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길라잡이] 평등주의 정책의 함정

최승노 / 2019-05-06 / 조회: 5,632

"평균점수로 똑같은 학점 주면 결국 모두 공부 안 해 F학점 

노력 보상하지 않는 평등주의는 일할 동기 못 줘 실패하죠"


경제가 발전하면서 절대적으로 빈곤한 사람들의 수는 줄어들었지만 소득의 상대적 격차는 커졌다. 절대 빈곤의 문제를 해결했다고 해서 고민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누구는 상대적으 부자고 누구는 상대적으로 가난하다고 느낀다. 상대적 빈곤감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논란을 일으켜왔다. 스스로의 힘으로 생활을 해결할 수 없는 이들에게는 복지 정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상대적 격차를 정부가 나서서 해소하려는 평등주의 정책은 복지병과 사회 혼란을 불렀다.


상대적 격차와 복지 정책


한 사회에서 누구나 다 평등한 부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생들에게 어느 대학 교수가 이런 제안을 했다. 수강생 전원이 수업 평가를 평균 점수로 똑같이 받으면 어떻겠냐고.


학생들은 모두 교수의 제안에 동의하였고 그 학기 수업이 진행되었다. 얼마 후 첫 번째 시험을 보았는데, 전체 평균이 B학점이었다. 학생들은 모두 첫 시험 점수로 B를 받았다. 공부를 열심히 했던 학생들은 불만을 토로했고 놀기만 했던 학생들은 좋아했다. 그리고 얼마 후 두 번째 시험을 쳤다. 공부를 안 하던 학생들은 계속 하지 않았고 전에는 열심히 하던 학생들도 이제는 무임승차를 할 생각으로 시험 공부를 하지 않았다. 결국 전체 평균이 D학점이 나왔고 모든 학생은 이 점수를 받았다.


아무도 공부 안 해 전체가 F학점


이번에는 모든 학생이 학점에 대해 불평했지만 그래도 공부를 열심히 하려는 학생은 없었다. 그 결과 다음 세 번째 시험은 모두 F를 받았으며 그 후 학기 말까지 모든 시험에서 F학점을 받게 되었다. 학생들은 서로를 비난하고 욕하기까지 했지만 아무도 공부를 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결국 모든 학생이 학기 말 성적표에 F를 받았다.


이는 평등주의의 허구성을 꼬집기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이다. 모두가 평등하게 나누려는 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잘 나타내고 있다. 자기가 노력해 얻은 것을 대가 없이 남에게 나눠주겠다는데 누가 열심히 일하려 하겠는가.


《무엇이 잘못 되었나》의 저자인 버나드 루이스는 중세 1000년간 유럽 세계보다 앞서 있던 중동 이슬람 세계가 유럽에 뒤처지게 된 이유를 ‘남에게 책임을 돌리는 자세’ 때문이라고 말한다. 중동의 이슬람교도들은 자신들의 낙후 원인을 외부에서 찾았다. 아랍인들은 오스만 튀르크의 지배가 자신들의 발전을 가로막았다고 주장했고, 터키인들은 아랍인들의 후진성이 자신들의 발목을 잡았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몽골의 지배를 탓했으며, 19세기 구미 열강과 유대인을 이슬람 쇠퇴의 원인으로 삼았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일 뿐이다.


사실 이슬람 내부의 모순이 문명의 몰락을 불렀다. 착취를 일삼는 제도, 과학기술을 무시하는 태도 등 무수한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자유의 부재였다. 종교적 원리주의와 근본주의 문화가 종교 분야를 포함해 사회 전반의 자유를 제약하였다.


시기·질투와 자기 책임


수레의 사용을 중단한 것이 쇠퇴의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도 흥미롭다. 인류 최초로 바퀴가 발명됐던 중동 지역에서 수레 사용이 중단된 이유는 무엇일까. 중동에서 수레를 가진 자는 부자에 속했다. 수레 소유주들은 나라에 전쟁이나 공사가 있을 때면 수레를 징발당하곤 했다. 보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수레라는 큰 재산을 가진 부자들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았다. 결국 사람들은 점차 수레를 보유하기를 꺼리게 됐고, 곧 수레의 사용이 쇠퇴하게 되었다. 이는 인간과 물자 교류의 쇠퇴로 이어지고 다시 경제력의 쇠퇴로 이어졌다. 사람들은 사유재산을 함부로 강탈해 가는 권력을 두려워하게 되었고, 자기 책임과 자유의 원리가 작동할 수 없는 사회를 만들어버렸다.


자신의 인생을 책임 있는 자세로 이끌어 가는 삶이 행복한 삶이고, 그런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사회가 건강할 수 있다.


■기억해주세요


가진 자에 대한 시기심이 만연한 사회는 그런 질투심을 법과 세금으로 만든다. 문제는 그런 가진 자에 억압이 궁극적으로 사회 전반의 자유를 억압하게 된다는 점이다. 개인의 자유는 움츠러들게 되고 사회는 활력을 잃고 침체에 빠진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 TOP

NO. 제 목 글쓴이 등록일자
140 [시장경제 길라잡이] 로베스피에르와 우유
최승노 / 2019-06-03
최승노 2019-06-03
139 [시장경제 길라잡이] 스타벅스의 진화와 기업의 성장
최승노 / 2019-05-27
최승노 2019-05-27
138 [시장경제 길라잡이] 미국 GM의 위기와 노사 화합
최승노 / 2019-05-20
최승노 2019-05-20
137 [시장경제 길라잡이] 노동의 사회적 의미
최승노 / 2019-05-13
최승노 2019-05-13
[시장경제 길라잡이] 평등주의 정책의 함정
최승노 / 2019-05-06
최승노 2019-05-06
135 [시장경제 길라잡이] 쇄국정책
최승노 / 2019-04-29
최승노 2019-04-29
134 [시장경제 길라잡이] 프로크루스테스 침대와 고무줄 잣대
최승노 / 2019-04-22
최승노 2019-04-22
133 [시장경제 길라잡이] 사회주의 경제는 왜 망했나
최승노 / 2019-04-15
최승노 2019-04-15
132 [시장경제 길라잡이] 누구를 위해 빵을 만드나
최승노 / 2019-04-08
최승노 2019-04-08
131 [시장경제 길라잡이] 소말리아 해적과 정부
최승노 / 2019-04-01
최승노 2019-04-01
130 [시장경제 길라잡이] 환경 쿠즈네츠 곡선
최승노 / 2019-03-25
최승노 2019-03-25
129 [시장경제 길라잡이] 봉사와 기부에도 철학이 있다
최승노 / 2019-03-18
최승노 2019-03-18
128 [시장경제 길라잡이] 공유지의 비극
최승노 / 2019-03-11
최승노 2019-03-11
127 [시장경제 길라잡이] 조선 상인 임상옥의 상인정신
최승노 / 2019-03-04
최승노 2019-03-04
126 [시장경제 길라잡이] 올바른 스펙 경쟁
최승노 / 2019-02-25
최승노 2019-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