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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등장 부동산 증세론… 세금보다 거래와 공급 정상화가 ...

글쓴이
고광용 2026-06-22 , 브릿지경제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이 최근 반도체 호황으로 창출된 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갈 가능성을 경계하며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직 구체적인 정부안이 발표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부동산 과세 정상화’라는 표현이 다시 등장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장은 세금 인상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반도체 수출과 기업 실적 개선으로 늘어난 소득이 일부 선호 지역의 부동산으로 유입될 가능성을 경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으로 돈이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가 곧바로 세금 인상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자산시장의 움직임을 세금으로 통제하려는 정책은 단기적으로 매수 심리를 억누를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거래를 막고 주택 공급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기 쉽다.


특히 보유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강화하는 것은 위험하다. 보유 단계에서 세 부담을 높이면서 처분 단계에도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면 주택 소유자는 집을 계속 보유하기도, 시장에 내놓기도 어려워진다. 이른바 '퇴로 없는 과세’다. 매물이 잠기면 거래량은 감소하지만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의 가격이 반드시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장에 나오는 주택이 줄면서 가격의 하방 경직성이 커질 수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는 이미 지난 5월 종료됐다. 조정대상지역의 다주택자는 다시 높은 가산세율을 부담하게 됐다. 장기 보유에 따른 공제도 제한되면서 실제 세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유세까지 일률적으로 강화하면 시장에 매물을 공급해야 할 사람이 오히려 거래를 미루는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세금은 납세자의 경제활동을 유도하거나 처벌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재정 수입을 공정하고 예측 가능하게 확보하기 위한 제도여야 한다. 집값이 오를 때마다 세율과 공제 기준을 바꾸고, 시장이 침체되면 다시 완화하는 방식으로는 조세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 세금이 부동산 정책의 주된 수단이 될수록 국민은 주택의 가치보다 다음 정부의 세제 개편 방향을 먼저 예상하게 된다.


'부동산 과세 정상화’가 필요하다면 그 방향은 분명해야 한다. 우선 취득세와 양도세처럼 거래를 직접적으로 막는 세 부담을 낮춰야 한다. 양도차익에 대한 합리적인 과세는 필요하지만, 주택 수만을 기준으로 기본세율에 징벌적인 세율을 더하는 방식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주택이 시장에 원활하게 공급되고 필요한 사람에게 이전될 수 있도록 거래의 문부터 열어야 한다.


보유세는 급격한 증세보다 단순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로 이원화된 구조, 매년 달라질 수 있는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비율, 복잡한 공제와 세 부담 상한은 납세자가 자신의 부담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세율과 과세 기준을 제시하고, 소득이 부족한 고령자나 장기 거주 1주택자에게는 납부 유예와 같은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부동산 가격 문제는 세금보다 공급과 규제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역에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고, 재건축·재개발과 민간 임대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추며, 교통망 확충을 통해 수요를 분산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에서 발생한 자금이 미래 산업과 창업으로 흐르기를 바란다면 투자처를 세금으로 막는 대신 기업하기 좋은 환경과 매력적인 투자 기회를 조성해야 한다.


정부가 특정 자산으로 향하는 자금의 흐름을 일일이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부터 경계해야 한다. 과세로 부동산 수익률을 낮추더라도 생산적인 투자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자금은 다른 비생산적 자산이나 해외로 이동할 뿐이다. 자본을 원하는 곳으로 몰아가는 것은 세금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투자 기회다.


부동산 세제의 합리적 조정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조정은 보유세와 양도세를 함께 높이는 것이 아니라, 거래를 활성화하고 보유 부담을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방향이어야 한다. '과세 정상화’라는 말이 증세의 완곡한 표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장의 퇴로를 막는 세금이 아니라, 주택이 원활하게 공급되고 거래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세제 개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