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초대석]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문정부, 시장 간섭주의 벗어나 시장 순응적 경제정책 펴야”

자유기업원 / 2019-11-07 / 조회: 12,014       이뉴스투데이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사진=오재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당초 '일자리 정부’와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다. 소득주도성장을 간판으로 삼아 경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확신으로 최저임금 대폭 인상, 근로시간 단축, 법인세 인상 등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역대 최하치를 기록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9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 경계선에 턱걸이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4월 전망한 2.6%에서 한꺼번에 0.6%포인트나 낮춰 잡은 것이다.


자신 있게 외치던 일자리 창출도 실패했다는 평가다. 매년 30만∼40만명씩 늘던 취업자가 작년 10만명 아래로 줄어들었다. 좋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신규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더욱이 이같은 경향이 장기적인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어 우려가 나온다.


실업률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닫는가 하면 세대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위소득(중산층 지표) 50~150% 가구 비중은 지난해보다 1.9%포인트 낮아진 58.3%로 떨어졌다.


다수의 경제 전문가는 정부가 시장 순응적으로 경제정책을 쓰지 않고 시장을 사회주의식 간섭주의로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조언한다. 전문가들의 제언에도 경제 논리가 아니라 정치 논리에 입각한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지는 한국 경제가 직면한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해보고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경제 전문가를 찾아갔다.


다음은 지난달 31일 만난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과의 일문일답.


최승노 원장이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오재우 기자]


Q. 문재인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그간 구사한 경제정책에 대해 평가한다면


“경제 성과가 나쁘게 나오는 측면이 분명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성과가 나쁘게 나올 수밖에 없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표적 경제정책 '소득주도성장’이 단적인 사례다. 경제학자들은 소득주도성장을 하면 나쁜 성과가 나올 테니 폐기해야 한다고 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고집을 부렸다. 혁신과 생산성 증대가 선행되고 그 결과로 소득이 올라가는 게 기본적인 경제 성장 원리다. 소득을 인위적으로 올려 경제 성장을 이룬 사례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소득을 억지로 올리려면 정부가 강제로 임금을 올리거나 복지비 등을 주는 형태인데 두 가지 모두 부작용을 일으켜 도중에 경제를 악화시킨다.”

“예를 들어 임금을 높여 소득을 올리면 회사에서 사람을 자르거나 고용을 안 하면서 일자리가 사라진다. 그러면 회사는 노동력을 상실하면서 소득 창출 동력을 잃고 만다. 세금 낼 사람이 사라지니 정부의 세수도 줄어든다. 그렇다고 정부 지원으로 소득을 높이면 정부 부채가 늘어난다. 악순환인 셈이다. 한마디로 소득주도성장은 경제 논리를 전혀 갖추지 못한 정치 구호성 정책이다. 정부는 경제 논리에 충실한 경제 정책을 써야 한다.”


Q. 경기가 나빠졌다는 평가를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체감하기는 어렵다. 실질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해 달라


“고용 지표는 경제 성장의 단면을 보여준다. 한국은행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자료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토대로 '고용 탄성치’를 산출한 결과 우리나라의 고용 탄성치는 2014년 0.73을 기록한 뒤 내림세를 타면서 2015년 0.39, 2016년 0.31, 2017년 0.39, 지난해에는 0.15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0.57 이후에 가장 낮은 수치다. 매년 30만∼40만명씩 늘던 취업자가 작년 10만명 아래로 줄어든 것이다. 좋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신규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고 있다는 신호다. 더욱이 일시적이지 않고 장기적인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어 우려스러운 일이다.”

“통계청이 올해 8월 발표한 고용지표를 두고 말이 많다. 고용률·실업률·취업자 수 등 3대 고용지표가 큰폭으로 개선됐고 정부는 이를 정책 성과로 자평했다. 수치상으론 얼어붙은 고용시장에 훈풍이 분 듯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늘어난 취업자 수 대부분이 60대 이상 고령자였고 경제 인구에 해당하는 30~40대 취업자 수는 외려 감소했기 때문이다. 정부 재정을 쏟아 노인층 단기 일자리를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고용의 질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최 원장이 법인세 인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오재우 기자]

