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 박성현 칼럼 > 민주주의는 본래 천한 것에서 출발한다

자유경제원 / 2015-02-25 / 조회: 2,244       업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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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현 칼럼 > 민주주의는 본래 천한 것에서 출발한다
구창환 기자  |  koocc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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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2.17  06: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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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현 뉴데일리 주필

민주주의는 본래 천한 것에서 출발한다. “떼(demo)의 지배(cracy)”가 원래 뜻이다. 떼는 거짓과 선동에 약한 존재이다.
 
흔히들 '서유럽의 민주주의’를 찬양한다. 그 좋다는 '민주주의’를 가지고 그들은 무슨 일을 했나? 세 번의 세계대전(18세기 말의 7년 전쟁, 20세기의 제1차세계대전 및 제2차세계대전)을 일으켰으며, 파시즘과 나치즘을 만들었다. 영국과 미국 덕분에 “서유럽이 인류 재앙의 진원지였다”라는 진실이 감추어져 있을 뿐이다. 미국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영국조차 그 문화와 뿌리가 너무나 유니크해서 '서유럽’이라 부르기도 어려운 나라이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천민민주주의란 새삼스럽고 별다른 게 아니라, 민주주의 그 자체이다. 민주주의가 지배하는 사회는 천민이 지배하는 세상이고, 천민이 주인 된 세상이 민주주의다. 그래서 역으로, 민주주의가 지탱되려면 귀족(nobility)이 그 척추를 이루어야 한다. 떼로 하여금, '천하고 상스런 떼의 논리’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주는 존재가 귀족이다. 

이때 말하는 귀족은 '혈통’의 귀족이 아니다. 혈통, 유전자, 돈, 지위, 학벌은 귀족됨의 보증수표가 아니다. 제법 잘 나간다는 집안 구석을 들춰보면 온갖 음탕, 부패, 타락, 이기, 위선이 구석구석 숨어 있는 경우가 한 둘인가? 참된 귀족은 '정신의 귀족’이다. 그 정신과 영혼이 귀족다운 존재가 귀족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정신의 귀족성인가? 

첫째, 자기 자신의 이해관계와 입장을 넘어서서 진실을 인정할 줄 아는 정직성(integrity)이다. 눈앞의 이익에 정신이 팔려서 진실을 인식하지 못 하는 자라면, 하버드에 MIT에 옥스포드에 캠브릿지 박사학위를 열 개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5만원권 한 장을 놓고 살벌참혹한 쌈박질을 하는 노숙자와 다를 게 없다.  

둘째, '우덜식 정의감’에 불타서 “나는 진보요, 정의요, 선이요, 민중이요, 민족이요, 민주이닷! 너희는 죽어 마땅한 쓰레기니라!”는 식으로 설치는 바리새 근성(불교의 '진’(瞋))에 대한 증오심이다. 이같은 증오심이 없다면 '삶에 대한 정렬’이 죽어버린 공허한 사람일 뿐이다. 이는 걸어 다니는 살과 뼈 덩어리일 뿐, 귀족이 아니다. 그냥 “좋은 게 좋다”는 맹탕일 뿐이며, “인생이란 돈과 지위를 가지고 잘 먹고 잘 놀고 잘 부비부비하면 되는 것”이라 믿는 속물일 뿐이다.

셋째, 개개인의 생명과 생활이 벋어나가는 것을 기꺼워하는 호생(好生)이다. 이 호생에서 지혜가 생긴다. 지혜는 '생명 번영의 길을 꿰뚫어보는 눈’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지혜는 생명과 쌍둥이이다. “무엇이 지혜로운 판단인가?”라는 고민 없이 무조건 “살려주세요~~ 살려냅시다~~”라고 울부짖는 것은 생명 존중이 아니라, 생명 집착이다. 생명을 버려야 할 때 버릴 줄 아는 것—이것이 생명이 펼치는 마지막 예술(finesse)이다. 

