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의 원칙에서 벗어난 종부세,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곽은경 / 2021-12-27 / 조회: 10,630       브릿지경제

1789년에 발생한 프랑스 혁명의 시작은 세금 문제였다. 당시 프랑스는 평민들에게는 토지세, 재산세 등 다양한 세금을 징수했으나, 2%의 귀족과 성직자들에게는 세금을 면제시켜줬다. 이에 세금 부담이 많은 98%의 시민들은 세금을 내지 않고 자신들의 부를 축적하기에 바쁜 귀족과 성직자들에 분노했고, 불만을 표출하는 과정에서 프랑스 혁명이 일어났다.


비합리적인 세금이 대혁명의 불씨가 되었듯이, 조세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은 국가의 유지·발전에 있어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사회적 합의가 확보되지 않은 세금제도는 조세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고,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리게 된다.


프랑스혁명 뿐 아니라 동학혁명, 미국의 독립전쟁 등 국민적 저항의 배경에도 과도한 세금이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매년 위헌 논란이 제기되며, 납세자들의 강한 반발이 지속되고 있는 종합부동산세가 합리적인 조세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선, 종부세는 부동산 정책 실패로 그 정당성을 잃었다. 헌법재판소도 인정했듯, 다수의 1주택자에게 종부세를 부과해 국민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고, 무리하게 종부세 세율과 공시가격을 높인 탓에 중산층, 1주택 장기 보유자들이 종부세 납세 대상이 되었다. 서울의 경우 종부세 대상의 60%가 1주택자일 정도로 문제가 많다. 많은 시민들이 집값 상승분을 실현하지도 못했지만 지난해보다 3배 이상 오른 종부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주택의 숫자로만 세금을 책정하다보니 세금의 중요한 원칙인 공평성도 상실했다. 전체적인 경제력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부동산, 특히 다주택 보유 여부만을 고려하기 때문에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주택의 숫자를 기준으로 징벌적인 세금을 부과하는 경우는 없으므로 제도 도입에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 정부는 투기수요 억제를 목표로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지방의 다주택자, 주택을 상속받은 사람들이 졸지에 ‘투기꾼’으로 몰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최근 논란이 된 60대 부부의 청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부부는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노후자금을 목적으로 수도권에 집 2채를 마련했는데, 무려 110만원의 종부세를 내야 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노부부는 “서울에는 20억 넘는 전세도 많은데, 두 채 합쳐 9억도 안하는 집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종부세를 내는 것은 불공평하다”며, “젊어서 열심히 산 게 죄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세금 제도를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는 바로 납세자의 신뢰다. 기본적으로 내가 낸 세금이 국가의 공공서비스, 즉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을 보호하는 데 쓰일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위헌소송, 조세심판청구 등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종부세는 납세자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해 찔끔찔끔 완화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이는 근본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세원칙에 어긋난 종부세를 부분적으로 손 볼 것이 아니라 이제는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16년간 시행된 종부세가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정책적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치적 구호를 위해 조세 원칙을 무시한 결과, 납세자의 반발과 부동산 시장의 혼란만 부추긴 것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내년에도 종부세 납부 대상은 더욱 늘어나 국민적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늦었지만 “혁명의 역사는 조세 저항의 역사”라는 격언을 되새기며 종부세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곽은경 자유기업원 기업문화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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