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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계약=비리’ 오해와 학교급식 조달제도 개선방향

글쓴이
자유기업원 2026-04-29
  • 이슈와자유 제17호, ‘수의계약=비리’ 오해와 학교급식 조달제도 개선방향.pdf

1. 서론 


최근 학교급식 수의계약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언론은 일부 학교급식 계약과 교직원 급식비 문제를 두고 '수의계약 관행’, '직원 밥값을 빼먹었다’는 식의 자극적 표현을 사용했다. 이러한 표현은 보도 효과는 크지만, 정책적으로는 매우 위험한 프레임을 만든다. 수의계약은 그 자체로 불법이나 비리가 아니다. 지방계약법령이 정한 절차와 한도 안에서 허용되는 일반적 계약방식이다. 문제는 수의계약이라는 형식이 아니라, 그 계약이 적정한 가격과 조건, 검수와 공개, 이해충돌 방지 장치 아래 운영되었는가에 있다. 지방계약법 시행령은 수의계약을 체결할 때 2인 이상 견적을 원칙으로 하되, 추정가격 2천만 원 이하 공사·물품·용역 등 일정한 경우 1인 견적도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이 논란은 2026년 4월 23일 서울고등법원이 삼성웰스토리 '급식 몰아주기’ 사건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2,349억 원대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전부 취소한 판결과 맞물려 더욱 중요해졌다. 공정위는 삼성전자 등 계열사가 수의계약 방식으로 사내급식 물량을 삼성웰스토리에 맡긴 행위를 부당지원으로 판단했지만, 법원은 수의계약 자체가 부당지원의 근거가 될 수 없고, 경쟁입찰을 해야 할 법적 의무나 물량을 나눠줘야 할 의무도 없다고 보았다. 또한 급식 거래가 삼성웰스토리에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했거나 단체급식 시장의 공정거래질서를 저해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학교급식 논란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수의계약이 반복된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비리나 특혜를 추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계약방식에 대한 도덕적 낙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도 설계다. 학교급식은 이미 오래전부터 직영 원칙 아래 운영되어 왔고, 학교장이 운영 책임을 지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학교급식법은 학교급식을 학교장이 직접 관리·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위탁은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특히 식재료 선정과 구매·검수 업무는 학교급식 여건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위탁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의무교육기관에서 급식업무를 위탁하려는 경우에는 관할청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학교급식법).

따라서 현행 제도의 본질은 '민간 참여의 전면 금지’라기보다 '직영 원칙과 위탁의 예외화’에 가깝다. 그러나 실제 운영에서는 학교장과 영양교사·영양사에게 조달, 검수, 위생, 안전, 회계, 사고 보고 책임이 집중되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이 구조에서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학교 단위가 책임의 최전선에 서게 되고, 충분한 외부지원과 투명한 보고체계가 없을 경우 축소 대응이나 방어적 행정의 유인이 생길 수 있다. 이 보고서는 학교급식 수의계약을 둘러싼 오해를 바로잡고, 수의계약을 비리로 낙인찍는 인식을 전환하며, 학교급식의 경쟁성·투명성·책임성을 동시에 높이는 제도개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2. 학교급식 제도의 구조: 직영 원칙과 책임 집중


