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번영하는 데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어떤 나라들은 성장하고 어떤 나라들은 성장을 못할까. 이 궁금증을 해결한 이가 애덤 스미스이다. 그는 여러 나라를 둘러보고 성장하는 나라에 나타나는 현상들을 분석했다. 그리고 <국부론>에 그 이유를 설명했다.
애덤 스미스의 지혜는 간단하다. 더 생산한 만큼 소비할 수 있다. 잘 사는 나라에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더 많이 생산하고 그만큼 소득이 늘어나 더 풍요롭게 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생산할 수 있을까. 그는 <국부론>에 그 이유를 분업과 전문화로 설명한다. 자영업자처럼 혼자 일하기보다 일을 쪼개서 나누고 그 분업화된 일에 각자가 특화되면 더 많은 생산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핀 공장을 예로 들어, 혼자 핀을 만들면 한 사람이 하루에 10개를 만들 수 있지만 여러 사람이 역할을 나누면 한 사람이 4,800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돕는 경제협력을 늘리다보면 생산은 늘어나고 경제는 성장한다는 것이 애덤 스미스의 교훈이다. 여기서 누가 지시하거나 누가 계획할 필요는 없다. 무엇을 만들지 무엇을 소비할지는 개인이 각자 시장에 참여해서 선택하고 행동하면 된다. 그런 과정을 통해 민간의 지식은 축적되고 사람들은 더 나은 방식을 찾아낸다. 성장의 선순환이 이어진다.
이렇게 간단한 경제성장을 왜 그렇게 많은 나라들이 하지 못할까. 산업혁명이 일어난 지 수백 년이 지난 지금에도 아직 경제성장을 시작조차 못한 나라들은 왜 여전히 존재할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 나라에는 개인에게 경제할 자유, 무언가를 선택할 자유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왜 그들 나라에는 그런 자유가 없을까. 이는 이념의 문제이다. 사회주의를 믿는 나라에서는 정부가 그런 결정을 대신한다. 무엇을 생산할지, 가격은 얼마인지, 누가 생산할지 등을 정부가 계획하고 지시하기 때문에 경제가 성장하기 어렵다.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는 나라에서 지식은 쓸모가 없다. 시장에서 결정될 일을 정치인이나 시민단체가 대신한다. 지식은 활용되기보다 우리 삶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의미없는 것으로 전락한다. 그러다 보면 지식은 혐오와 조롱의 대상일 뿐이라 가치있는 지식이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는다.성장하는 나라에서는 가치있는 지식이 생산되고 유통된다. 심지어 그 나라에 지식이 없을 경우에도, 다른 나라에서 지식을 빌리거나 사와서 활용하기도 한다. 지식이 경제활동에 잘 활용되는 나라는 성장을 지속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경제성장 과정에서 과학입국, 인터넷 강국, 지식 강국이라는 표어를 쓰면서 빠르게 선진국을 쫓아갔지만, 지금은 지식 생산과 활용에서 선진국에 뒤처지는 상태이다. 선진국과의 지식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모습이다. 다시 경제성장을 누리려면, 지식을 생산하고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지식을 생산하고 활용한다는 의미는 전문가를 존중하고 전문가에게 일을 맡긴다는 의미이기도 한다. 정치 집단과 시민단체가 정치적으로 결정하고 정부가 통제했던 일들을 다시 민간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다 보면, 지식은 다시 축적되고 활용되기 시작한다.
우리 사회는 다시 지식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지식이 가치를 창출하는 데 쓰이고, 생산을 돕고, 더 많은 이들의 삶이 풍요로워지도록 돕는 데 쓰이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지식의 생산과 활용이 현실에 기여하는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 지식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지식을 생산하는 이들이 만들어낸 가치가 시장을 통해 평가받도록 지식 시스템의 현실성과 생산성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는 정부가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교육과 정부가 주도하는 지식 생산이 현실에 대한 기여를 외면한 채 이루어지지 않도록 개선해야 한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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