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도 야구에선 크게 실패…
'잘 하는 일' 하다 보면 '좋아 하는 일'이 될 수도
마이클 조던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조던’이란 이름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마이클 조던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유명한 불세출의 농구 스타다. 13년 동안 조던은 미국 프로농구(NBA)에서 득점왕을 열 번, 정규 시즌 MVP를 다섯 번, 결승 MVP를 여섯 번 차지했고 그의 소속팀 시카고 불스를 여섯 번이나 리그 정상에 올려놓았다.
마이클 조던의 흑역사
이렇게 완벽하게 농구계를 지배한 조던이지만 그에게도 완벽하지 못했던 역사가 있었다. 농구 커리어를 쌓는 중간에 잠깐 야구로 외도를 한 것이다. 당시 조던은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충격에 빠진 상태였다. 아버지가 농구만큼이나 조던이 야구하는 모습도 좋아했다는 게 야구로 전직했던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농구공 대신 야구 배트를 잡은 전직 농구 황제의 야구 실력에 전 세계 미디어가 주목했다. 그런데 호기롭게 시작한 조던의 야구 인생은 미국 프로야구 트리플A에서 보낸 1년으로 끝나고 말았다. 트리플A 리그는 메이저 리그 바로 밑에 있는 2부 리그다. 농구 코트에서 가히 신화적인 존재였던 그가 야구장에서는 비주류 선수에 불과했던 것이다. 미국의 한 스포츠지는 야구 선수 시절의 조던을 가리켜 ‘에어 조던’이 아닌 ‘에러 조던’이었다며 비아냥댔다. 누구보다 승부욕이 컸던 조던은 난생처음 맛본 쓰라린 실패에 좌절감이 컸다고 한다.
자기계발서의 허점
사회생활의 시작을 앞둔 청년들은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종종 고민에 빠지곤 한다.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이 겹친다면 아무 걱정이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서로 다를 때다. 시중의 숱한 자기 계발서들은 이런 경우 양자 사이에서 둘 다 아무거나 좋다는 식의 모호한 입장을 취하거나 일부는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라고 부추긴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 열정이 생기고 일의 능률도 높아져 직업적 자존감도 생긴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의외로 현실적이지 못하다. 일의 능률이란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같을 때 생기는 것이지 별개일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개그맨 김국진 씨가 좋은 예다. 그는 개그맨으로서는 대한민국 최고의 재능을 가졌지만 골프 선수로는 그렇지 못했다. 그도 프로 골퍼가 되려고 조던처럼 잠시 방황하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었다.
좋아하지만 잘하지 못하는 일과 잘하지만 좋아하지 않는 일, 이 둘 사이에서 고민될 때 마음을 정할 수 있는 기준 같은 건 없을까? 아마도 금전적 보상이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잘하는 일은 돈을 벌 수 있게 해 준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은 그와는 달리 돈이 든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사이에서의 선택은 시장 원리로도 설명할 수 있다. 예컨대 당신이 고급 목재를 깎아 수제 인형을 만든다고 하자. 당신에게 나무를 다루는 손재주가 있다면 수제 인형을 만들어 시장에서 값을 받고 팔 수 있을 것이다. 잘하는 일을 하면 시장이 일정한 보상을 해준다는 얘기다.
반면 손재주는 없는데 단지 수제 인형이 좋아 나무를 깎고 있다면 어떨까? 개인적인 만족감에서 만든 조악한 품질의 나무 인형은 만든 이의 집안 장식으로는 의미가 있겠지만 그런 물건을 남들이 사 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시장에 내다 팔 생각으로 나무를 깎았다면 괜히 애꿎은 고급 목재만 날린 셈이다.
인간 본성을 이해해야
좋아하는 일을 해야 열정이 생긴다는 일부 자기 계발서의 주장은 인간의 본성을 잘 이해하지 못한 데서 출발한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외부의 평판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잘하는 일은 설령 처음에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더라도 생산 활동을 통해 타인에게 인정을 받고 생활을 유지할 금전적인 비용을 벌게 되면 자연스레 좋아지는 경우도 많다. 반면 좋아하지만 잘하지 못하는 일은 사회적 지지도 얻지 못할뿐더러 벌이도 안 되니 결국 멀어질 수밖에 없다.
농구에서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새롭게 야구에 도전한 조던의 도전 정신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요즘과 같은 인생 다모작 시대에 지금 갖고 있는 직업,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이 영원하리라는 보장은 누구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도 자신의 능력과 장단점을 파악하고 그에 걸맞은 일을 찾은 뒤에야 의미가 있다. 조던은 야구 외도를 마치고 농구 코트로 돌아와 팀을 세 차례 더 우승시켰고 지금은 미국 프로 농구팀 샬럿 호네츠의 구단주로 성공적인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 기억해주세요
좋아하는 일을 해야 열정이 생긴다는 일부 자기 계발서의 주장은 인간의 본성을 잘 이해하지 못한 데서 출발한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외부의 평판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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