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인상폭 최소화' 주문은 권한 넘어선 가격규제…윤석헌, 지출 급증하는데 사업비 절감 요구도 궤변
'자동차 보험료'가 또다시 논란이다. 가격을 아무리 올려도 손실만 늘어나는 구조라며 보험사들이 아우성이다. 업계 생태계를 무너뜨린 금융감독원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소비자들에겐 준조세로 불리며 원성을 샀던 자동차 보험이 손해보험사의 목을 겨냥하고 있다. 올해 두차례 보험료를 인상해도 손실 증가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5대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4.7~87%이다. 전년 동기의 77.5~82.8%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각 사별로 살펴보면 삼성화재가 87%로 가장 높았다. 이어 KB손해보험과 DB손해보험(86.6%), 현대해상(86.4%), 메리츠화재(84.7%) 순으로 차이가 없다.
손해율 상승폭은 메리츠화재가 7.2%포인트로 가장 컸다. 현대해상 6.4%포인트, 삼성화재 6%포인트, DB손보와 KB손보가 각각 4%포인트로 나타났다.
보험사들은 올 1월과 6월에 각각 3%와 1.5% 수준으로 보험료 인상을 단행했다. 그러나 수익 악화를 보전하기는 어려웠다. 원가 상승 요인만큼 보험료 인상을 반영할 수 없었다. 그러나 보험료 현실화 가능성은 안타깝게도 없다.
자동차보험료가 소비자물가지수 계산에 포함된다는 이유로 금융감독원이 '사업비 절감 노력'과 '인상폭을 최소화'를 줄곧 요구하기 때문이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지출이 산더미처럼 늘어나는 것을 알면서도, 판매관리비를 줄이라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보험사에 납입된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이다. 예컨데 손해율 87%는 1억원의 보험료가 들어왔을 때 8700만원이 보험료로 지급됐다는 의미다. 보험사기가 늘어나면 이 금액도 증가한다. 차량 정비요금 인상도 손해율 증가의 주요 원인이다.
삼성화재의 경우를 보면 지난해 국토교통부의 적정 정비요금 공표에 따라 올해부터 개별 정비업체와의 정비요금을 재계약함에 따라 손해율이 81%에서 87%에서 6%포인트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을 77~78%로 보고 있다. 손보사들은 보통 상품개발비, 마케팅비, 관리비 등으로 보험료의 20% 안팎을 쓴다. 이 때문에 손해율이 80%를 넘어서면 적자가 난다.
결국 매년 적자 계획부터 세우는 업종은 국내 보험업이 유일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54개 손보사의 보험영업손실은 3조1090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3867억원 증가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의 증가폭은 이를 상회할 전망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국내 보험업계는 손해율이 데드라인을 넘다보니 올 해 두 차례 보험료 인상에도 손실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라며 "손해율을 낮출 수 있는 인센티브 방식으로의 제도 개혁과 보험사들이 손해율에 따라 보험료를 정할 수 있는 요금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의 보험업에 대한 낮은 이해력도 문제다. 윤 원장은 지난해 9월 보험회사 최고경영자(CEO)과 함께한 조찬간담회에서 “보험가입은 쉬운데 보험금은 받기 어렵다”는 발언해 화제를 모았는데, 이 같은 가격 정책관이 적자사태를 유발한 측면도 있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판매관리비 절감요구 등 민간의 고유 사업권한을 침해하며 업계 생태계를 망가뜨린 금융감독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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