현행 학교급식 제도는 학생 건강과 급식의 공공성을 보호하기 위해 직영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2006년 학교급식법 전부개정의 핵심 취지는 학교급식의 질 제고, 식재료 품질관리, 위생·안전관리, 운영방식의 엄격화였다. 당시 개정이유는 학교급식을 학교장이 직접 관리·운영하도록 하고,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일정 요건을 갖춘 자에게 위탁할 수 있도록 하되, 식재료 선정 및 구매·검수 업무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위탁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제도는 학교급식의 공공성을 높이려는 목적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부작용도 나타났다. 첫째, 학교장은 급식 운영의 최종 책임자가 되었지만, 급식 전문기관이나 민간 전문기업의 참여 폭은 크게 제한되었다. 둘째, 영양교사·영양사는 식단 작성, 식재료 선정, 구매계약, 검수, 위생관리, 민원 대응까지 복합적 책임을 떠안게 되었다. 셋째, 학교운영위원회 심의와 교육청 지침은 존재하지만, 실제 조달과 검수의 부담은 학교 현장에 집중된다. 학교급식법 시행령도 학교급식 운영방식, 급식대상, 예산·결산, 식재료 조달방법과 업체선정 기준 등을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학교장이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이 구조가 '책임은 학교에, 통제는 법과 지침에, 비용은 세금에’ 놓이는 삼중 구조를 만든다는 점이다. 민간기업이 자유롭게 참여해 가격·품질·서비스 경쟁을 할 수 있는 여지는 제한되어 있고, 학교는 식재료 구매와 계약 실무를 반복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이때 수의계약은 현장에서 불가피한 기능을 수행한다. 학생 수, 식단, 납기, 신선도, 검수 편의, 위생관리, 지역 공급망 등 학교급식의 특성상 단순 최저가 입찰이 항상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의계약은 언론과 감사의 언어 속에서 쉽게 '관행’, '특혜’, '유착’으로 묶인다. 물론 수의계약이 남용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정 업체와 반복적으로 계약하면서 가격 비교가 부실하거나, 분할발주로 경쟁입찰 기준을 회피하거나, 검수와 정산이 형식화되면 이는 당연히 제재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수의계약이기 때문에’ 문제가 아니라, '수의계약이 법령상 취지에 맞게 운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다. 수단과 남용을 구분하지 않으면 정책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른다.


3. 삼성웰스토리 판결의 의미: 수의계약은 합법적․정상적 방식이자 절차


삼성웰스토리 사건은 수의계약을 둘러싼 최근 법적 판단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공정위는 2021년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 등 4개사가 삼성웰스토리에 사내급식 물량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몰아주었다고 보고, 삼성웰스토리와 4개 계열사에 총 2,349억 2,7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공정위는 수의계약, 식재료비 마진 보장, 위탁수수료, 물가·임금인상률 반영 등을 문제 삼았고, 삼성전자 법인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을 검찰에 고발했다(한국경제 2021년 6월 24일자 기사 공정위 "급식 부당지원 과징금 2349억"…삼성 "행정소송 제기").
그러나 서울고법은 2026년 4월 23일 공정위 처분을 전부 취소했다. 법원은 급식 거래가 상당한 규모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삼성웰스토리에 과다한 경제상 이익이 제공되었다고 볼 수 없고,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큰 부당지원행위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특히 수의계약 자체가 부당지원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른 기업집단에서도 계열사와 급식 관련 수의계약을 맺는 경우가 빈번하고, 민간기업이 전 사업장을 경쟁입찰에 부치거나 사업장 내 식당을 분할해 중소기업에 나누어 맡겨야 할 법적 의무도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한국경제 2026년 4월 23일자 기사 '직원 밥값 빼먹었다' 오명 벗은 삼성…"2000억대 과징금 취소").

이 판단은 학교급식 수의계약 논쟁에도 직접 연결된다. 수의계약이라는 계약형식은 법적 판단의 출발점일 수 있지만, 위법성 결론이 될 수는 없다. 위법성을 판단하려면 거래조건이 실제로 부당하게 유리했는지, 정상가격과 비교해 과다한 이익이 발생했는지, 경쟁질서가 저해되었는지, 다른 사업자의 경쟁여건이 악화되었는지, 지원 의도와 효과가 입증되는지를 따져야 한다. 학교급식에서도 마찬가지다.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비리라고 볼 수 없다. 가격·품질·검수·업체선정·정보공개·반복계약 사유를 종합적으로 보아야 한다.

삼성웰스토리 판결은 '직원 밥값을 빼먹었다’는 식의 정서적 프레임이 법적 판단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점도 보여준다. 언론은 갈등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자극적 표현을 사용하지만, 정책은 법적 기준과 실증적 자료 위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수의계약을 비리의 대명사처럼 다루는 순간, 학교 현장은 합리적 조달 수단을 잃고 더 경직된 행정으로 몰릴 수 있다. 이는 결국 학생 급식의 품질과 현장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4. 학교급식 수의계약 논란의 현장 사례 검토 및 교훈


