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시장 개입은 크게 지원·규제·세금으로 나타난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도 이 세 가지 수단이 동시에 동원되고 있다. 문제는 개입의 강도보다 방향과 조합이다. 지원으로 구매력을 높이면서 대출과 거래를 규제로 묶고, 다시 세금으로 매물 출회를 압박하면 매매시장뿐 아니라 전월세 시장까지 경직될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을 집값 등락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매매와 임대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하는지, 무주택자가 자신의 소득과 능력에 맞는 자본조달로 더 나은 주거로 이동할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 지원 확대, 실제 공급으로 이어져야
정부는 공공택지 개발과 공공주택 공급, 청년월세 지원, 청년·신혼부부 대상 정책금융을 확대하고 있다. 높은 주거비와 전세사기 위험에 노출된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것은 필요하다. 다만 공급계획은 인허가 지연과 공사비 상승 등을 거치면서 축소될 수 있는 만큼, 발표 물량이 아니라 실제 입주 물량과 사업 기간을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
주택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저리대출과 보조금만 확대하면 늘어난 구매력이 집값과 임대료 상승으로 흡수될 수 있다. 따라서 정책지원은 시장 전체의 수요를 자극하기보다 실질적인 공급 확대와 병행하면서 주거 취약계층을 정밀하게 지원하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
◆ 대출규제, 청년의 사다리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
정부는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제한하고 다주택자의 대출과 거래를 억제하고 있다. 가계부채 관리와 투기성 차입 억제는 필요하지만, 주택가격을 기준으로 대출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면 소득보다 보유 현금이 중요해진다. 안정적인 소득과 상환 능력을 갖춘 2030 세대도 부모의 자산 지원이 없으면 주택시장 진입이 어려운 반면, 현금 자산이 많은 사람은 규제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청년에게 무리한 차입을 권할 수는 없지만, 원리금을 장기간 상환할 능력이 있는 무주택 실수요자의 금융 접근까지 차단해서도 안 된다. 대출규제는 집값이나 연령보다 소득과 기존 부채, 상환 능력을 중심으로 설계하고,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은 확대하되 투기성 차입은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
◆ 세금은 징벌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규칙이어야
부동산 보유에 적정한 비용을 부과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 그러나 주택 수를 기준으로 징벌적으로 과세하거나 정부가 바뀔 때마다 세율과 공제 기준을 변경하면 시장의 예측 가능성이 훼손된다.
양도세 부담이 지나치게 높으면 집주인이 매도를 미루는 '매물 잠김’이 발생한다. 높은 취득세는 무주택자의 첫 주택 구입과 기존 소유자의 정상적인 주거 이동도 막는다. 보유세와 거래세를 동시에 무겁게 부과하는 것은 매물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면서 거래에는 높은 통행료를 매기는 것과 같다.
취득세와 양도세 부담은 낮춰 거래와 매물 출회를 촉진하고, 보유세는 넓고 완만하며 장기간 예측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세금은 특정 집단을 응징하는 수단이 아니라 주택의 효율적인 이용과 원활한 이동을 돕는 시장 규칙이어야 한다.
◆ 매매시장 잠김은 전월세 시장으로 번진다
부동산시장 잠김은 매매에만 그치지 않는다. 세금과 거래비용 때문에 집주인이 매도를 미루고 대출규제로 신규 임대주택 공급까지 줄어들면 전월세 매물도 감소할 수 있다. 임대인은 세금과 금융비용을 임대료에 반영하고, 전세보증금 반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하려 한다. 반면 세입자는 대출규제로 매매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채 기존 전월세 시장에 머물게 된다. 공급은 줄고 수요자는 이동하지 못하면서 전월세 시장까지 잠기는 것이다.
전세 매물 감소와 월세화는 청년층에 특히 큰 부담이다. 매달 지출하는 주거비가 늘어나면 저축과 자산 형성은 더욱 어려워진다.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가격을 억누르기보다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고, 임대차 관련 규칙을 일관되고 예측 가능하게 유지해야 한다.
◆ 가장 불리한 사람은 아직 집이 없는 청년이다
현재 정책은 청년과 실수요자에게 저리대출과 공공주택을 제공하면서도 전체 대출 총량과 한도는 줄이고 있다. 다주택자에게 매물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면서 양도 단계에서는 높은 세금을 부과한다. 공공주택 공급에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대출과 거래규제의 영향은 즉시 나타난다.
이러한 정책 조합에서 가장 불리한 사람은 아직 집이 없는 2030 세대다. 자산가격 상승의 혜택은 받지 못하면서 높아진 전월세 비용을 부담하고, 대출을 활용한 주택 구입도 어려워진다. 결국 개인의 소득과 노력보다 부모의 자산이 주택시장 진입 가능성을 좌우하게 된다.
청년이 원하는 것은 또 하나의 특별공급이나 일회성 지원금만이 아니다. 자신의 소득과 적정한 부채로 월세에서 전세로, 전세에서 자가로 이동할 수 있다는 예측 가능한 주거사다리다.
◆ 가격 통제보다 공급과 이동성 회복을
부동산 정책은 실질적인 공급 확대와 원활한 주거 이동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재건축·재개발과 인허가 절차를 합리화하고, 민간이 다양한 가격대의 주택과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금융규제는 상환 능력 중심으로 전환하고, 거래세는 낮춰 매물 출회와 주거 이동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보유세와 임대차 규칙은 장기간 예측 가능하게 운영하되, 전세보증과 거래정보 공개는 강화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집값과 거래를 직접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규칙을 정비하고 금융 위험과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데 있다. 지원·규제·세금을 공급 확대와 거래 정상화라는 방향으로 일관되게 설계해야 매매와 전월세 시장의 잠김을 풀고 청년의 주거 사다리도 복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