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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규제로 멈춘 시장, 사라진 사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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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가 부동산 시장을 급랭시켰다. 10월 15일 정부가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고, 같은 지역의 아파트와 일부 연립·다세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까지 확대 지정했다. 의도는 과열 억제였지만, 결과는 거래의 급랭과 신호의 왜곡으로 나타났다.

대책 시행 후 열흘간 서울 아파트 거래는 직전 열흘 대비 약 79% 급감했다. 거래가 제한되면 겉으론 가격이 멈춘 듯 보인다. 하지만 시장은 '얼마가 맞는 가격인지’ 판단할 근거를 잃는다. 근거가 사라진 시장은 작은 소식에도 크게 출렁이고, 그 흔들림의 비용은 결국 집을 사야 하는 실수요자에게 돌아간다.

최근 부동산 규제의 흐름은 '시장진입 전면 차단’에 가깝다. 허가제 확대와 대출 한도 축소, 실거주 의무 규제지역 내 주택 구입 제한 등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정상적 수요까지 심사를 거친다. 시간·비용의 문턱이 높아지며 관망이 늘고, 거래 위축은 지표의 착시를 키운다.

문제는 역진성이다. 규제가 강할수록 집마련 기회는 자금 여력에 따라 갈린다. 레버리지가 필요한 청년·신혼부부는 더 멀어지고, 현금 동원력이 큰 계층이 움직인다. 이런 일률적 차단은 주택이 필요한 계층에 악영향으로 작동한다.

현행 부동산 규제는 내 집이 필요한 실수요층의 사다리를 걷어찬다. 빈번한 규정 변경과 길어진 심사·허가가 결정을 지연시키고 대출 접근을 늦춰, 같은 소득에서도 내 집 마련 가능성을 급격히 낮춘다.

임대차도 영향을 받는다. 매매가 막히면 전·월세로 수요가 몰리고, 규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임대 공급은 움츠러든다. 세입자 부담이 커지면 정책의 정당성도 흔들린다. '과열 억제’를 말하려면 임대 시장의 안정 경로를 함께 제시해야 한다.

정책은 최소 개입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투기 신호가 확인된 구역·유형·면적만 골라 기간을 한정하고, 달성 여부는 데이터로 점검해 자동으로 종료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규칙이 자주 바뀌면 그 누구도 장기적인 결정을 하지 못한다.

금융은 시장이 판단하고 당사자가 책임지는 영역이다. 생애최초·무주택 여부와 무관하게 소득·상환능력이라는 일반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하고, 자유로운 선택과 갈아타기·상환 방식을 보장해야 한다. 단기 차익 거래도 별도 규제보다는 비용·위험의 정확한 가격 반영으로 수익과 비용이 시장에서 정해질 때, 시장은 과열 없이 균형을 찾는다.

정보는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 어떤 규칙이 언제 시작되고 언제 끝나는지 처음부터 알리고, 약속한 기준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멈추게 한다. 규정은 자주 바꾸지 않고, 동네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도 쉬운 방식으로 꾸준히 공개해 시민이 스스로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주택정책의 목적은 시민이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는 경로를 넓히는 데 있다. 통제위주로 만든 일시 동결조치는 오래가지 않는다. 최소한의 개입, 원활한 금융중개, 예측 가능한 규칙을 갖추면 시장은 스스로 균형을 찾고, 청년과 무주택자에게 다시금 사다리가 놓인다. 지금 필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기준과 지켜지는 약속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