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제한 풀어야 금융시장이 제 역할

최승노 / 2022-10-12 / 조회: 7,119       자유일보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책으로 금리를 올리면서 시중금리도 름세다. 세계적인 경제위기의 신호가 나타나면서 곳곳에서 금융 불안이 발생하고, 자금을 구하지 못하면서 삶이 위태로워지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문제는 법정 최고 금리를 20%로 제한하는 이자제한법으로 인해 금융시장이 제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시적으로라도 금리제한을 풀어야 할 상황이다.


고금리 현상은 사람마다 다른 영향을 준다. 저축하고 돈을 빌려주는 입장에서는 고금리로 인한 수입이 증가한다. 반면 돈을 빌려 쓰는 입장에서는 금리비용이 올라가 부담이 늘어난다. 지금처럼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야기된 상황에서 금리인상은 피할 수 없는 현상임은 분명하다.


금리가 전반적으로 올랐다면, 최고 금리도 이에 따라 함께 올라가야 금융시장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과거의 낮은 수준 금리에 맞춰 설정한 최고금리 20%를 금리 급등현상에 맞춰 높이는 것은 경제위기를 잘 극복해가기 위한 조치다. 또 금융의 경직성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최고금리를 25%에서 40%로 높였다가 IMF의 요구에 의해 이자제한법을 아예 폐지한 바 있다. 이처럼 정부의 발 빠른 대응으로 인해 금융시장은 정상화될 수 있었고 기능하기 시작했다. 대부업법을 제정하면서 다양한 금융상품이 가능해지기도 했다. 


이후 정치권은 고금리가 해롭다면서 이자를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이자제한법을 다시 부활시켰다. 금융 행위를 제한하는 것이라 해로운 규제임에도, 고금리를 사회적 악으로 몰아가는 반시장적 주장이 득세한 결과다. 하지만 이자제한법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거래를 제한하는 무리한 규제라서 피해가 발생한다. 제도권에서 쫓겨난 사람들은 자금을 구하지 못하고 애를 태워야 하고, 법 밖의 사각지대로 쫓겨나 뒷골목을 방황해야 한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금리는 늘 변하는 것이 정상이다. 시장에서 금리가 오르는 것은 그만큼 돈을 아껴 쓰고 소비를 줄이고 부채부담을 줄이라는 말이다. 동시에 투자 수익률이 높은 쪽으로 투자를 신중히 하라는 말이기도 하다. 이처럼 시장에서의 금리 변동성은 소비와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작용을 하기에 경제의 순환을 조정하는 기능을 하게 된다. 이런 금리의 변화가 없다면, 경기변동이나 투자에 대한 신호 기능이 무력화되면서 금융시장은 방향성을 상실한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고 금융소비자의 피해가 커진다. 더구나 금리 기능의 탄력성이 약화되면 투자 효율성이 떨어지게 되고 경제는 뒷걸음질치게 된다.


고금리를 사회적 악으로 삼아 인기를 얻으려는 정치는 오랜 역사에서 늘 존재해왔다. 중세시대에는 아예 금리를 인정하지 않았고 이슬람 문화의 국가에서는 지금도 이자 자체가 법으로 금지되고 있다. 튀르키예의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자는 모든 죄악의 근원이라며 계속 금리를 내리고 있다. 사실 튀르키예의 물가상승률은 80%를 넘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데, 뭐가 문제인지를 모르는 정치를 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최고금리를 연속으로 낮춘 바 있다. 27.9%에서 24%로 최고금리를 설정했고, 2021년 3월에는 20%로 강제한 바 있다. 시장이야 망가지든 말든, 돈이 필요한 사람이 거리를 헤매든 말든, 자신의 정치적 야심만 채우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저신용자도 국민이고 금융소비자다. 제도권 시장에서 자금을 빌릴 수 있어야 한다. 정치인들의 인기를 위해 이들을 희생시키는 것은 국민과 소비자의 선택 행위를 침해하는 일이다. 고금리 현상이 지속될수록 국민과 소비자의 피해는 늘어갈 수 밖에 없다. 정부와 정치권은 일시적으로라도 신속하게 최고금리를 올리거나 이자제한법을 폐지할 필요가 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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