는 2155억7800만원으로 비율로는 96.28%에 달한다.


놀라운 사실은 전년 전체 환급 전 수납액이 3836억2800만원인데 환급액은 1442억8600만원이라는 점이다. 올해 들어 환급액이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 과징금 환급사유별 환급액 추이./자료=국회예산정책처 2020년도 정무위원회 예산안 분석


그렇다면 공정위는 왜 이와 같이 매해 천억원 단위의 과징금을 뱉어낼까. 과징금 환급사유는 잇따른 행정소송 줄패소와 직권취소에 기인한다. 공정위의 직권취소에 의한 환급금은 2015년부터 올해 7월까지 2360억7100만원으로, 전체 중 18.2%다. 행정소송 패소에 따른 환급금은 1조462억400만원으로 80.5%를 차지한다.


▲ 2013년~2018년 6월 간 행정소송 패소 사유 및 유형별 분석./자료=공정거래 행정소송 사건 분석을 통한 업무역량 제고방안 연구


공정위가 조혜신 한동대학교 법학부 교수에 용역을 맡긴 '공정거래 행정소송 사건 분석을 통한 업무역량 제고방안 연구'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공정위가 패소했던 행정소송건은 총 183건이다. 패소 유형은 크게 '위법성 판단(총 140건, 76.5%)'과 '재량 일탈 남용(총 39건, 21.3%)'으로 나뉜다.


세부적으론 위법성 판단 중 △증거 판단(69건, 37.7%) △법리 해석(66건, 36.1%) △잘못된 법령 적용(5건, 2.7%)으로, 재량 일탈 남용은 △관련 매출액 산정(22건, 12%) △중대성 및 과징금 가중·감경 수준 관련(11건, 6%) △부과 과징금 결정 수준-납부능력 고려 등-(3건, 1.6%) △자진신고 지위 인정 여부(3건, 1.6%)으로 구분된다.


법원이 행정소송에서 공정위 손을 들어주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법원과 공정위의 법리 해석과 적용례가 다르기 때문이다. 행정소송 중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담합 사건(부당 공동행위)이다.


경쟁 당국인 공정위는 관례상 묵시적 합의나 담합 행위로 볼 여지가 있는 정황 증거를 활용해 사건을 처리해오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부당한 공동행위 입증과 관련된 합의 인정 또는 부당성 입증에 관한 증거 판단에 있어 형사사건에 준해 다룬다는 게 본 연구 책임자 조혜신 교수의 설명이다.


이 같은 이유로 공정위가 직접 증거 확보를 위해 조사→심결→소송에 이르는 절차에서 시황·관행·사건 경과 등에 관한 정보를 소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2013년~2018년 6월 간 선고된 심급별 공정위 승소율./자료=공정거래 행정소송 사건 분석을 통한 업무역량 제고 방안 연구


아울러 공정위는 심급이 높아지고 과징금 액수가 커질 수록 재판에서 질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전국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에서의 공정위 전부승소율은 각각 94.74%, 91.42%에 달하지만 대법원에서는 63.36% 수준에 머무른다.


▲ 2013년~2018년 6월 간 선고된 판결의 과징금 규모별 공정위 승소율./자료=공정거래 행정소송 사건 분석을 통한 업무역량 제고방안 연구


과징금 규모별 승소율에 대해선 미부과시 90.7%, 1억원 이하일 경우 승소율이 80%이다. 그러나 100억원 초과 500억원 이하일 경우엔 60.87%, 500억원을 넘을 경우 57.14%에 지나지 않아 '큰 돈 걸린 소송에선 공정위가 약하다'는 평가까지 존재한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공정위가 법원에 가면 부과한 과징금의 반도 못 건지는 게 현실"이라며 "무리한 조사로 기업을 괴롭히기를 일삼는 공정위는 결코 공정거래 환경을 만들 수 없다"고 지적했다.


류재우 국민대학교 경상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전년 대비 과징금 수납액은 줄었는데 절대적인 환급액수가 늘어났다는 것은 과징금 부과액 감소에 따른 실적 채우기용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법원이 과징금 환급 결정 취지로 공정위 패소 판결을 내리는 것은 공정위가 무리한 법 적용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권혁철 자유기업원 자유기업센터 소장은 "공정위 나름대로의 과징금에 관한 행정 기준이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공정위원장 기조에 맞춰 무리수를 두고, 그 과정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다 보니 환급률이 높아지는 사달이 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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