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대기업 규제정책도 사회적 합의 과정·시간 필요”

자유기업원 / 2012-02-13 / 조회: 1,120       파이낸셜뉴스

[정치권의 대기업 규제, 이대로 좋은가]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7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정치권의 대기업 정책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좌담회에서 중소기업연구원 김세종 박사, 대한상공회의소 전수봉 조사본부장, 노사정위원회 조승민 수석전문위원, 파이낸셜뉴스 이장규 부국장, 자유기업원 김정호 원장, 서울대 김우진 교수(왼쪽 첫번째부터 시계 방향)가 대기업 규제 정책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김우진=일감몰아주기는 명백한 터널링이라는 점에서 문제다. 높은 세율로 대기업이 상속세를 모두 내고는 상속할 수 없다고 것은 현실과 다르다. 한화의 경영권 승계의 사례와 같이 대기업도 현 제도 아래에서 상속세를 모두 내고도 상속이 가능하다. 또 상위 20~30대 대기업을 봐도 법이 정한 상속세를 내고도 기업의 경영권을 상속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삼대까지 가지 못한다는 것도 예단하기 어려우며 좀 더 지켜봐야할 문제다.

 ▲김세종=MRO가 일감몰아주기의 주범이기는 하지만 효율성 등 긍정적인 측면도 지니고 있어 지나치게 규제할 수는 없다. 동반성장위원회에서도 규모별로 차등을 둬서 MRO사업을 할 수 있도록 풀자는 논의가 있었다.

 -중소기업의 가업승계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합의가 있었나?

 ▲김세종=우리나라에서 가업승계라는 것이 꼭 대기업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올해 초까지 중소기업의 가업승계에 대해 연구해서 고용을 유지하면 세금을 줄여주는 독일식의 가업승계를 건의했더니 이것에 대해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있었다. 기업이 창업단계에서부터 법인세를 많이 냈을 경우 세금을 줄여주는 등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재벌에 대해 과세하자는 ‘재벌세‘가 재계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됐는데.

 ▲김우진=재벌세는 기업이 계열사로부터 받은 주식 배당금을 과세대상인 소득에 포함시키고 금융기관 대출을 받아 계열사의 주식을 취득할 경우 대출 이자비용을 세법상 비용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기업간 배당에 대해 이중 또는 삼중으로 과세하는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 미국이 기업간 배당에 대한 과세를 도입한 것은 지난 1930년이다. 당시 미국이 이 같은 과세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재벌을 해체시키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현재 미국은 수십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는 재벌이 없어지고 단일형 기업구조로 바뀌게 됐다. 그 정도로 재벌세는 재벌을 해체시킬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센 규제정책이다. 우리도 만약 재벌세를 부과한다면, 먼저 선행될 질문은 우리나라가 미국과 같은 기업구조(단일형 기업)를 받아들일 것이냐에 대해 먼저 답을 해야 한다. 주어진 상황과 여건이 다른데, 재벌을 해체하는 것이 한국경제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기업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심도깊은 연구와 공감대가 먼저 형성돼야 한다.

 -순환출자에 대한 규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우진=상호출자제한제도의 부작용으로 순환출자가 나온 것이다. 순환출자를 막으면 또 다른 형태의 출자구조가 나올 것이다. 가량 일자형으로 하나의 중심되는 회사 아래 여러 개의 회사를 줄 세우는 방식이 될 것이다. 이런 형태의 출자 구조가 다시 부작용을 보인다면 정부는 다시 몇 개 회사 이상이 되면 줄을 세울 수 없다는 새로운 규제를 할 것이다. 규제가 또 다른 규제를 낳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분율에 대한 직접규제는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김정호=진보진영이 이상적으로 그리는 것은 오너가 없고 근로자의 경영참여가 보장되는 종업원 지주회사라고 생각된다. 정권이 교체된 이후 재벌구조를 100% 소유한 자회사만 계열사로 인정하는 조치 등이 나오게 되면 국내 대기업은 모두 여러 조각으로 나눠질 가능성이 높다.