Q. 기업 입장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어떻게 와닿았을지 궁금하다


“문재인 정부 집권 2년차인 작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지방소득세 포함 27.5%)로 올리며 기업경영을 위축시켰다. 개인소득세율도 올렸다. 이것이 기업에 '한국에서 기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신호를 줬다. 실제로 많은 자본이 한국을 떠나는 계기가 됐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대부분 OECD 국가가 법인세율을 낮춰가는 상황에서 한국만 역행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38.9%에서 25.9%로 무려 14%포인트 낮췄다. 일본도 2012년 39.5%에 달했지만 2016년 30.0%, 지난해 29.7로 내렸다. 한국에 자본을 투자하기 적합하지 않은 환경을 만들어 놓고 기업이 투자하기를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국내 투자 환경이 어렵다 보니 해외 투자가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나라들로 국내 투자 수요가 이동했다. 중소기업의 상당수는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를 선호한다. 반면 대기업은 미국 등 선진국에 투자하는 경향이 강하다. 과거에는 노동력이 저렴한 후진국 시장으로 몰렸지만 시대가 바뀌어 4차 산업혁명과 기술 혁신으로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선진국이 투자 대상이 되고 있다.”


Q. 지난 추석 철도파업으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으면서 사회적 이슈가 됐고, 한국GM 노동조합의 '습관성 파업’이 자동차산업 실적 저하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조합 문제는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


“지난 추석연휴 내내 특정 노동조합이 시민을 볼모로 철도파업을 벌여 큰 사회적 혼란을 낳았다. 사업장을 점거하고 벌이는 투쟁 방식의 불법 노동운동은 기업 환경을 악화시킨다. 특히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노조 입김이 과도하게 쎄다. 가입률이 전체 노동자의 10% 미만에 불과한 특정 노조가 파업을 쉽게 열 수 있을뿐더러 파업을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키고 기업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권한을 쥐고 있다. 청와대와 정당도 특정 노조의 눈치를 보며 그들의 요구를 거스를 수 없는 구조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가 대체 근로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난다고 본다. 파업의 빈자리를 메꿀 수 있는 대체 근로를 허용하는 방안이 노조가 합리적으로 노동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다른 나라들은 대체 근로를 법으로 금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만 '근로기준법’으로 대체 근로를 막아놨다. 지금이라도 대체 근로를 법제화해야 한다.”


최승노 원장이 주휴수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오재우 기자]

Q. 노동정책 중 '주52시간 근무제’와 '주휴수당’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가


“지난해 7월부터 새로운 근로기준법이 도입되면서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주 68시간에서 주 52시간으로 업무시간이 25%가량 급감했다. '주52시간 근무제'는 출퇴근 시간을 사업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강제해 그 폐해가 큼에도 업무를 강제 중단하는 방식이다. 이렇다 보니 일반 제조업은 물론 연구개발(R&D), 게임 업종 등 집중 업무가 필요한 업종에 굉장히 치명적이다. 52시간 예외 업종을 특례로 만들지 않으면 국내 경제에 굉장히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근로시간 규제 후유증이 장기불황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근로시간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것은 무모하고 잘못된 발상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회사는 한 주간 15시간 이상 근로한 근로자에 대해 한 주 평균 1회 이상 유급 휴일을 제공해야 한다. 이 때문에 15시간 이하 초단기 알바만 늘어나고, 고용주가 장기 알바를 뽑지 않아 알바생들의 일할 기회와 수입이 감소하는 결과를 촉발했다. 그 결과로 저소득층과 자영업자에게 어려움을 준 면이 있다. 국회는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주휴수당을 폐지해줘야 한다고 본다.”


Q.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기획재정부 국감에서 '정부 총액인건비제도가 공공기관 내부 임금격차를 키우고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입장은


“공공기관 노조가 인건비를 늘리기 위한 주장에 불과하다. 공공기관 총액인건비제도는 예산 당국이 각 행정기관별 인건비 예산의 총액을 일괄 관리하여 인건비가 방만하게 지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총액인건비제도를 완화 혹은 폐지하면 정부 예산이 방만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많다. 더욱이 정부가 공무원 수를 늘리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감행하며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제도가 폐지되면 공기업이 인건비 비중을 높여 정부 살림살이를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세금을 받아 쓰는 사람은 세금을 아끼고 최대한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Q. 문재인 정부는 양극화 해소에 노력을 기울이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양극화를 부추기는 원인은 무엇인가