하나의 존중, 하나의 증오, 하나의 기꺼움..이것이 바로 정신의 귀족이 가진 특징이다. 진실을 존중하고, 우덜식-정의를 증오하고, 생명번영을 기꺼워하는 것—이것이 바로 귀족의 태도다. 그래서 귀족은 본질적으로 폭력적 존재이다. 존중과 증오와 기꺼움에 온 몸을 싣는 자는 자신의 입맛, 가치, 원칙이 깊게 훼손당할 때 지극히 폭력적이 될 수 밖에 없다. 인내, 집요, 지능을 갖춘 귀족이라면 장기에 걸쳐 상대방을 파괴하는 필생의 사업을 할 것이며, 성마르고, 성급하고, 지능이 부족한 귀족이라면 칼과 총을 뽑을 것이다. 

이 같은 정신의 귀족이 사회 곳곳에서 자라나오는 민주주의—그것이 민주주의가 유지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것이 바로 참된 민주주의다. 참된 민주주의란, 대중의 천박함 속에 정신적 고귀함이 언뜻언뜻 어른거리는 상태이며, 정신의 귀족이 대중의 천박한 언어를 갈고 닦아, 그 천박한 언어로 지극한 진실을 전하는 상태이다. 천박과 고귀의 순환구조가 존재하지 않는 민주주의는 붕괴할 수 밖에 없다. 팝(pop) 정신과 클래식(classic) 입맛이 결합되지 못 하는 예술이 붕괴할 수 밖에 없는 것처럼…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는 “정신의 귀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뿐 아니다. 기업가든, 언론인이든, 교수든, 정치인이든 죄다 속물스런 천민들이란 점 뿐 아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신의 귀족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엇이 고귀한 것인가, 무엇이 가치있는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 해체되어 있다. 

그러나 걱정할 일 없다. 지구에서 나라는 대한민국만이 아니며, 겨레는 한국민족만이 아니다. 살다 살다 구역질을 참지 못 하면 이민 가면 된다. 가장 구역질이 덜 나는 세상은 역시 남극—'안탁티카’이다. 이름도 정말 근사하지 않은가! 안타아악티카… 

그러나 남극으로 이민 가기 전날까지는 한번 싸워봐야 할 것 아닌가? 아전만 존재하고 귀족은 없는 사회… 대중의 천박함만 존재하고 정신의 귀족성은 메마른 사회… 이 황량척박한 지평 그 자체야말로 가장 훌륭한 싸움의 대상 아닌가? 대중의 천박함 속에 잠재된 정신의 귀족성을 붙잡아 일으켜 세우는 것—이것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전쟁 아닌가? 이것이야말로 가장 가치 있는 전쟁 아닌가?

귀족은 폭력과 전쟁을 좋아한다. 우리 사회 상류층을 지배하고 있는 빌어먹을 아전근성, 속물근성을 산산이 부수는 폭력…. 

그들에게 진실에 대한 존중, 우덜식 정의에 대한 증오, 생명번영에 대한 기꺼움을 강요하고 강제하는 전쟁…. (“전쟁은 나의 의지를 상대에게 강제하기 위한 행위이다” Klausewitz) 

이 천민적인 너무나 천민적인 민주주의가 지배하는 땅을 우리 귀족 전사(戰士)가 지배하는 땅으로 바꾸는 것…그리하여 마침내 대중적 천박함과 귀족적 고귀함이 거대한 핵융합을 이루게 만드는 것…. 길거리의 누구든 대중이며 동시에 귀족인 세상으로 만드는 것….

이것이야말로 가장 단순하면서도 뜨거운 욕심이다. 세상이 천박할 때에는 욕심을 크게 가져야 한다.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 대신에 이렇게 외쳐야 한다. 

“구역질 나면 바꿔라!” 

  

  

칼럼은 자유경제원의 허락을 받아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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