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책임 없는 묻지마 자유` 천민민주주의를 경계한다

자유경제원 / 2015-04-01 / 조회: 2,240       미디어펜
   
▲ 김상겸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천민이란 출생 시의 기준을 통해 한 개인의 신분을 가늠하는 것으로 긍정적인 의미와는 거리가 먼 단어다. 오히려 현실에서는 품격이 낮은 대상을 경멸하는 의미로 쓰이는 것이 보편적이다. 따라서 민주주의라는 말 앞에 천민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한 나라의 정치시스템이 근본 없고 격이 아주 낮음을 표현한 것이라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정치체제가 천민민주주의인가? 다양한 정의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필자는 천민민주주의를 '책임은 없이 자유만이 강조되어버린 왜곡된 민주주의 시스템’이라 생각한다. 본디 민주주의란 '책임’이라는 시민적 성숙 위에서 '자유’를 누리자는 것인데, 자유의 전제 조건인 책임을 무시하다보니 '제멋대로의 자유’라는 기형적 형태를 갖게 된 것이다.

왜 이러한 왜곡이 야기되었는가? 아마도 자유와 민주라는 단어에 초점을 두고,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을 자기 편리한대로 해석했기 때문일 것이다. 즉, 민주(民主)라는 것은 국민(民)이 주인(主)이라는 것이니까 '주인인 내 마음대로 자유(自由)롭게 해도 되는 것’, 또 ’주인인 나는 내 멋대로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식으로 이해하고 행동했기 때문일 것이다. 본래의 의미를 그야말로 매우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민주주의가 천민화 경향을 띠게 된 배경에는 자유민주주의의 의미를 이와 같이 잘 못 이해하고 있는, 즉 책임의식이 결여된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 사료된다. 민주주의가 제공하는 자유를 누릴만한 자격을 갖추었는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당연히 내가 주인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책임의식이 없을수록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아무도 주인의 자격과 권한을 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주인이라 자임하고는 주인이랍시고 거들먹거리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진정한 국가의 '주인’이란 이와 같은 멋대로의 해석이나 행동과는 거리가 먼 존재들이다.

현실에서의 주인들은 어떻게 행동하는가? 내가 주인이라고 하여 자기 물건을 멋대로 오용하고 짓밟던가? 어느 정신 나간 주인이 자기 집, 자기 자동차, 자기 가족을 자기 마음대로 자유롭게 휘두르고 주물럭거리던가? 진정한 주인의 행동은 오히려 그 반대일 것이다.

내 것이니까 더 아끼고 더 살뜰히 보살피는 것이다. 실제로 진짜 주인들은 책임의식이 아주 높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결국 우리민주주의가 천민화된 가장 중요한 원인은 자유에 따른 책임은 의식하지 않은 채, 무제한의 자유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음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이와 같은 천민민주주의적 행태, 즉 책임을 도외시하는 자유의 강조가 우리나라 곳곳에서 너무도 빈번히 관찰된다는 점이다. 광우병사태는 누구나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채 그저 지나간 이야기로만 남았다.

당시의 시위대는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정부에게 명령한다’며 극도로 오만한 '자유’를 휘둘러 댔지만 지금껏 이와 관련하여 누가 잘못을 시인했다거나 누가 반성을 했다더라는 식의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릇된 '자유’에 대한 '책임’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당시 동요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이용하여 '자유’롭게 대중적 영향력을 행사하려한 사람들도 있었다는 것이다.

'청산가리를 털어넣겠다’했던 여배우는 그렇다 쳐도, 한동안 목에 힘주며 지식을 자랑하던 어떤 유식한 분은 '민중의 함성이 바로 헌법’이라는 엄청난 말을 해놓고도 스스로의 발언에 대한 사과한마디 없다. 그토록 힘주어 가르쳐왔던 예의도 염치도 본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것인가?

무한정의 자유를 책임 없이 누리겠다는 생각이 있으니, 아니 책임이 뭔지도 모른다는 식으로 살다보니 '아니면 말고’ 식의 자유로운 주장들도 난무한다. 천안함이나 세월호의 원인도 자기 멋대로 해석하고는 모든 잘못은 네 탓이라는 근거 희박한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책임이 없는 천박한 민주주의는 크건 작건 거의 매일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내가 주인’이라는 의식으로 무장된 자유는 어디서나 스스럼없이 행패를 부리고, 행여 공권력의 제지를 받으면 '주인인 국민에 대한 탄압’을 자행한다며 오히려 호통을 친다.

   
▲ 민주주의란 정치적인 개념이지만, 경제 시스템과도 무관하지 않으며 오히려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사진=연합뉴스

무책임한 자유는 경찰도, 검찰도, 법원도 안중에 없다. 그리고는 내키는 대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호기로운 결론마저도 자유롭게 내린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내 생각과 다르다고 우방국 대표의 얼굴에 끔찍한 칼질을 해대고도 '네 잘못이라 혼내준 것’이라며 오히려 더 당당한 것이다. 주인인 내가 무엇인들 못하겠느냐는 식이다. 막가파도 이런 막가파가 없다. 이 극도의 야만을 어찌할 것인가?

민주주의란 정치적인 개념이지만, 경제 시스템과도 무관하지 않으며 오히려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품격 없는 천민민주주의적 행동은 정상적인 시장질서를 황폐화시켜 경제적 상황을 악화시킨다. 공공재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

공공재는 재화가 가지고 있는 특성으로 인해,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소비자라 하더라도 소비에서 배제시킬 수 없는 성질, 즉 비배제성(non-exclusivity)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공공재의 경우에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편익을 누리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보니 공공재에는 무임승차자(free rider)의 문제가 상존한다.

즉 비용은 지불하지 않으면서 편익만을 누리려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런데 무임승차자의 문제가 심화되면, 즉 편익은 누리면서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게 되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 것인가?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공공재나 공공서비스가 바람직한 수준보다 적게 공급될 것이다. 상황이 더욱 더 악화되면 어찌되겠는가? 그동안 공공재 공급에 협조하던 사람들도 부담의 불공평 등을 이유로 더 이상 비용을 떠안지 않으려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종국에는 공공재가 전혀 공급되지 않는 상황도 도래할 것이다. 흔히 거론되는 시장의 실패, 즉 경제시스템의 실패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비용이란 경제학적 개념이지만, 이를 정치의 영역으로 옮겨서 해석하면 '책임’과 유사한 의미를 갖는다할 것이다. 또한 공공재가 주는 편익 역시 민주주의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이 누리는 혜택, 즉 '자유’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공공재 시장의 실패를 야기하는 무임승차의 문제는, 자유라는 편익은 무제한으로 누리려 하면서도 책임이라는 비용은 지불하지 않으려는 데서 발생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차원에서 보자면, 천민민주주의란 결국 '정치의 실패’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정치의 실패문제에 대한 경제학의 해법은 명확하다.

책임이라는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것이다. 공공재 이론에서는 편익에 상응하는 비용을 다양한 방법을 통해 부담하도록 하여 무임승차자 문제해결을 제시하고 있다. 천민민주주의의 핵심이 '책임 없는 자유’에 있다면, 자유라는 편익에 대해 책임이라는 대가를 마땅히 치르도록 해야 천박함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 품격있는 자유민주주의로의 복귀를 간절히 기대한다. /김상겸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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