◩ 인천 사례: 저가․저질 납품 대응 수의계약


2025년 11월 인천지역에서는 학교급식 1인 수의계약을 둘러싸고 지역 정치권과 영양교사·영양사 간 갈등이 발생했다(중부일보, 2025년 11월 25일자 인천지역 영양교사·영양사 “김종배 시의원 급식 현장 왜곡 발언 사과하라”). 일부 시의원이 수의계약 상한액이 1천만 원에서 2천만 원으로 높아진 이후 특정 업체가 수의계약을 독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자, 영양교사·영양사들은 “합법적 계약방식을 문제 삼지 말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1인 수의계약이 2017년부터 도입되었고, 저가·저질 제품 납품 문제와 계약 해지 이후 업체의 소송 대응 등으로 학교 현장이 고육지책으로 선택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상한액 조정도 2020년 교육부의 신속한 재정집행과 학교업무 부담 경감을 위한 기준 조정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례는 수의계약을 단순한 '업체 봐주기’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학교급식 식재료는 일반 물품과 다르다. 식품은 신선도, 납기, 품질의 균질성, 위생관리, 알레르기 대응, 식단과의 적합성 등이 중요하다. 최저가 입찰을 반복하면 단기적으로 예산 절감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저가·저질 납품과 검수 부담, 계약 불이행 위험이 커질 수 있다. 현장에서 수의계약을 선호하는 이유는 반드시 유착 때문이 아니라, 품질과 안정적 공급을 확보하기 위한 실무적 필요 때문일 수 있다.


◩ 경기 사례: 수의계약 횟수 제한이 곧바로 품질 개선을 보장하진 않음


경기도교육청은 2025년 학교급식 식재료 공급업체 다양화와 수의계약 남용 방지를 위해 동일 업체와의 수의계약 횟수를 제한하고 구매계약 기간을 조정하는 지침을 추진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구매처를 단시간에 다양화하기 어렵고, 행정 준비가 부족하며, 식재료 질 저하가 우려된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결국 교육청은 시행을 보류했다(연합뉴스 2025년 8월 7일자 경기교육청, 급식 식재료 '수의계약 횟수 제한' 지침 보류).

이 사례는 수의계약 제한정책의 딜레마를 보여준다. 반복 수의계약은 감시 대상이 되어야 하지만, 횟수를 기계적으로 제한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경쟁성과 품질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검증된 공급업체와의 거래가 갑자기 끊기면 납품 안정성이 떨어지고, 학교는 새로운 업체를 찾는 행정부담을 떠안게 된다. 특히 친환경·지역산 식재료 공급망처럼 공급자가 제한적인 영역에서는 무리한 다변화가 품질 저하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정부 합동점검 사례: 문제는 계약형식이 아닌 통제 실패


물론 학교급식 계약과 관련한 비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6년 정부합동점검은 학교급식 식재료의 생산·유통·소비 전 과정을 점검해 총 677건의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특히 법령위반이 의심되는 초·중·고교 274개를 점검한 결과 계약 부적정, 예산 집행 부적정, 식재료 검수 및 위생관리 부실 등이 확인되었다. 보고서는 편법적 수의계약, 부당한 지명경쟁계약, 특정 브랜드 지정·구매, 높은 정산금액 등은 자료분석을 통해 사전 예방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대한민국 정책브리핑 보도자료 2016년 8월 23일자 “학교 급식 운영 실태 전면 공개한다”).

여기서 중요한 결론은 수의계약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통제 실패다. 즉, 분할계약을 통한 입찰 회피, 견적 비교 부실, 특정 브랜드 지정, 검수 부실, 리베이트 의혹, 자료관리 부실이 문제다. 이러한 문제는 경쟁입찰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입찰담합이나 저가 낙찰 후 품질 저하 역시 경쟁입찰의 고질적 위험이다. 따라서 정책의 방향은 '수의계약 폐지’가 아니라 '계약방식별 위험을 구분해 통제하는 체계’여야 한다.


