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지긋지긋한 젠트리피케이션’일까?

이나현 / 2023-05-19 / 조회: 2,371

"최근 백종원(더본코리아 대표)의 손을 거쳐 침체되었던 예산시장이 핫플레이스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유튜브 영상들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영상에는 예산시장이 많은 인기를 얻게 되자 시장을 오랫동안 지켜온 몇몇 상인들이 건물주로부터 퇴거 요청을 받아 어쩌면 예산시장을 떠나게 될 수도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고, 이러한 내용들을 보여주며 영상에는 ‘지긋지긋한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자막이 등장하였다. 그리고 백종원 대표는 인터뷰를 하며 ‘이 놈의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말을 하기도 하였다. 


나는 이러한 내용들을 보며 ‘과연 젠트리피케이션은 부정적이기만 한 것일까?’, ‘건물주들이 마냥 잘못하기만 한 것일까?’, ‘시장경제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은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등의 여러 의문이 들었다. 젠트리피케이션, 정말 지긋지긋하기만 한 것일까?


먼저,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란 도심의 특정 지역이나 장소의 용도가 바뀌는 등 변화에 따라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면서 기존 거주자 또는 임차인들이 내몰리는 현상이다. 예산시장이 변화하고 많은 인기를 끌며 관심을 얻게 되자, 예산시장의 건물주들이 그 이점을 이용하려고 임차인들에게 퇴거 요청을 한 것과 같은 현상이다. 이런 현상은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보면 우리가 즐겨 찾고, 가보고 싶어하는 핫플레이스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필자의 경우 부산에 거주하는데, 부산에는 유명한 전포카페거리가 있다. 이 곳은 2017년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부산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이기도 하다. 2009년 이후 대우버스의 울산 이전으로 발생한 빈 점포에 바리스타, 쉐프 등이 유입되어 다양한 카페와 맛집을 만들었고, 이는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얻어 입소문을 타고 다른 지역까지 퍼져나가게 되었다. 하지만, 전포카페거리가 유명세를 타자 임대료와 권리금이 치솟았다. 초창기에 2,000만 원 정도 하던 권리금이 8,000만 원 이상으로 치솟기도 하였으며, 임대료도 많게는 2배 이상까지 상승하게 된 것이다.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초기의 소상공인들을 떠나게 되고 그 자리는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이나 음식점 등이 채우게 되어버렸다. 결국, 전포카페거리만의 개성은 사라지고 어디에서나 볼 법한 흔한 상권으로 변해가고 있다. 전포카페거리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부산에 오면 방분해보는 관광지인 감천문화마을과 남포동의 광복로에도 이러한 이면이 깔려 있다.


이러한 현상은 시장경제 체제에서 바라보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전포카페거리나 예산시장처럼 특성화되거나 볼거리가 많고 개성과 매력이 있는 곳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는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결국 그 지역 내에 있는 토지와 상점의 크기, 즉 공급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수요는 많고 공급은 제한되어 있으니 임대료 및 관련 비용이 치솟는 건 시장경제에서 당연한 일이다. 비록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누군가는 상권을 떠나게 되었고, 그와 관련하여 소비자들도 선택권의 제약이 생기기는 하였지만, 결국 이 젠트리피케이션은 각자가 처한 환경에서 자신의 이익을 최대한 고려한 의사결정의 결과인 것이다. 요즘에는 젠트리피케이션이 거의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지만, 우리가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 살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여 다시 생각해보면 수요 공급의 법칙을 따르는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이다.


그렇다면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을 방법은 없는 걸까? 나는 이 질문의 답이 ‘기회비용’에 있다고 생각한다. 기회비용이란 간단히 말하면, 어떤 선택으로 인해 포기된 기회들 가운데 가장 큰 가치를 갖는 기회 자체 또는 그러한 기회가 갖는 가치를 의미한다. 나는 건물주들이 이 기회비용을 고려하여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즉, 그 결정을 하였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의 비용과 편익을 충분히 고려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건물주의 경우 인기를 끌고 있는 상점의 임대료를 올림으로써 임차인을 내쫓고 그 건물에 다른 상점이나 프랜차이즈를 입점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본인에게 가장 큰 가치를 가져다줄 수 있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임대료를 올리고 더 많은 돈을 받는 것이 건물주들에게 단기적으로는 더 좋을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임대료가 낮은 지역이었던 기존의 낙후된 지역에서 상권을 다시 살아나게 만들고 사람들이 방문하게 만든 것은 기존의 임차인들 덕분이다. 임차인들만의 독특하고 매력 있는 상점들 덕분에 그 지역이 다시 살아나게 된 것이다. 근데 그러한 임차인들이 점차 한두 명씩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떠나게 되면, 그 활성화된 도시의 원동력이 유지될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임차인들이 만들어내는 그 골목, 지역의 가치가 결국은 장기적으로 더 큰 편익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들은 어느 곳에나 ‘대체재’가 존재하는 것들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특히, 관광을 오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어느 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음식, 어느 지역에서나 갈 수 있는 카페만을 선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높은 임대료를 부담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를 입점시키는 것이 결코 옳은 결정이 아닐 수도 있다.


정리해보면, 젠트리피케이션은 지긋지긋하기만 한 현상은 아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생각해보면 여러 물건의 가격이 결정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다. 다만, 젠트리피케이션은 장사를 계속 하고 싶은 임차인들과 다양하고 매력 있는 것들을 소비하고 싶은 소비자들, 그리고 어쩌면 임대인들까지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이해당사자들의 충분한 사료가 필요한 주제일 것이다. 그리고 그 사료를 위해서는 기회비용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최선의 선택이었던 행동들이 결국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불행을 초래하는 비합리적인 결정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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