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길라잡이] 분업과 특화의 마술

최승노 / 2019-11-04 / 조회: 5,943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 다른 능력을 가졌죠

각자 전문화·분업하면 사회 전체가 잘 살죠"


짙은 안개가 깔린 영국 런던의 베이커가() 221B에는 키 크고 깡마른 남자가 산다. 그는 파이프 담배를 즐겨 태우며, 사건이 터지면 트렌치코트를 입고 중절모를 푹 눌러쓴 채 현장으로 달려간다. 날카로운 추리력으로 경찰도 쉬이 해결하지 못하는 온갖 미제 사건을 척척 해결하는 남자의 이름은 바로 셜록 홈스. 아서 코난 도일이 창조해낸 사립탐정이자 세계적인 명탐정이다.


셜록 홈스의 전문화


홈스의 무기는 탁월한 관찰력과 통찰력이다.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도 출생지, 직업은 물론 지금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조차 단박에 알아낸다. 초능력자처럼 상대의 이력을 족족 집어내는 홈스의 추리력은 언제 봐도 신통방통 경이롭기 그지없다.


이처럼 코난 도일은 뛰어난 분석력을 바탕으로 한 사건 추리에 특화된 가상인물 홈스를 통해 사립탐정이라는 직업을 세계에 널리 알렸고, 작가적 지위와 부, 명성까지 한꺼번에 거머쥐었다. 홈스가 탐정의 대명사로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위상을 구축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소설 속에서 묘사된 홈스의 생활은 꽤 흥미롭다. 평소에는 한없이 게으르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법이 없지만, 사건 의뢰가 들어오면 마치 딴사람인 양 변한다. 꼼꼼하게 현장을 관찰하고 증거를 모아 사건을 치밀하게 분석한다. 얼핏 완전 범죄로 보이는 사건도 끝내 풀어내고야 마는 놀라운 추리력! 홈스는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파헤쳐 진범을 잡고, 사건을 해결한 대가를 받아먹고 산다. 이처럼 홈스가 사건 수사만 하고도 문제없이 살 수 있는 까닭은 자신이 가장 잘하는 분야, 즉 추리에 특화한 사립탐정이라는 직업이 있기 때문이다.


특화와 분업의 관계


특화는 분업과 연관된 경제 개념이다. 경제학에서는 특화를 '각각 다른 개인, 산업, 지역 간에서 다른 생산활동의 분업’이라고 정의한다. 쉽게 말하면 세분화된 일 가운데 특정한 일에 전문화하는 것으로, 필연적으로 분업을 전제로 하게 된다. 그리고 각 경제 주체는 자신이 담당하는 생산과정 내에서 필요한 기술을 익히고 발전하면서 특화된다.


특화는 개인이 지닌 능력을 십분 발휘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왕 일을 한다면, 자기 능력을 더 적극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일을 담당하는 편이 개인으로서도, 사회로서도 더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이처럼 특화는 각자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일을 담당하면서 자연스럽게 분업을 이루는 원리로 작용한다.


특화는 직업의 세분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를테면 셜록 홈스의 직업, 즉 사립탐정 역시 사회적 특화로 발생한 직업군으로 볼 수 있다. 특화란 곧 특정 분야, 직업의 전문화로 도시의 발달과 인구 증가에 따라 가속화되는 특징을 보인다. 그 이유는 도시가 커져서 사람이 많이 모일수록 분업과 특화가 활발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사람이 많을수록 하나의 일을 처리하는 과정이 세분화되고, 각자 담당하는 일의 범위가 좁아지면서 훨씬 심도 있는 일 처리를 가능하게 한다.


자급자족과 교환경제의 차이


사람마다 지니고 있는 능력과 환경은 다르며, 각자 전문성을 가지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분야도 다르다. 지역, 국가 역시 마찬가지다. 같은 일을 한다고 해도 서로 다른 생산성을 나타낸다. 당연히 모두가 같은 일을 하는 것보다 자신에게 맞는 분야에 특화되는 편이 모두에게 이득이다. 특화를 통한 분업은 더욱 싼 비용과 짧은 시간 내에 높은 생산성을 거둘 수 있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이처럼 특화는 자신이 잘하는 일을 더욱 잘하도록 하면서 더 큰 이익을 발생시킨다.


그리고 특화를 통한 분업은 사람들이 더는 자급자족 경제가 아니라 교환 경제로 전환하게 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특화는 거래 규모의 확대를 가능하게 했고 사회 전체의 부를 늘리는 데 기여했다. 특화는 선택과 집중을 가능하게 했고, 지금 우리가 이토록 많은 것을 누릴 수 있게 한 원동력이다.


● 기억해주세요


도시가 커져서 사람이 많이 모일수록 분업과 특화가 활발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사람이 많을수록 하나의 일을 처리하는 과정이 세분화되고, 각자 담당하는 일의 범위가 좁아지면서 훨씬 심도 있는 일 처리를 가능하게 한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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