◩ 교훈: '수의계약=비리’라는 인식 전환과 수의계약의 필요성과 순기능 인식도 필요


수의계약은 편의적 계약방식이지만, 동시에 필요한 계약방식이다. 모든 계약을 경쟁입찰로 처리하는 것이 항상 효율적이거나 공정한 것은 아니다. 특히 학교급식처럼 공급 안정성, 품질, 납기, 위생, 학생 선호, 알레르기 대응이 중요한 영역에서는 검증된 공급자와의 안정적 거래가 필요할 수 있다. 오히려 지나친 최저가 경쟁은 저가·저질 납품을 유도하고, 검수 부담을 키우며, 장기적으로 학생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문제는 언론과 감사의 언어가 수의계약을 곧바로 부정적 관행으로 묶는다는 데 있다. '관행’이라는 말은 반복된 실무를 뜻할 수도 있지만, 보도 맥락에서는 흔히 불법적 타성이나 은폐된 유착을 암시한다. '직원 밥값을 빼먹었다’는 표현은 더 강한 도덕적 낙인을 만든다. 그러나 급식비, 교직원 급식비, 검식비, 인건비, 운영비, 식품비는 각각 법적·회계적 성격이 다르다.
삼성웰스토리 판결이 보여준 기준은 분명하다. 수의계약 자체는 위법의 근거가 아니다. 거래조건이 실제로 부당했는지, 과다한 경제상 이익이 제공되었는지, 경쟁질서가 침해되었는지가 입증되어야 한다. 학교급식도 마찬가지다. 수의계약이 있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의 체크리스트이다. 1) 왜 수의계약이 필요했는가. 2) 가격 비교는 이루어졌는가. 3) 업체 선정 기준은 공개되었는가. 4) 납품 품질은 검증되었는가. 5) 반복계약의 사유는 기록되었는가. 6) 이해충돌 가능성은 차단되었는가. 7) 사고 발생 시 외부보고는 자동화되어 있는가.

이제 정책의 언어를 바꿔야 한다. '수의계약 근절’이 아니라 '부당 수의계약 근절’이어야 한다. '관행 척결’이 아니라 '합법적 계약과 위법한 남용의 구분’이어야 한다. '학교 책임 강화’가 아니라 '책임 있는 자율과 전문적 감시의 결합’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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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결론 및 제도적 개선방향


학교급식 수의계약 논란의 본질은 '수의계약이냐 경쟁입찰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학교급식 운영의 책임구조, 비용 구조, 감시 구조가 제대로 설계되어 있느냐이다. 우리나라의 학교급식 제도는 직영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고, 민간 위탁은 제한적이다. 학교장은 운영 책임을 지지만, 전문 조달지원과 외부 감시 체계는 충분하지 않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구조에서는 비용과 품질에 대한 시장적 압력이 약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은 학교 현장에 집중된다. 이 구조에서는 급식 품질 저하, 보고 지연, 책임 회피, 행정 부담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삼성웰스토리 판결은 이 논쟁에 중요한 기준을 제공한다. 수의계약 자체는 위법의 근거가 아니며 합법적․정상적 절차이자 방식이다. 위법성은 실제 거래조건, 과다한 경제상 이익, 경쟁질서 침해, 감시 실패 여부에서 판단해야 한다. 학교급식도 마찬가지다. 수의계약을 비리로 낙인찍는 방식은 현장의 합리적 선택지를 줄이고, 학교급식을 더 경직된 행정으로 몰아갈 뿐이다.

필요한 것은 수의계약의 폐지가 아니라 수의계약의 투명화다. 민간 참여의 배제가 아니라 책임 있는 민간 참여의 제도화다. 학교장 책임의 강화가 아니라 책임의 분산과 전문성 보강이다. 세금 투입의 확대가 아니라 식품비 보호와 비용 구조 공개다. 계약방식의 도덕화가 아니라 데이터 기반 감시와 성과평가다. 학교급식은 이제 '직영이냐 위탁이냐’의 낡은 이분법을 넘어, 경쟁·투명성·전문성·책임성이 결합된 새로운 급식 거버넌스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래서 본 이슈리포트는 다음 5가지의 제도적 개선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 수의계약의 적법 범위와 남용 기준의 명확한 구분


첫째,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학교급식 수의계약에 대한 표준 가이드라인을 다시 정비해야 한다. 수의계약 가능 금액, 1인 견적 가능 사유, 반복계약 허용 기준, 분할발주 금지 기준, 특정규격·특정 브랜드 사용 요건, 예외사유 기록방식을 명확히 해야 한다. 핵심은 수의계약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적법한 수의계약과 위법한 수의계약을 구분하는 것이다. 지방계약법 시행령상 1인 견적 수의계약은 일정한 경우 허용되어 있으므로, 학교 현장에 필요한 것은 막연한 금지가 아니라 명확한 판단기준이다.


