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19년, 망고 포도라 불리는 샤인머스캣 열풍이 시작되었다. 샤인머스캣은 다른 포도와 달리 씨가 없고, 고당도를 자랑하며 비싼 가격에 판매되었고, '명품 포도’, '귀족 포도’ 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2022년 지금, 샤인머스캣은 동네 마트에 가도 볼 수 있으며, 일반 포도와 다르지 않은 가격대에 판매되고 있다. 포도계의 명품이었던 샤인머스캣은 더 이상 명품이 아닌 그냥 포도가 된 것이다.
이렇듯 단 3년 만에 명품이라 불리던 샤인머스캣의 가격이 하락한 이유에 경제학적 원리가 숨어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2022년 한국의 샤인머스캣 생산량은 전년 대비 78% 증가하였다. 샤인머스캣의 생산량이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공급의 법칙’ 때문이다. 재화의 가격이 상승하면 그에 따라 공급량도 증가하게 되는데, 이를 '공급의 법칙’이라고 한다. 샤인머스캣의 높은 가격 덕에 생산하는 농가가 증가한 것이다. 더불어, 샤인머스캣의 경우 일본에서 품종 개량으로 개발된 것으로 본래 로열티를 일본에 지급하여야 한다. 그러나 일본이 해외품종을 등록하지 않았고, 우리나라가 '품종 개발권’을 취득하였기 때문에 일본에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이러한 생산비의 절감은 공급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서, 재배 농가는 샤인머스캣을 더 적은 비용으로 만들 수 있게 되었고, 샤인머스캣의 공급이 증가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샤인머스캣 생샨량의 증가가 가격하락과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시장 가격은 재화의 수요량과 공급량이 일치하는 균형점에서 형성이 된다. 재화의 공급이 증가하게 되면 공급곡선은 우측으로 이동하게 되고, 새 균형가격이 형성된다. 즉, 시장에서 재화를 판매하는 판매자가 증가하면 자연스럽게 가격은 하락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수요, 공급의 법칙에 의해’ 샤인머스캣의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샤인머스캣의 균형가격은 하락하고,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수요가 증가하여 균형 거래량은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샤인머스캣이 3년이란 짧은 기간에 가격이 대폭 하락한 이유는 '가격 탄력성’ 때문이다. 샤인머스캣은 공급자들이 생산량을 신축적으로 조절할 수 있으므로, 공급의 가격 탄력성이 큰 재화이다. 이처럼 공급의 가격 탄력성이 큰 경우, 재화의 가격 변화에 공급량이 민감하게 반응하여 가격이 상승하면 공급량은 큰 폭으로 증가한다. 샤인머스캣의 공급이 탄력적이기 때문에 단기에 공급량이 큰 폭으로 증가할 수 있었으며, 이에 따라 가격 변동도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최근 샤인머스캣의 가격하락 이후 점점 보이지 않는 과일이 있는데, 바로 '청포도’이다. 소풍 도시락에는 항상 청포도가 있었지만, 어느새 그 자리는 샤인머스캣이 차지하고 있다. 마트에 가면 이제는 샤인머스캣보다 청포도가 더 비싼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청포도의 가격이 상승한 이유가 샤인머스캣과 관련이 있을까?
물론이다.
청포도가 가격이 상승한 것은 청포도가 샤인머스캣의 '대체재’이기 때문이다. 대체재란 한 재화의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다른 한 재화의 수요가 증가하는 관계에 있는 두 재화를 말한다. 즉, 샤인머스캣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샤인머스캣의 수요가 증가하였고 이에 따라 청포도의 수요는 감소하였다. 수요가 감소한 청포도는 '수요의 법칙’에 의해 가격이 증가하게 된 것이다.
마트에 샤인머스캣이 청포도보다 많아진 이유는 '국제 무역’에서도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가 청포도가 값싼 칠레에서 포도를 수입하는 수입국이 되면 포도의 균형가격이 국제가격과 같은 가격으로 하락한다. 이때 소비자 잉여는 증가하게 되고, 이에 반해 국내 생산자 잉여는 감소한다. 즉, 포도를 값싸게 먹는 소비자의 잉여는 증가하고, 비싼 가격으로 포도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국내 생산자의 잉여는 감소하는 것이다.
이처럼 칠레산 포도인 청포도의 수입이 증가하면 국내 생산 포도인 샤인머스캣 생산 농가의 잉여가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국내 농가는 생산자 잉여의 증가를 위해서 칠레산 포도인 청포도의 수입보다 국내 생산 포도인 샤인머스캣의 생산을 선호할 것이다. 그렇기에 샤인머스캣의 생산량은 증가하고 이에 따라 가격이 하락하고 수요가 증가하여 이제는 청포도 보다 샤인머스캣이 더욱 자주 보이는 것이다,
올해는 새콤한 머루포도나 청포도를 먹던 작년과 달리 샤인머스캣을 더 많이 먹은 것이 기억에 남는다. 낯설기만 했던 샤인머스캣이라는 포도가 우리에게 이렇게 익숙해진 과정에 많은 경제학적 원리가 숨어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가.
샤인머스캣의 가격하락이라는 현상을 계기로 다양한 경제학적 원리를 찾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일상의 작은 현상들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숨어있는 경제적 원리를 찾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필자는 이를 계기로 독자들이 경제학과 조금 친밀해지는 시간을 가졌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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