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현금 지원` 인플레이션 자극, 책임 있는 정책적 결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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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송민지 2026-05-26 , 마켓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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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넘쳐 고물가가 지속되는 시점, 현금 지급은 물가 안정 저해하는 정책적 모순 / 현금 살포, 통화량 늘려 물가 상승 압력 고착화, 생활 물가 더욱 밀어 올려 / 생계 위협 받는 극빈층과 영세 자영업자에게 자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 / 유류세 구조 시장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 가격 변동성 완화하는 제도적 안전망 구축해야
정부가 물가 안정을 내세워 소득 하위 70%에게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이는 고유가라는 외부 충격을 정책적으로 해결하기보다, 재정을 투입해 당장의 여론을 달래려는 임시방편적 접근에 가깝다. 특히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 고물가가 지속되는 시점에 다시 수조 원의 현금을 공급하는 것은, 물가 안정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스스로 저해하는 정책적 모순을 낳을 뿐이다.
이번 지원금은 민생 대책을 표방하고 있으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정책적 해법보다 지지율 관리를 의식한 '선심성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외부 공급망 불안으로 인한 민생의 고통을 대규모 현금 살포로 상쇄하려는 시도는 경제 주체들이 변화된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정부의 시혜성 재정에 의존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우리 경제의 위기 극복 역량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현행 거시경제 기조와의 정면 충돌이다. 현재 한국 경제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긴축적 재정 운용과 금리 정책이 요구되는 엄중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시 수조 원의 유동성을 푸는 것은 불길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정부의 현금 살포는 시중에 풀린 통화량을 늘려 물가 상승 압력을 고착화하며, 이는 결국 서민들이 체감하는 생활 물가를 더욱 밀어 올리는 부메랑이 될 것이다.
정부는 이번 지원금을 초과세수로 충당하겠다고 주장하며 재정 건전성 논란을 비껴가려 한다. 하지만 세수의 출처가 어디든 시중에 풀린 대규모 현금 뭉치는 그 자체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핵심 요인이다. 초과세수가 발생했다면 이를 일시적인 소비성 지원으로 소진할 것이 아니라, 통화 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한 채무 상환이나 미래 세대를 위한 재정 준칙 확립에 투입하는 것이 재정의 기회비용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또한, 70%라는 광범위한 대상 설정은 정작 두터운 보호가 필요한 에너지 취약계층에게 돌아갈 자원을 분산시키는 비효율을 낳는다. 이는 과거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었던 '보편적 민생회복지원금’식의 접근과 궤를 같이하며, 재정 집행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한다. 진정한 민생 지원은 모든 국민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고유가로 인해 생계의 위협을 받는 극빈층과 영세 자영업자에게 자원을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현대 경제에서 정부의 역할은 재정을 뿌려 위기를 일시적으로 가리는 것이 아니라, 시장 시스템이 외풍을 견딜 수 있도록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 직접적인 현금 지급은 당장의 고통을 잊게 만드는 마취제 역할은 할 수 있으나, 고유가라는 근본적인 질병을 치료할 수는 없다. 오히려 정부 지원에 대한 기대 심리가 확산될수록 민간의 기술 혁신이나 에너지 소비 구조 개선은 늦춰질 수밖에 없다.
대안으로서 정부는 유류세 구조를 시장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하여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는 제도적 안전망 구축에 힘써야 한다. 이는 인위적인 재정 투입 없이도 급격한 유가 상승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시장 친화적인 방식이다. 동시에 저소득층에게는 현금 대신 '에너지 바우처’와 같은 구체적인 현물 지원을 강화하여 지원금의 목적 외 사용을 방지하고 구호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정부가 선심성 정책의 유혹을 뿌리치고 재정 본연의 역할을 되찾을 때, 우리 경제는 고유가라는 거센 파도를 넘어 더 견고하고 지속 가능한 구조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지지율을 위한 임시방편이 아닌, 국가 경제의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책임 있는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송민지 자유기업원 인턴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