◩ 학교장 책임을 조달 전문성으로 보완


둘째, 학교장에게 집중된 계약·검수·사고대응 책임을 교육지원청과 학교급식지원센터 차원에서 분산해야 한다. 학교장은 교육기관의 책임자이지 조달·위생·물류·계약 리스크를 모두 처리하는 전문 구매관리자가 아니다. 경기도교육청의 2026년 학교급식 정책추진 기본계획도 학교급식이 위생, 영양, 식품, 시설·설비, 예산, 인사관리 등이 연결된 시스템이며, 학교 예산의 60% 이상이 급식예산으로 식재료 구매계약 등 행정업무가 과다하다고 지적했다(경기도교육청, 2026). 같은 계획은 학교급식 지원체계 구축과 행정지원 강화를 제시했다. 이를 제도화하려면 교육지원청 단위에 급식 조달지원 전문인력을 두고, 학교별 계약 자료를 통합 분석해야 한다. 반복계약, 단가 급등, 특정업체 집중, 계약해지 이력, 검수 불량, 민원 발생 등을 데이터로 관리하면 사후감사보다 훨씬 효과적인 예방 감시가 가능하다.


◩ 인건비․운영비․식품비 분리 지원 및 분리 공시


셋째, 인건비·운영비·식품비를 분리 지원하고 분리 공시해야 한다. 현재 학교급식 비용 구조에서는 운영비 비중이 크고 식품비가 상대적으로 압박받을 수 있다. 인건비와 공공요금, 시설유지비가 오르면 실제 식재료 품질에 투입되는 재원은 줄어들 수 있다. 따라서 급식비 총액만 볼 것이 아니라 학생 1식당 순수 식품비, 식품비 집행률, 품목별 단가 변화, 지역·친환경 식재료 사용 비율, 잔반률, 만족도 등을 함께 공개해야 한다.


◩ 민간 참여의 성과기반 허용


넷째, 민간기업 참여를 금기시할 것이 아니라, 성과기반·책임기반으로 합리화해야 한다. 현행 학교급식법은 직영 원칙을 두고 위탁을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그러나 직영 원칙이 곧 민간 전문성 배제를 뜻해서는 안 된다. 식재료 물류, 위생관리, 급식 데이터 관리, 조리시설 운영, 긴급 대체급식, 알레르기 대응 시스템 등은 민간 전문기업이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영역이다. 물론 민간 참여에는 일정한 조건이 필요하다. 계약서에는 식품비 최저비율, 위생 사고 책임, 납품 불량 시 손해배상, 원산지·품질 허위표시 제재, 영업이익률 공개 범위, 학부모 평가, 사고 보고 의무를 명시해야 한다. 민간 참여의 핵심은 '허용하느냐 금지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규칙 아래 경쟁하게 할 것인가다.


◩ 반복 수의계약은 금지가 아닌 점검 대상


다섯째, 동일 업체 반복 수의계약을 횟수로만 제한하는 방식은 신중해야 한다. 경기 사례처럼 횟수 제한은 공급업체 다양화라는 목적에도 불구하고 현장 준비 부족, 품질 저하, 행정부담 증가를 낳을 수 있다. 더 나은 방식은 위험기반 관리다. 반복계약이 있더라도 가격 안정성, 품질 만족도, 검수 결과, 납품 신뢰도, 민원 여부가 양호하면 이를 무조건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 반대로 가격이 높거나 검수 불량이 반복되거나 특정인의 재량으로 업체가 고정된다면 집중감사 등 점검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 참고자료


∙ 공정거래위원회, 「삼성웰스토리 부당지원행위 제재 관련 보도자료」, 2021.
∙ 국가법령정보센터, 「학교급식법」 및 「학교급식법 시행령」.
∙ 국가법령정보센터,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0조.
∙ 한국경제, 「'직원 밥값 빼먹었다’ 오명 벗은 삼성…'2000억대 과징금 취소’」, 2026.4.23.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학교 급식 운영 실태 전면 공개한다」, 2016.8.23.
∙ 연합뉴스, 「경기교육청, 급식 식재료 '수의계약 횟수 제한’ 지침 보류」, 2025.8.7.
∙ 경기도교육청, 「2026 학교급식 정책추진 기본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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