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손.’
애덤 스미스를 떠올릴 때, 그리고 '자유주의’를 말할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말이다. 사람들은 어디선가 주워들은 이 말만 가지고, '자유주의’는 '자유’라는 미명 아래 시장(市場)의 무한경쟁 속에 약자(弱者)를 방임하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상이라고 주장하면서, 애덤 스미스를 그러한 사상을 옹호했던 '자유주의 경제학자’로 간주한다. 이러한 인식의 연장선상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자유’를 강조할 때마다 경기(驚氣)부터 일으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런 생각들은 무지의 소치다. 《국부론》은 원래 중상주의(重商主義) 아래서 기득권을 누리는 독점 상인과 기업들을 비판하는 책이었다. 이 책에서 애덤 스미스는 분업(分業)의 효율성을 찬양하면서도 그것이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측면도 엄중하게 경고했다. '보이지 않는 손’은 《국부론》에 단 두 번 등장할 뿐이며 '인간 행동에 대한 은유적 수사학적 설명’에 불과했다. 애덤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을 통해 '사회의 조화를 위해 충분한 도덕적·심리적 조건’을 탐구했고, 약자에 대한 연민과 사회구성원들 간의 연대(連帶)라는 가치를 절대로 외면하지 않았다.
이 책은 오해받고 있는 애덤 스미스(1723~1790년)의 삶과 사상에 대해 전문가들이 쓴 에세이 모음집이다. 32명의 저자는 애덤 스미스의 생애, 《국부론》과 《도덕감정론》, '스코틀랜드 계몽주의’, 애덤 스미스의 사상이 후세에 미친 영향 등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다. 특히 애덤 스미스의 사상의 오용(誤用)과 현대의 경제적 현안들에의 적용을 다룬 대목들이 흥미롭다. 애덤 스미스뿐 아니라 자유, 자유주의에 대한 오해를 넘어서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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