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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스의 눈으로 본 마스크

전건영 / 2022-05-16 / 조회: 1,177

길었던 코로나 19와의 동거가 이제는 끝이 보이는 듯하다. 아직은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으나, 정부의 실외 마스크 해제 지침과 함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시민들의 기대감은 점차 커지고 있다. 나 또한 매일 아침 학교에 가기 위해 익숙하게 집어 들었던 마스크를, 이제는 가방에 넣고 다니기만 해도 된다는 생각에 설레기는 매한가지다. 쟁여 둔 마스크를 하나둘 쓰다 보면 어느새 마스크가 몇 개 남지 않은 걸 발견하는데, 나는 별생각 없이 이번엔 마스크를 어느 정도 사둘까 고민하곤 한다.


그러다 문득 국내에서 코로나 19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을 당시, 마스크 품귀 현상이 벌어졌던 때가 떠올랐다. 마스크 수요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시장은 필요한 물량을 감당해내지 못했다. 결국 정부가 나서 출생 연도에 따른 마스크 5부제를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머지않아 늘어난 마스크의 수요만큼 관련 시장의 규모도 점차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후 다양한 기업에서 마스크를 대량으로 생산해내자, 시민들에게 충분한 마스크가 공급되기 시작했다. 감염 예방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KF94 인증 마스크를 걱정 없이 매일 새것으로 쓸 수 있게 될 때까지 참으로 우여곡절이 많았다.


코로나 19가 장기화하자, 점차 마스크를 감염 예방 차원을 넘어 새로운 패션 아이템으로 여기는 시민들이 늘어났다. 그에 발맞춰 시장에는 다양한 모양, 색깔, 기능을 가진 마스크들이 재빠르게 등장했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기호에 맞춰 마스크를 착용할 수 있을 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이것은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이는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보이지 않는 손’ , 바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애덤 스미스는 그의 저서에서 분업의 효과를 설파한다. 요즘 생산되는 마스크는 대부분 제조 공정이 기계로 자동화되어 있는데 무슨 분업이냐고?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공장 내에서 이뤄지는 분업이 아니다. 바로 시장에서 이뤄지는 분업이다. 혹자는 또 이렇게 반문할 수 있겠다. 시장은 기업들끼리 경쟁하기 마련인데, 분업이 어떻게 이뤄지는 것이냐고. 스미스는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 펼쳐지는 시장에서는 비의도적 분업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기업은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같은 마스크를 팔더라도 다른 제품과 차별화를 두고자 한다. 이전까지 찾아볼 수 없었던 모양이나 기능을 가진 마스크를 선보이거나 자신의 제품이 가진 강점을 더욱 부각하여 소비자에게 어필한다. 기업들은 각자 잘하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킨다. 기업이 이익 추구를 위한 경쟁 차원에서 한 행동이 비의도적인 분업의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경쟁 과정에서 제품의 품질이나 가격이 점점 개선되면서 마스크의 객관적 수준이 상향 평준화되는데, 이는 비의도적인 협동이 일어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현재 인터넷이나 약국 등을 통해 다양한 형태, 가격, 그리고 기능을 가진 마스크를 꼼꼼히 따져보고 고를 수 있는 것은 모두 자유로운 시장 경쟁 체제 내에서 분업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마스크 대란을 겪은 후, 그토록 이른 시간 안에 마스크 공급이 원활해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감염병의 전파력에 전 국민이 놀랐다. 전파력만큼이나 사람들 사이의 불안감도 삽시간에 퍼졌다. 그 불안감을 모두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마스크가 시장에는 없었다. 마스크를 찾는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당연하게도 마스크는 부족해졌고,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 소수의 마스크 업체들은 정부와 시장의 요구에 발맞춰 생산에 박차를 가하였고, 이는 업계의 큰 호황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여전히 마스크는 충분하지 않아 가격은 천정부지로 솟게 된다. 마스크를 사재기한 후에 높은 가격으로 되팔아 폭리를 취하는 이들도 나왔다. 그러나 머지않아 이를 본 다른 기업들 또한 마스크 생산에 뛰어들며 마스크가 대량으로 시장에 공급되기 시작했다. 요동쳤던 시장이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 시민들은 더 이상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약국 앞에 줄을 설 필요가 없어졌고, 터무니없는 가격에 마스크를 사야 할 필요도 없었다. 그 누구도 나서 이를 통제하지 않았지만, 마스크의 공급과 가격은 안정되었다. 이것이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이다.


스미스는 정부의 역할은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 즉 사기, 담합 등 범죄 행위에 대해서만 처벌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실제 사례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정부는 시민들에게 방역 필수품인 마스크를 적절히 공급하기 위해 사재기 행위를 금지하고 해외 반출 정도를 규제했을 뿐, 기업들의 마스크 생산을 통제하거나 가격 형성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 정부에 이에 관여하게 된 경우는 가격 상한선을 도입한 후, 되려 마스크 품귀 현상이 더욱 심각해진 이탈리아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나라가 비교적 이른 시간 안에 이를 극복해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시장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손’을 존중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답은 정부가 아닌 시장이 찾아냈다.


여전히 감염 위험이 큰 실내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이기에 마스크는 한동안 우리 곁에서 함께할 듯하다.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 3년 여 동안이나 매일같이 썼지만, 마스크가 내 손에 어려움 없이 쥐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잠시 잊고 있었으나 오늘도 마스크를 꺼내 쓰면서 시장 경제의 원리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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