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경제 활로를 찾아서] 난방비는 시작이다

조홍종 / 2023-03-27 / 조회: 3,513       미래한국

2023년 초부터 난방비 인상으로 인해서 '대란’ 또는 '폭탄’ 등의 자극적 단어를 사용하여 언론부터 정치인까지 한바탕 난리법석을 부리고 있다. 정말 아무도 예기치 못한 깜짝 놀랄 만한 난방비 인상인지 의문시 된다. 2022년 한해 내내 에너지 요금을 적기에 인상하여 시민들에게 에너지 절감의 절실함을 홍보해야 한다고 외쳤던 한 사람으로서 매우 뒤늦은 호들갑에 좌절감마저 든다.


2022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전 세계의 에너지 요금은 천연가스를 중심으로 역사적으로 기록적인 폭등을 하였다. 2020년 5월 유럽의 천연가스 현물가격은 0.99달러/mmbtu 였고, 2022년 8월 말에 99달러/mmbtu로 상승하여 2년여간 100배 상승한 상태였다. 천연가스 도매 가격이 오르면서 독일,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지역은 약 10배의 에너지 요금을 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반 국민들은 해외의 에너지 위기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전쟁이 에너지를 포함한 모든 원자재의 공급망을 훼손해서 적어도 원유나 천연가스가 어느 정도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이해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를 중단함으로써 유럽이 액화천연가스로 러시아 물량을 대체하고 있다. 덩달아 우리나라도 액화천연가스 수입액도 급격히 늘어났다. 천연가스 수입 물량은 2021년 4590만 톤에서 2022년 4639만 톤으로 약 1% 늘어났지만 수입액은 2021년 254억5278만 달러에서 2022년 500억2219만 달러로 약 2배 증가하여 물건의 원가가 2배 증가하였다는 뜻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소매 요금은 1년간 약 38%만 오른 상태이다. 그래서 현재 난방비 요금의 2.5배 정도는 더 올려야 2022년 1년간의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것이다.


도대체 에너지가 어쩌다가 이렇게 가격이 폭등하게 되었을까? 전쟁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전쟁 이전의 얘기를 해야 한다. 2021년부터 이미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은 오르고 있었다. 2021년 10월 유럽은 이유를 알 수 없으나 풍력발전량이 절반으로 주저앉았다. 바람이 불지 않은 것이다.


특히 독일과 영국 등이 대량으로 설치한 풍력발전기들이 전기를 충분히 생산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러시아로부터 들어오는 천연가스를 이용하여 천연가스 발전량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이때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했다. 그리고 2022년 1월 러시아는 재고물량이 없다며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을 줄였다. 이때도 천연가스 가격은 폭등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유럽이 에너지 부족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느꼈을 것이고 결국 전쟁으로 이어지는 결정을 하게 된다. 독일의 로베르트 하벡 재무장관은 독일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무시한 결과가 러시아의 전쟁에 빌미였으며 유럽이 에너지 위기를 겪게 된 원인이라고 자백했다.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자연에게 에너지를 맡겼을 때 우리가 지불해야 할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결국 유럽의 에너지 위기는 탄소중립을 내세우며 화석연료를 줄이고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에너지 가격 인상을 겪을 수밖에 없음을 방증한다.


유럽의 에너지 전환정책 실패가 액화천연가스(LNG)로 러시아산 파이프라인 천연가스(PNG)를 지속적으로 대체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아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LNG 수입으로 전기생산과 난방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유럽과 물량경쟁과 가격경쟁을 매년 걱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떠밀려가고 있다.


유럽은 따듯한 겨울과 수요 절감으로 올 겨울을 어느 정도 큰 문제 없이 넘어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동안 가격을 올리지 않고 수요도 절감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부터 에너지 위기는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전기요금과 난방요금이 동시에 상승하는 지속적인 요금 불안을 걱정하고 대비해야 하는 겨우 시작단계에 서있는 것이다.


2020년 탄소중립 선언하며 천연가스 최저가 구입 기회 놓쳐


유럽의 위기가 국제적인 에너지 전환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의 원인이라면 국내적 요인도 겹쳐 있다. 2020년 원유가는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천연가스 가격은 역사적 폭락 상황이었다. 에너지 가격이 하락에 하락을 거듭하던 그때 우리는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상향해 전 세계에서 최고의 저감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천연가스를 최저가로 구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으나 화석연료를 안쓰겠다는 탄소중립 선언에만 몰두해 좋은 계약 기회를 아예 놓쳐버리고 에너지 안보를 방기해버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에너지 가격 인상에 그대로 노출되고 에너지 요금 인상을 헤징할 수 있는 적기를 놓쳐버린 것이다. 지금 독일처럼 지난 정부 정책실패의 결과를 우리가 치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이때다 하고 장기계약을 다수 체결하며 가격을 안정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갔다.


에너지정책 실패로부터 기인한 지난 정부에서 시작된 문제로 인해 가스공사와 한전은 가스요금과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누적되어 있었으나 요금 인상은 거듭 거부되었고, 작년말 기준으로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9조까지 증가했고, 한전의 부채는 30조 이상을 넘어서고 있다.


현재의 요금 수준으로는 두 회사는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미 올려야 했고 지불했어야 하는 요금을 내지 않게 되면 결국 미래사용자에게 전가하는 것이고 미래세대에게 세금으로 메꾸라고 요구하는 꼴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사용자에게 요금을 내라는 요구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적자는 누적되고 사용하지 않은 사람들이 비용을 내게 된다. 지속불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으로 인해 시장은 붕괴하고 전기가 끊어지고 가스가 적기에 공급되지 않을 수도 있는 위기의 상황으로 점점 내몰리고 있어서 이에 대한 정부의 현명한 판단과 정치권의 소모적인 논쟁은 그만하고 요금만이 유일한 해법임을 명심해야 한다.


조홍종 단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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