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경제 읽기] 징벌적 세금, 도망가는 사람들

최승노 / 2020-11-09 / 조회: 5,267

살찌려면 세금 더 내라구요


세금은 인류 문명과 함께 시작돼 진화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세금은 복잡하고 다양해졌다. 특히 오늘날 국가는 재정 대부분을 세금으로 충당한다. 국민이 내는 세금이 국가 재정 대부분을 충당할 수 있는 이유는 그 세금이 국민을 위해 쓰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간혹 국민을 위해 쓰이는 세금이 징벌적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부자에게 세금을 부과해 소득 재분배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즉 ‘부유세’를 뜻한다.


부유세에 대한 주장은 꾸준히 있어 왔다. 부유세와 같이 특정 목적을 위해 세금을 부과하면 세금이 징벌적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음에도 말이다. 징벌적 세금의 대상은 부자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특정 대상을 정해 세금을 부과하려는 시도는 또 있다. 심지어 비만마저 세금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과연 비만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가능할까.


실패로 끝난 덴마크의 비만세


덴마크 정부는 2011년, 세계 최초로 비만세를 도입했다. 비만세를 도입할 당시 덴마크 인구의 13%가 비만이었고 47%는 과체중이었다. 덴마크 정부는 비만이 생산성 저하와 건강보험 재정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포화지방이 함유된 식품에 지방 1㎏당 약 3400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도입 직전만 해도 비만세는 국민의 건강을 챙기면서 부수입으로 세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비만세가 부과된 고기, 버터, 우유 등의 서민 물가가 급등했다. 견디다 못한 덴마크 국민은 식품을 사재기하기 위해 인접 국가인 독일로 향했다. 내수시장이 죽어버리니 관련 업체들은 도산했고, 고용 감소라는 심각한 사회문제마저 야기했다. 결국, 덴마크의 비만세는 철저히 실패해 1년 만에 폐지됐다.


덴마크 정부는 비만세를 추진하면서 국민의 건강 향상과 의료재정 안정화라는 선의의 목적을 이유로 내세웠다. 하지만 비만세는 인플레이션 유발, 행정비용 증대, 관련 산업 경쟁력 약화, 비효율적 조세 증가 등의 결과만을 초래했을 뿐이다. 애초에 기대했던 긍정적 기능은 제 역할을 발휘하지 못했다. 즉, 비만세는 순기능보다 더 큰 역기능으로 작용했다.


현재 대부분 국가는 폐쇄적인 경제구조가 아니라 개방된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즉 상품시장에 더는 국경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특정 국가에서 높은 세금으로 물품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을 경우, 국민들은 동일 물품을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다른 국가에서 구매하면 그만이다. 덴마크처럼 작은 나라는 구매지 이동을 통한 소비 변화가 더욱 심하게 나타났고, 내수시장 침체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그래서 덴마크 정부는 비만세 실패를 바로 인정하고 신속히 폐지할 수밖에 없었다.


국부를 유출시키는 부유세


부유세 도입을 논의하는 국가들은 심각한 재정 위기에 처한 경우가 많다. 특히 정치인들이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손쉽게 만회하는 방법으로 가진 자들의 주머니를 노리곤 한다. 전형적인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행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부유세와 같은 징벌적 세금은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보다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더 많다. 대표적으로 자국의 건실한 기업이나 인재를 다른 나라에 빼앗길 수 있다. 실제로 이와 같은 이유로 스웨덴은 2005년 상속세를, 2006년에는 부유세를 폐지했다. 1997년 네덜란드와 독일에서 부유세는 위헌이라는 판결을 받고 폐지됐다. 러시아와 동유럽 국가처럼 아직 사회주의 전통이 남아 있는 국가들도 누진세제 대신 단일세제를 통해 부자들에게 동등한 세금을 부과하는 형태로 정책을 변경하고 있다.


최근에도 부유세로 한바탕 곤욕을 겪은 나라가 있다. 바로 프랑스다. 2012년 프랑스 정권을 잡은 올랑드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부유세를 대대적으로 시행하면서 난데없는 ‘세금 망명’으로 사회적 혼란을 겪어야 했다. 터무니없는 부유세 부과에 반발한 부유층이 프랑스를 버리고 타국으로 이민을 가 버린 것이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프랑스보다 세금이 적은 벨기에에 귀화를 신청했고, 프랑스의 국민배우인 제라르 드파르디유는 러시아로 망명했다. 부유세 부과가 어마어마한 국부 손실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었다.


이처럼 과도한 징벌적 세금은 어떠한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실질적인 효과를 얻기 힘들다. 아니, 오히려 치명적인 손실을 입는 경우가 대다수다. 올랑드 정부의 부유세 방안은 결국 프랑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으면서 애초 계획보다 대폭 축소된 부유세 법안을 신설해야 했다.


이처럼 지나친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당초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거니와 도리어 역효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대다수 나라가 징벌적 세금을 지양하거나 폐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세금은 합리적인 기준으로 정의된 범주 안에서 다수를 대상으로 보편성을 갖춰 집행돼야만 한다.


▲ 기억해주세요


세금이 징벌적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예가 부자에게 세금을 부과하여 소득 재분배를 실현하자는 ‘부유세’다. 하지만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당초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거니와 도리어 역효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세금은 합리적인 기준으로 정의된 범주 안에서 다수를 대상으로 보편성을 갖추어 집행돼야만 한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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