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결정은 국가가 하는데 가난은 나의 몫인가
로렌스W.리드 편저 / 전현주 외 옮김 / 지식발전소 경제지식네트워크
214쪽│1만2000원
베네수엘라는 1999년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권력을 잡고 석유산업의 경영권을 정부가 인수하면서 빈곤의 씨앗이 뿌려졌다. 베네수엘라 수출의 77%를 차지하던 원유산업이 국영화되면서 수익금의 재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생산성은 크게 떨어졌다. 전기를 국영화하면서 정전사태가 일어났다. 정부가 슈퍼마켓과 농장을 인수해 식량 부족 사태도 벌어졌다. 주요 품목에 대한 가격 통제로 기업의 생산의지를 꺾어버렸다.
후임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도 차베스의 사회주의 정책을 고수했다. 다른 산업들이 무너지면서 원유산업에 대한 수출 의존도는 97%까지 올랐고, 유가 하락과 함께 경제는 파탄이 났다. 베네수엘라 사태 이전에도 사회주의 경제를 채택해 국민을 빈곤의 나락으로 빠뜨린 사례는 많이 있었다. 20세기의 소련부터 동유럽, 북한, 쿠바, 개혁·개방 이전의 중국까지 수많은 사례가 사회주의 정책이 실패했음을 말해주고 있다. 미국 경제교육재단의 로렌스 W 리드 회장과 연구자들이 함께 쓴 《왜 결정은 국가가 하는데 가난은 나의 몫인가》는 사회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자유시장경제가 나아갈 길을 모색한 책이다. 사회주의의 이면을 탐구하고, 그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저자들은 사회주의는 오랜 실패작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에서 그 모습을 여전히 감추고 있지 않다고 고발한다. 국가가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최저임금을 설정하는 것은 사회주의 정책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국가 재정을 충당하기 위한 증세, 규제 대상이 아니었던 것을 규제하기 위한 공무원 충원, 법 위반에 대한 처벌 등 징수, 강제, 제한을 정부가 남발하는 것도 여전히 사회주의 모습이라고 지적한다.
2020년 미국 대선 출마를 선언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민주 사회주의’라는 주장으로 경쟁사회에 지친 많은 젊은이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는 미국이 나아갈 방향으로 스웨덴, 덴마크와 같은 북유럽 국가 모델을 제시한다. 자본주의 경제 틀 안에서 증세와 지출 확대로 공공복지를 증진하는 것이 정부의 목적인 체제다. 한국에서도 이 모델이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하지만 저자들은 북유럽의 성공은 오히려 사회주의와 거리가 멀다고 분석한다. 최저임금은 정부가 아니라 노조와 사측의 단체교섭으로 결정된다. 미국보다 기업의 세금도 낮고, 학교의 선택권도 다양하고, 국영기업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심지어 이 정부들은 자신을 사회주의 국가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불편해한다.
저자는 많은 사회주의자가 좋은 의도를 갖고 있다 해도 매년 몇조원을 강제로 재분배하고 다른 사람들의 삶의 모든 측면을 일일이 규제하는 일이 맡겨졌을 때 그들이 선하고 정직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사회주의를 실현하려면 강압적인 힘과 권력이 필요하다”며 “권력이 생기면 반드시 부패하게 되고 항상 더 많은 권력을 탐하게 된다”고 강조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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