 ▲김우진=대기업의 소유를 분산한다면 투자자 보호가 가장 중요하다. 투자자 보호에 실패한 대표적인 예가 러시아 국영기업의 민영화 과정이다. 러시아는 국민주 방식을 통해 국영기업을 민영화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자본을 가진 사람들이 민영화된 국영기업의 지분을 늘려가 기업 전체를 소유하게 되면서 러시아에 신흥재벌이 나타났다. 대기업의 소유 분산 과정에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또다른 대안은 일본의 재벌 해체이지만 이는 세계 2차 대전에서 일본이 패한 이후 미국이 반 강제적으로 유상몰수라는 방법을 통해 이뤄진 것이라 현실성이 없다. 우리가 고려해 볼 수 있는 방법은 유럽의 것이다. 독일에도 우리처럼 재벌가(家)가 있다. 가령 BMW는 재벌가의 기업이지만 우리는 그 재벌이 누구인지 모른다. 이는 재벌가는 이사회의 멤버로 의결기구에만 참여하고 경영은 사장을 고용해 맡기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유럽의 방식을 도입하기 어려운 것은 재벌가가 이사회 대주주로만 참여해 경영권을 포기하는 것보다 경영권을 가지고 있을 때 더 많은 이익을 보게 만들어진 구조 때문이다. 유럽의 방식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경영권의 사적편익을 줄여야 한다.

 ▲김세종=현재의 상황에서 재벌을 해체하는 정책을 내놓는다는 것은 시간적으로 부족하며 연구해야 할 부분도 많다. 재벌 해체가 가져올 파장과 여러 요소들을 신중하게 연구해서 실현 가능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지금처럼 표를 의식해서 목소리만 높여 급하게 진행해서는 안 된다.

 -여의도 증권가가 최근 주식 양도차익 과세 방안으로 인해 떠들썩하다. 과세에는 문제가 없나.

 ▲전수봉=대만의 경우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는 방안을 도입했으며 실패로 돌아간 경험이 있다. 일본은 이 방안을 도입하는 데 20년 넘게 장기적인 기간이 걸렸다. 우리나라가 서둘러 도입하게 되면 도입이 무산될 수도 있다. 손해를 봤을 때 비용 처리하는 방법 등 주식 양도차익 과세 방안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고려해야 될 사안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거쳐 계획적으로 도입을 진행해야 한다.

 ▲김우진=미국 등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모두 하고 있는 제도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으로 가는 과정에서 도입하는 것은 맞지만 급하게 추진해서는 안 된다. 또 이 제도를 도입한다면 현재 부과되고 있는 거래세를 없애야 한다.

 ▲김정호=이 제도는 복지 전체를 보고 도입해야 한다. 복지를 강화하려면 세금을 늘려야 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부분의 세금을 늘릴 것이냐다. 가장 중점적으로 늘어나야 하는 부분은 소득세로 본다. 부동산, 주식 등 모든 종류의 소득을 종합소득세로 연결해 과세해야 한다. 형평성 측면에서 소득세를 늘리는 것이 법인세를 늘리는 것보다는 좋다.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한다면 주식거래에서 손해된 금액은 비용처리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오히려 세수가 줄어들 수도 있다.

 -출총제는 다시 도입해야 하나.

 ▲김세종=출총제의 도입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특히 출총제가 없어지면서 대기업이 과도하게 계열사를 늘려 중소기업 고유업종에 진출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현재 10위권내 대기업은 계열사를 정리하고 있는 과정에 있지만 20~30대 대기업은 계속해서 계열사를 늘리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10대 대기업에 한해 출총제를 다시 도입하자는 것이 실효성이 있는 지에 대해서는 고민해봐야 한다.

 ▲김정호=재벌 회사에서 중소기업을 인수하면 인수당하는 회사의 오너는 당연히 좋을 것이고 근로자들도 대기업에 편입돼 좋아할 것이다. 모양은 좋지 않지만 실리는 있다. 출총제를 통한 대기업의 투자가 해당 중소기업에는 좋은 측면도 있다. 다만 경쟁 중소기업들은 상대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는 측면이 있어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김우진=기계적으로 계열사 숫자만 가지고 문제 삼는 것은 안 된다.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대기업이 계열사의 지분 100%를 소유하는 것은 계열사의 확대가 아니고 새로운 사업부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대기업이 계열사의 지분 20~30%만을 소유하면서 계열사를 피라미드구조처럼 늘려가는 것은 안 된다. 대기업의 계열사 확대를 단순하게 숫자가 많아진다고 문제를 삼아서는 안 되고 어떤 형태의 계열사가 확대되고 있는 것인지 상황에 따라 차등해서 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전수봉= 아직까지 출총제의 경제적 효과를 따지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출총제가 폐지된 이유는 대기업의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연구 결과를 보면 대기업의 투자는 늘지 않았다. 또 출총제를 폐지하면서 우려했던 것은 경제력이 대기업에 집중돼 양극화가 심화된다는 것이다. 출총제가 유지된 8년(2001~2008년) 동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영업이익률 격차가 2.6% 포인트가 나왔다. 반면 출총제가 폐지된 3년(2000년, 2009~2010년) 동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 격차는 1.9% 포인트였다. 출총제를 유지했을 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이익률 격차가 더 크게 나타난 것을 보면 단순히 출총제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가 심해졌다는 것은 잘못된 논리다.

