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고갈 없다는 사이먼, 엘릭과 내기에서 이겼죠… "과학기술 발달로 기존 자원은 새 자원으로 대체돼요"
1980년 미국 경제학자 줄리언 사이먼(근본자원 저자)은 자원이 고갈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일단의 환경주의자들에게 내기를 제안했다. 자원이 고갈된다면 앞으로 천연자원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를 테니 가격 향방을 놓고 내기를 하자고 한 것이다. 당시엔 로마클럽이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를 내놓는 등 암울한 미래 인식이 세간에 퍼져 있었다.
자원 가격이 오른다?
낙관적인 경제학자이자 회의적 환경주의자인 사이먼은 자원이 고갈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천연자원 가격도 떨어진다는 쪽에 걸었다. 자신만만했던 그는 내기의 대상 품목도 상대가 마음대로 고를 수 있도록 배려했다.
당시 미국 스탠퍼드대 환경학 교수이던 폴 엘릭이 사이먼의 내기를 받아들였다. 엘릭은 『인구폭탄』이란 책을 썼는데 책의 이름처럼 비관적인 미래 전망을 내놓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가 보기에 천연자원 값이 내려갈 리 없었다.
엘릭은 구리, 니켈, 주석, 크롬, 텅스텐 다섯 가지 자원을 내기 품목으로 골랐다. 두 사람은 각각의 품목에 200달러씩 걸었다. 내기의 기간은 10년이었다. 10년이 지난 1990년 일반의 예상과는 다르게 내기에서 이긴 쪽은 엘릭이 아니라 사이먼이었다. 크롬은 5% 하락하고 주석은 74%나 하락하는 등 다섯 가지 천연자원의 값은 평균 60%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엘릭은 내기 당시의 기준 가격에서 10년간 내려간 만큼 사이먼에게 다섯 품목 가격의 차액에 해당하는 576달러를 지급해야 했다.
이처럼 자원 고갈에 대한 우려가 현실에서 설명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자원의 유한성만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새로운 과학기술로 인해 대체물질이 나오고 자원의 유한성 문제는 해소된다.
돌이 고갈돼 석기시대가 끝?
석기 시대가 끝난 것은 돌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다. 석기 시대가 마무리된 것은 돌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필요 없어져서다. 인류는 돌 대신 구리와 주석의 합금인 청동을 새로운 자원으로 쓰기 시작했다. 철기 시대가 시작된 것도 마찬가지다. 구리가 부족해져서가 아니라 철이란 새로운 금속을 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돌에서 구리로, 구리 대신 철로 인간이 도구를 만드는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해 왔다.
과거에 있었던 일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무엇이 자원이고 자원이 아닌지는 인간이 만든 과학기술이 결정한다. 우리가 전화를 걸 때 예전엔 구리 전화선을 썼고 언제부턴가 유리가 주재료인 광섬유를 썼다. 그러더니 요즘엔 아예 물리적인 선이 없는 무선통신을 이용한다. 석기에서 청동기로, 다시 철기로 넘어갔던 과거 인간의 역사와 다르지 않다.
과학기술은 예전에 자원이 아니던 것을 자원으로 바꾸는 동시에 기존에 쓰던 자원은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보한다. 예컨대 세탁기나 냉장고와 같은 가전제품에도 전기를 덜 먹는 기술이 계속해서 적용되는 중이다. 전자 매장에 가보면 제품마다 붙은 1등급부터 5등급까지 나뉜 노란색 에너지 소비효율 라벨을 볼 수 있다. 기술 발전이 자원 남용을 막고 환경 보전에도 기여하는 모습이다.
과학기술이 자원을 결정한다
낙관적인 자세는 막연히 앞으론 잘될 것이라고 믿는 막무가내식 미래예측이 아니다. 사이먼은 과학기술 진보를 꼼꼼히 분석한 뒤 향후 자원의 가격에 관한 매우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했다. 대부분 사람이 인류가 지금처럼 성장을 지속하면 언제쯤 자원이 바닥날까 하는 계산을 하고 있을 때 그는 다른 한편에서 과학기술이 진보하는 모습에 주목했다.
자원 고갈을 걱정하고 환경 파괴를 걱정한다면 대개의 환경주의자들이 그렇듯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수준에서 만족하면 안 된다. 진정한 환경주의자들은 자원이 언제쯤 고갈될까를 걱정하는 대신 보다 더 적극적으로 성장을 모색하고 과학기술 발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인간이 과학기술을 진보시키는 한 환경은 훼손되지 않고 자원은 고갈되지 않을 것이다.
■ 생각해봅시다
석기 시대가 끝난 것은 돌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다. 석기 시대가 마무리된 것은 돌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필요 없어져서다. 인류는 돌 대신 구리와 주석의 합금인 청동을 새로운 자원으로 쓰기 시작했다. 철기 시대가 시작된 것도 마찬가지다. 구리가 부족해져서가 아니라 철이란 새로운 금속을 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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