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E Home

플랫폼 노동, 임금의 틀에 가둬선 안돼

글쓴이
최승노 2026-05-25 , 브릿지경제

배달라이더나 택배 기사, 대리 기사는 전통적인 임금근로자와 다른 방식으로 일한다. 이들은 근로계약이 아니라 위탁·용역계약을 맺고, 일한 건수나 거리 혹은 시간대에 따라 보수를 받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 영역 전체를 전통적인 임금근로와 같은 틀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런데 최저임금위원회는 '2027년 적용 최저임금’을 심의하면서 도급제 또는 유사 형태의 보수체계에 별도 최저임금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지를 검토하고 있다. 임금이 아닌 보수에 임금 기준을 씌우는 것, 그 자체가 이미 '범주의 혼동’이다.


도급제와 플랫폼 일자리는 애초에 다르게 파생된 일이다. 근무시간도, 업무량도, 계약 방식도 전통적인 임금근로와 모두 다르다. 이 일자리의 핵심 가치는, 상대적으로 유연한 방식으로 일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이 방식을 선택했다. 그 유연성을 택한 사람들에게 전통적 임금 기준을 그대로 얹는 것은, 다른 종류의 일을 같은 틀에 억지로 끼워 맞추는 일이다.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계약의 자율성’이다. 일하는 사람과 일을 맡기는 사람이 업무량, 보수 방식, 시간 선택 가능성 등을 고려해 정한 조건을 국가가 사후적으로 다시 획일적 기준에 맞추라고 강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계약 형태 자체를 정부가 임금근로자 방식의 기준에 끼워 맞춰 통제하려 든다면, 오히려 부작용만 발생하게 된다. 아울러 일하려는 사람은 선택할 수 있는 일의 종류가 줄어들게 되는 피해를 보게 된다.


플랫폼 노동의 보수는 수요와 공급, 시간대, 거리, 난이도에 따라 움직인다. 여기에 획일적 임금 기준을 덧씌우면 가격 신호가 왜곡되고, 그 비용은 결국 배달비·서비스 요금·주문 최소금액의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


플랫폼을 규제하면 플랫폼이 비용을 모두 흡수할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적이지 않다. 비용이 늘어나면 기업은 가격을 조정하거나, 배정 방식을 바꾸거나, 운영 범위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결국 잘못된 규제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은 소비자와 근로자에게 전가된다.


무엇보다, 플랫폼 종사자는 사업자 성격이 강하다. 그 본질을 무시한 채 '최저임금’이라는 틀을 억지로 씌운다면, 보호는커녕 더 큰 혼란과 부작용이 생긴다. 다양해진 일하는 방식을 하나의 틀로 묶으려는 시도는, '보호'라는 이름을 달았더라도 결국 일자리 자체를 줄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리고 결국 그 피해는 모두에게 돌아온다. 일감을 잃는 노동자, 서비스 요금이 오르는 소비자, 규제 비용을 떠안는 기업 모두가 이 잘못된 접근의 피해자가 된다. '보호’를 명분으로 한 규제가 오히려 시장 전체를 옥죄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드는 셈이다.


일하는 사람의 선택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 그것이 출발점이다. 계약 조건을 자유롭게 정하고, 계약을 존중하는 방식을 제도가 따라가는 것이 합리적인 순서다. 획일적인 최저임금 기준을 억지로 씌우는 것은 그 출발점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부디 일자리를 줄이는 '규제’를 내놓기보다, '계약’을 존중하는 현명한 선택을 하기 바란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