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월요칼럼] 역사전쟁과 친일청산

자유경제원 / 2015-11-10 / 조회: 4,955       영남일보

[월요칼럼] 역사전쟁과 친일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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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1-02
20년 전 사회부 데스크 시절 이야기다. 광복절을 앞두고 기사를 고민하던 중 후배기자가 대구 북구 침산동 오봉산의 일소대(一笑臺)를 다루자고 했다. 일소대는 대구지역 친일파의 거두 박중양(朴重陽, 1872~1959)이 만년에 지은 정자가 있던 곳이다. 정자는 철거됐지만 커다란 자연석에 一笑臺 석 자를 새긴 기념비는 버젓이 존재했다. 박중양이 자신의 소유지인 오봉산에 올라 대구시내 불빛을 바라보며 “인생은 한갓 꿈에 불과하다”고 한바탕 크게 웃었다는 일화에서 유래된 비석이다. 

참으로 의아했다. 광복 50년이 지나도록 친일의 그림자를 이렇게 방치하고 있다니. 기막힌 것은 오봉산 주변 주민 일부가 그때까지 박중양을 서민을 위해 일제에 맞선 의협심이 강한 인물로 기억하더라는 것이었다. 가난한 실직자에게 일자리를 구해주고, 주민을 괴롭히는 일본 순사를 호통쳐 쫓았다는 이야기가 회자됐다. 늘 지팡이를 들고 오봉산을 오르내리던 까닭에 박작대기로 불렸으며, 이는 비아냥이 아니라 그의 호기로움에 대한 선망이 담겼다. 그러나 이는 오해에 불과하다. 

박중양이 어떤 인물인가. 경북관찰사 시절 일인의 요청으로 대구읍성을 허물었고, 3·1운동 진압을 직접 지휘했으며, 학병 권유 등 활동으로 귀족원 칙임위원에까지 오른 최상급 친일파가 아니던가. 1949년 1월 반민특위(反民特委)에 체포됐으나 곧 풀려났으며, 죽을 때까지 공공연하게 친일 긍정론을 폈다. 1990년대 초반 한 지방신문은-외부기고이지만-일인들에게 상권을 넘겨주려고 성곽을 허문 박중양의 행위를 신작로를 내려는 개발로, 그의 일본 유학 이유를 조선에 민주주의를 뿌리내리려는 것이었다고 옹호했다. 일소대는 대구시민들의 맹렬한 요구로 2004년 후손에 의해 철거됐다. 박중양과 가족들의 묘도 모두 화장 또는 이장됐다. 박중양에 대한 오해는 이토록 깊었다. 

오래전 경험을 새삼 꺼낸 것은 친일반민족행위의 미화·왜곡 가능성 때문이다. 박중양 같은 거물 친일파조차 이런 지경인데 다른 아류 친일군상은 오죽했을까.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전쟁 돌입 후 이에 대한 걱정이 깊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1949년 반민특위의 와해는 대한민국이 보수·진보로 나뉘고, 분열과 갈등을 최고조로 이끌었다. 반민특위 활동이 궤도에 올랐다면, 친일파 처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냈다면, 이후 우리 사회의 이념적 갈등이 지금처럼 앙앙불락하는 수준으로까지 치닫지는 않았을 것이란 부질없는 상상도 한다. 

자유경제원 전희경 사무총장이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새누리당 역사교과서 개선 특위위원인 그는 교과서 국정화의 전도사로 각광받고 있다. 그의 강연 ‘학자들이 뽑은 최악의 역사왜곡 사례 15선’은 반민특위 활동을 무산시킨 이승만 항목을 문제 삼는다. 비상교육 교과서의‘반공을 더 중요하게 여긴 이승만 정부는 반민특위 활동에 비협조적이었다’는 기술이 그것이다. 반공을 더 중요하게 여긴 이면을 한 줄로 적어서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다만 그는 반민특위 활동 방해와 그로 인한 친일파 청산 실패를 부인하지 않았다. 엄연한 팩트이기 때문이다. 

역사전쟁은 이제 대회전을 피할 수 없다. 이념적으로 보수와 진보가 벌이는 진검승부다. 역사적으로 우리 민족은 보수-진보의 대결구도에서 발전의 맹아를 찾았다. 신라가 신분의 벽을 허물면서 통일의 물꼬를 찾았고, 훈구-사림파의 대결을 통해 조선의 가능성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과도한 갈등은 되레 역동성을 소멸시킨다. 그런 점에서 역사논쟁이 팩트를 부정하거나, 종북프레임으로 몰아가는 견강부회(牽强附會)여서는 안된다. 친일의 망령을 걷어찰 기회로 삼을 방안은 없는 것일까. 

박경조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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