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성장하면
소득 불평등도 환경 오염도 줄어들게 된다"
사이먼 쿠즈네츠는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났다. 20대 때 미국으로 건너가 컬럼비아대에서 경제 학을 공부했다. 미국경제조사국 연구원과 하버드대 교수를 지내면서 200여 편의 논문과 저서 를 남기는 등 방대한 연구 실적으로 유명하다.
소득 불평등 정도는 후진국이 더 커
쿠즈네츠는 경제 현상을 역사적 관점에서 이해하길 좋아했다. 경제 성장과 소득 증가, 그에 따른 사회 변화상을 상당히 긴 시간의 관점에서 접근했다. 경제성장률이 15~20년의 주기를 갖고 순환하는 걸 밝혀낸 ‘쿠즈네츠 순환’이 특히 그렇다. 경기는 일정한 패턴을 갖고 주기적으로 오르내리길 반복하는데 그는 건축 경기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해 ‘쿠즈네츠 순환’을 도출해냈다. 경제학을 통해 사회 구조의 변화상을 읽는 방법을 제시한 쿠즈네츠는 197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쿠즈네츠 순환 말고도 그는 오늘날 경제학 교과서 곳곳에 등장한다. 역시 그의 이름을 딴 ‘쿠즈네츠 곡선’도 그중 하나다. 쿠즈네츠 곡선은 선진국에서 경제 발전 단계에 따라 소득 격차의 정도가 어떻게 바뀌어왔는지를 추적한 이론이다. 경제 성장 초기엔 어느 나라나 소득 격차가 커진다. 그러다가 일정 수준을 넘어 경제가 성장하면 점차 소득 불평등이 개선된다는 것이다. 이를 가로축을 경제 성장 정도, 세로축을 소득 불평등 정도의 그래프로 나타내면 알파벳 U자를 뒤집은 모양새가 된다.
쿠즈네츠 곡선은 훗날 여러 학자의 실증 검증을 통해 이론화됐다. 특히 세계은행의 경제학자 알루왈리아가 62개국의 경제 통계를 근거로 다중 회귀 분석을 통해 쿠즈네츠 곡선을 검증한 게 유명하다. 알루왈리아의 검증에 따르면 소득 불평등 정도는 선진국보다 후진국이 크며, 후진국 중에선 중위 소득국이 저소득국보다 더 불평등하다고 한다.
산업화 초기엔 환경오염
쿠즈네츠 곡선이 갖는 아이디어는 환경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이를 ‘환경 쿠즈네츠 곡선’이라고 부른다. 이름 그대로 환경 버전의 쿠즈네츠 곡선이다.
경제 성장과 소득 격차의 관계가 성장 초기엔 비례하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반비례로 바뀐다는 게 쿠즈네츠 곡선의 주된 내용이다. 그런데 경제 성장과 환경 오염의 관계 역시 이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경제 성장 초기엔 환경 오염이 심해지다가 경제 발전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오히려 환경 오염이 줄어들면서 환경이 깨끗해진다는 것이다.
환경 쿠즈네츠 곡선은 직관적으로 생각해 봐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산업화 이전에는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느라 오폐수가 나오고 땔감을 확보하느라 숲이 훼손되었을 것이다. 산업화가 시작되면 공장과 발전소를 중심으로 다양한 오염 물질이 나온다. 또 인구가 늘고 늘어난 인구는 일거리가 있는 도시로 몰려든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환경 오염을 삶 속에서 심각하게 느끼게 된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산업화, 도시화의 과정이다. 그러다가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환경이 깨끗해진다. 경제 발전의 결과 사회에 자본이 축적되면서 환경 보전과 환경 개선을 위한 투자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환경 관련 기술이 향상되고 환경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진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환경투자가 는다
이런 변화상을 환경 쿠즈네츠 곡선으로 그리면 가로축이 경제 성장 정도, 세로축이 환경 오염 정도인 알파벳 U자를 뒤집은 모양의 그래프가 나온다. 본래의 쿠즈네츠 곡선과 똑같은 형태다. 환경 과학의 발달, 국민의 환경 의식 향상,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부의 증가가 이 같은 변화를 이끈다.
독일 라인 강의 강물이 이집트 나일 강의 강물보다 깨끗하고 미국 뉴욕의 공기가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공기보다 깨끗하다. 한때 한국판 죽음의 강으로 불리던 울산 태화강은 지금은 일급수 수질을 되찾고 매년 전국 규모의 수영 대회를 열 만큼 깨끗해졌다. 산업화가 고도로 진행된 선진 산업국가일수록 환경이 나쁘고 환경병이 심각하다는 일부 환경주의자의 주장으론 설명할 수 없는 변화다. 환경 쿠즈네츠 곡선은 우리에게 경제 개발과 환경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기억해주세요
독일 라인 강의 강물이 이집트 나일 강의 강물보다 깨끗하고 미국 뉴욕의 공기가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공기보다 깨끗하다. 한때 한국판 죽음의 강으로 불리던 울산 태화강은 지금은 일급수 수질을 되찾고 매년 전국 규모의 수영 대회를 열 만큼 깨끗해졌다. 산업화가 고도로 진행된 선진 산업국가일수록 환경이 나쁘고 환경병이 심각하다는 일부 환경주의자의 주장으론 설명할 수 없는 변화다. 환경 쿠즈네츠 곡선은 우리에게 경제 개발과 환경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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