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정승일칼럼]동반성장의 전제

자유기업원 / 2011-08-19 / 조회: 1,167       경향신문

재벌들의 탐욕이 곳곳에서 비판받고 경제민주화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조차 8·15 경축사에서 탐욕스러운 자본주의가 아닌 윤리적 자본주의를 제안하며 동반성장을 재강조했다.

동반성장을 둘러싼 논쟁에는 크게 두 가지 입장이 있다. 하나는 시장만능을 주장하는 자유기업원 등의 입장이다. 이들은 계약 당사자 간의 자유로운 협상으로 결정되는 납품가격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자유시장(free market)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 하나는 적극적인 국가개입을 주장하는 입장이다. 이들은 삼성전자 또는 현대자동차 같은 수요독점 대기업과 협상하는 납품업체들은 불리한 위치에 있어 시장원리의 하나인 공평성이 훼손되므로 국가가 개입해 계약의 공평성을 회복시켜주는 것이 공정시장(fair market) 원리에 부합한다고 말한다.



나 역시 공정시장론에 동의한다. 그렇지만 공정시장론은 다음과 같은 한계를 지닌다.

첫째, 납품단가 후려치기가 과연 재벌만의 문제인가 아니면 대기업 일반의 문제인가? 이미 재벌계열에서 분리돼 해외 매각된 GM(대우) 또는 르노삼성 자동차에서는, 그리고 민영화된 KT 또는 포스코에서도 이런 문제가 다반사로 발생하고 있지 않은가? 공정시장론자들은 마치 예전의 재벌개혁 및 경제민주화 프로젝트를 재가동하면 동반성장이 달성될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주주자본주의 즉 먹튀 자본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의 재벌개혁 및 기업지배구조 개혁은 납품단가와 인건비를 후려치는 방향으로 기업의 전반적 의사결정구조를 바꾸어 놓는다.

미국과 유럽의 경험, 그리고 김대중, 노무현 집권 10년간의 기업개혁 경험은 주주자본주의 방향으로 기업이 바뀌게 되면 어떤 탐욕적 현상이 일어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일시적으로 주식을 산 투자자에게는 높은 배당금을 주면서 수십년 근속한 정규직 종업원은 가차없이 정리해고하는 한진중공업 회장의 모습은 재벌 가문들조차 먹튀 자본주의와 야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민주화의 과제는 어떻게 하면 종업원과 지역공동체, 나아가 사회공동체 전체가 기업의 권력구조 즉 지배구조에 참여하는가에 있다.

둘째, 만약 대기업들이 납품단가를 후하게 주면 중소기업 종업원들의 임금이 저절로 올라갈까? 그렇지 않다. 양심적인 일부 중소기업주를 제외할 때 대다수 중소기업주들은 종업원의 임금 인상에 주저할 것이다. 특히 저숙련 노동자의 낮은 공임에 의존하는 수많은 2차, 3차 하청업체들의 경우 두말할 나위가 없다. 역사는 산업별, 지역별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적극적 활동과 이들에 대한 국가적 보호 입법 그리고 최저임금의 대폭 향상 등 민주적 국가권력의 적극적 개입 없이 중소기업 종업원 임금이 저절로 올라간 일은 없었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셋째, 다수의 중소기업들은 대기업 납품거래와 무관하다. 우리나라 일자리의 85%를 중소기업이 제공하고 있다. 그렇지만 삼성전자, 현대차, 이마트 등에 납품하는 1차, 2차, 3차 하청 기업을 모두 합쳐봐야 그 일자리는 전체의 3분의 1이 되지 않는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수탈하기 때문에 노동시장 전체에서 저임금이 발생하는 것이라기보다 노동시장 전체에 거대한 저임금 노동력의 저수지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 저임금 노동력을 이용하는 납품업체들을 대기업들이 적극 활용한다는 것이 진실에 더 가깝다. 따라서 대기업들이 납품단가를 높여주어 트리클다운 효과에 의해 1차, 2차, 3차 납품기업 종업원의 임금이 올라간다 해도 나머지 3분의 2의 일자리는 그와 무관하게 저임금 상태로 남아 있을 것이다. 역사는 이들의 실질 임금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최저임금 규제의 강화와 함께 이들 노동자의 지역별, 업종별 조직화와 그 권리의 법적 보호, 그리고 비정규직의 고용 및 노동조건 개선과 함께 보편적 복지제도의 획기적 확충에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최저임금 인상 및 노동조합 권리 강화는 결코 상생 프로젝트라 할 수 없다. 그것은 저임금에 기생하는 많은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에게 경영상 어려움을 주고 그 상당수를 파산시킬 것이다. 민주적 복지국가는 한편으론 그런 기생적 기업들의 파산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더 높은 임금을 지급해도 경쟁력이 유지되는 더 효율적인 기업으로의 합병 또는 협동조합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노동력 역시 더 효율적인 기업 및 산업으로 원활하게 재이동할 수 있도록 높은 실업수당 및 직업재훈련 과정을 제공해야 한다. 이것이 역동적 복지국가이다. 따라서 역동적 복지국가라는 큰 틀 속에서 논의되지 않는 한 공정사회 또는 공정시장론에 입각한 동반성장 또는 재벌개혁만으로는 경제민주화와 경제효율화의 동시 달성이라는 대업을 이루는 데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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