“한국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위소득 50~150% 가구 비중이 지난해보다 1.9%포인트 낮아진 58.3%로 떨어졌다. 중위소득 비중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중산층 지표다. 우리나라 양극화를 만드는 주범은 과도한 정규직 보호 프레임이다. 예를 들어 KTX역사 내 정규직 매표원은 월급이 400만원, 고속버스터미널 내 비정규직 매표원은 월급이 200만원가량이라고 가정해보자. 정규직 프레임에 집어넣고 세금을 보조해주면 실제 생산성에 비해 훨씬 월등한 급여를 받는다. 교사나 일반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이같이 정규직의 과잉 보호 경향이 임금의 불평등 문제를 야기시킨다. 더 나아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급여 격차를 벌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를 악화시켜 일자리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기간제근로 등 다양한 근로가 자리잡으면 급여는 평균적 시장 수준으로 내려와 비정규직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의 급여가 올라가게 돼 있다.”


Q. 정규직 과잉 보호에 대한 개선책이 있다면


“고용주와 노동자 간 계약 기간과 임금을 자유롭게 계약해야 한다고 본다. 정년제를 폐지하고 2년, 5년, 10년 등 기간을 두고 자유로운 계약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나이가 40세 이상만 돼도 일을 못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70세가 돼도 거뜬한 사람이 사람이 있다. 개인적 편차와 능력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일할 수 있는 시기와 기간도 달라져야 한다. 정규직의 벽을 트는 순간 우리나라의 평균 임금은 전반적으로 올라간다. 기업 입장에서도 긍정적 요소가 더 많아진다. 기업 행정·인사팀의 고민은 깊어지겠지만 인력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진취적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진다.”

“또 한 가지는 공기업의 민영화다. 이번 정부는 공기업 비중을 늘려 역행하고 있다. 불필요한 부문에 공무원 인력을 뽑아 마치 정규직 일자리를 늘린 것처럼 성과로 귀결시켰다. 하지만 공기업은 자본조달 경쟁, 파산, 합병에 대한 걱정이 없고, 사기업과 같이 주주들을 만족시킬 필요가 없어 생산성과 창조성이 결여된 조직이다. 공기업은 관료주의, 규제, 고용안정 등으로 사기업보다 비능률적이므로 민영화를 이루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Q. 정부가 지속적으로 부동산 억제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경제 논리에 입각해 바라볼 때 어떻게 평가할 수 있나


“물이 차면 배가 뜨듯이 부동산은 경제 성장과 연동된다. 현재는 경제가 전반적으로 좋아지는 흐름은 아니어서 부동산도 올라가는 흐름이 아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기 지역 집값이 상승하며 지역 간 양극화를 초래한 것은 전형적인 정책 실패의 부작용이다. 이번 정부는 핵심 지역의 공급을 늘리기는커녕 공급을 위축시키는 정책을 쓰고 있다. 이런 면에서 양극화는 상당 기간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다가구주택 규제가 대표적이다. 투기 지역 억제 효과 대신 지방의 주택 수요를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현상만 부추겼다. 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는 다가구주택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다.”

“결국 서울의 만성적인 초과수요를 공급개선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렇다고 인천, 파주 등 각지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인구를 소화하기 위해 GTX 등 광역전철을 건설하는 건 '터널효과’만 발생시킬 뿐 근본 처방이 될 수 없다. 수요 분산에 역효과를 낳는다. 서울 근교에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교통 정책의 측면에서 지방에 철도를 늘리는 정책도 장기적으로 재정부담을 늘릴 수 있어 경제타당성을 고려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 또한 수요공급법칙에 의해 자율적으로 움직이게 해야 한다.”


최승노 원장이 자유기업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오재우 기자]


※ 자유기업원은


1997년 자유기업주의를 주장하는 싱크탱크인 자유기업센터로 출범했다. 이후 자유경제원을 거쳐 자유기업원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구조조정을 통해 외부 지원금 없이 활동하는 자립구조를 마련하였으며 여의도 국회 앞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우리 사회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연구 및 홍보 활동에 주력하고 있으며 시민의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출판 및 교육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1997년 자유기업원 설립 때 공병호 초대 소장, 김정호 3대 원장과 함께 설립 멤버로 활동을 시작했다.


유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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