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4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프랑스 황제의 자리에 오르면서 유럽의 패권을 차지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영국이 걸림돌이었다. 게다가 트라팔가르 해전(1805년)에서 영국에 패하여 제해권마저 장악하지 못하게 되자, 나폴레옹은 '대륙봉쇄령'을 통해 영국을 고립시키는 전략을 구사했다. (프로이센을 격파한 후 베를린에 입성해서 발표했기 때문에 '베를린 칙령'이라고도 불린다.)
'대륙봉쇄령'의 핵심은 영국과의 통상 및 무역 금지 등이었다. 당시 영국은 ‘곡물보호법’에 따라 곡물 수입을 금지한 상태였고, 나폴레옹은 이러한 상황을 활용하여 영국이 얼마나 견딜지 두고 본 것이었다.
그런데 유럽의 여러 국가들은 ‘산업혁명’으로 경제력이 한층 강해진 영국과 교역하길 원했다. 특히 그중에서도 스웨덴이 나폴레옹의 ‘대륙봉쇄령’에 매우 반발했는데, 그러자 나폴레옹은 스웨덴을 혼쭐냈다. 그걸 지켜본 다른 국가들은 감히 나폴레옹에 맞서지 못했다.
한편, 영국에서는 '대륙봉쇄령'을 두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보호무역주의자들은 나폴레옹과 화친하자고 주장했지만, 반면 자유무역주의자들은 '곡물보호법'을 폐지하여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결국 자유무역주의자들의 의견대로 영국은 ‘곡물보호법’을 폐지함으로써 식량 매입에 대한 제한이 사라졌다. 다시 말해 어느 국가든지 영국에 식량을 팔게 될 경우, 영국은 정가로 지불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러시아가 영국에 곡물을 대량으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사실 당시 러시아는 원래 영국과의 교역으로 남아도는 식량을 판매하는 대가로 공산품을 조달 받고 있었기 때문에 ‘대륙봉쇄령’은 그들의 생존에 적잖은 위협이 되고 있었다.
나폴레옹이 자신의 명령을 어기는 러시아에 분노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1812년 수십만 대군을 이끌고 러시아를 공격했는데, 이에 비해 군대가 수적으로 열세였던 러시아는 집과 가축, 식량을 모두 불태우며 후퇴했다. 이른바 ‘초토화 작전’이었는데, 나폴레옹 군대가 주둔할 곳 자체를 없애버리기 위해서였다.
그럼에도 나폴레옹의 군대는 아무도 없는 모스크바까지 점령했다. 이후 나폴레옹은 러시아가 강화를 제의할 줄 알았지만 러시아의 저항은 지속되었다. 더구나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겨울이 찾아오자 나폴레옹의 군대는 하는 수 없이 철군하였는데, 도중에 러시아의 급습을 받아 대패하고 말았다.
그때 그동안 참고 있었던 유럽 전역이 들고 일어나 나폴레옹에 맞섰다. 그리고 1814년 러시아 군대는 프랑스 파리에 입성해 반년 동안 주둔했으며, 나폴레옹은 황제에서 퇴위당해 엘바 섬으로 유배되었다. 한때 유럽을 호령한 나폴레옹은 그렇게 몰락하였다.
만약 나폴레옹이 시장경제의 원리를 잘 이해했다면 ‘대륙봉쇄령’과 같은 조치는 고려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폴레옹의 시대를 끝낸 주역은 다름 아닌 ‘곡물보호법’을 폐지한 영국의 자유무역주의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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