 ▲김우진=출총제보다는 정치의 불확실성이 문제다. 기업들은 선거가 있을 때는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줄였다가 선거가 끝나면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보고 투자를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

 ▲김정호=출총제 폐지 이후 기업들의 투자는 늘어났다고 봐야 한다. 물론 시설투자와 같은 투자는 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출총제 폐지의 의미는 기업들이 시설투자가 아닌 계열사 확대에 투자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결과적으로 기업의 계열사가 증가했다면 출총제가 폐지되면서 기업이 투자를 늘렸다고 보는 것이 맞다.

 -출총제등 규제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지주회사 요건을 엄격히 하겠다는 것은 모순된 논리 아닌가.

 ▲김우진=정치권의 주장은 기업의 순환출자를 막는 동시에 지주회사의 요건을 강화하겠다는 것인데, 이러한 지주회사 정책은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다. 기업들에게 도대체 어떡하라는 것인지.

 ▲김세종=최근 논란의 중심에서 보면 공정위 역할이 중요하다. 중소기업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정위에 대한 불만이 많으며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제도를 제대로 실행하고 현장에서 돌아갈 수 있도록 공정위가 중심을 잡고 가야 한다.

 -비정규직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

 ▲조승민=비정규직에 대한 논란과 대.중소기업 간 격차 문제는 결국 대기업의 부담이나 규제로 가게 된다. 비정규직 문제의 경우 사회 합의와 논의가 필요하다. 비정규직은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600만명이고 노동기관의 조사로는 828만명이다. 한 사회에서 이정도 숫자가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저임금과 사회복지에서의 차별, 불안한 고용으로 고통을 받는다면 이것은 심각한 사회문제고 해결해야 할 중대 사안이다.

 ▲김우진=비정규직으로 2년을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법이 있는데 기업들이 이 법을 피하기 위해 2년을 근무한 비정규직을 해고한다. 정치권에서 정책을 시행할 때 지금과 같은 현상을 해결할 방법에 대해 준비를 했어야 했다.

 ▲김세종=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기업이 부담하는 비용이 많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을 때 기업에 세제 인센티브를 주고 사회보장을 확대하는 등과 같은 방법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비용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관계가 지금과 같은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힘을 가진 대기업들이 스스로 불공정한 부분을 시정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김정호=현재 우리나라의 갑·을 관계는 문제가 있다.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좋아졌지만 갑인 대기업이 가혹하게 횡포를 부리는 부분이 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갑·을 관계뿐 아니라 대기업 또는 대기업 내부의 갑·을 관계도 우리 사회 전체가 나서서 해결해야 된다. 또 대기업도 이제 ‘대중정치‘에 신경을 써야 한다. 대기업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므로 정치를 안 할 수 없다. 대중을 직접 상대하고 직접 설득해 대중으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정치를 해야 한다.
 

 ▲김우진=대기업 규제 정책이 대기업의 성장을 막자고 나온 것은 아니다. 대기업이 잘하고 있지만 더 잘하라고 문제되는 부분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 대기업의 핵심 문제인 터널링과 같은 문제만 해결한다면 우리 기업들은 문제가 없다고 본다.

 ▲조승민=오늘 논의된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비정규직을 포함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 문제는 노사정위원회에서 노동자, 사용자, 정부 그리고 공익위원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대기업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대화를 통해 지향하는 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거기에 맞는 정책을 만들기 위한 논의와 연구가 필요하다.

정리=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박지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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