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부족 해결, `세제 틈새 메꾸기`로 시작해야

허원제 / 2023-07-20 / 조회: 4,376       시장경제신문

최근 들어, 앞으로 세수가 상당히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 발표되고 있다. 정부에서 발표한 2022년 국가 채무는 약 1,069조 원으로 GDP 대비 49.4%이며, 올해에는 1,100조 원을 넘어서게 될 상황인 터라 세수 부족 문제가 더 큰 무게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세수 부족 문제를 인식하듯 사회 일각에선 국세인 법인세를 비롯하여 지방세인 법인지방소득세를 늘려야 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물론 기존의 여러 세금에 대하여 세율을 올려 부족한 세수를 채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이 한 가지 있다. 현행 세제가 가지고 있는 틈새를 잘 메꾸어서 거둘 수 있는 세금을 누락 없이 온전히 거둘 수 있는 데도 그 부분을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에 대한 것이다. 물론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서 부족한 세수를 일시에 모두 충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의미 있는 보탬이 될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제도의 신뢰성 제고 차원에서도 필요한 부분임은 틀림없다.


예를 들어, 외국인 다주택 취득을 정확히 걸러내지 못하는 현행 세제의 틈새를 메꾸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 세제상 내국인은 세대별로 주택 수를 합산해서 취득세가 중과되지만, 국내에 살지 않는 외국인은 세대원 여부의 파악이 불가능해 1세대 다주택 여부를 구분할 수 없는 관계로 현행 중과세 규제를 피할 수 있다.


거둬야 하는 세금을 못 걷는 것은 물론이고, 수도권이나 대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외국인의 주택매수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와중에 주택 취득세에 대한 내·외국인 간의 불형평성 우려마저 불거지는 모습이다. 상당수의 외국인이 국내 주택을 다수 취득해도 내국인과 대조적으로 제대로 된 세금 부과가 어려운 이른바 사각지대에 노출된 현 실정은 충분한 세제적 틈새로 볼 수 있을 법하다.


일례로 해외에 사는 외국인이 자신과 가족 명의로 분산해 국내 아파트 3채를 매입해도 1세대 1주택자에게 해당하는 경우가 가능해지며, 이는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로 귀결되는 셈이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의 경우 1세대를 등록외국인기록표 및 외국인등록표를 기준으로 판단하도록 하고 있는데, 등록외국인기록표 및 외국인등록표의 가족 기재사항이 실제 가족사항과 다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 기록표와 등록표 간에도 기입된 가족사항의 내용이 서로 달라 정확한 세대 파악에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현재 내국인 세대주와 외국국적의 세대원이 가족으로서 동일한 주민등록지에 함께 살고 있는 경우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가족에 대한 기록 신청을 하지 않았거나 또는 기록되었다고 하더라도 삭제 신청을 했을 경우 기록이 지워지면서 세대별 주민등록표에서 내국인 세대주의 외국인 세대원 가족들은 실제와 달리 제대로 파악할 수 없게 된다고 한다. 현행 법령상 외국 국적 가족 세대 내 다주택 취득 중과제도의 공평한 실현에 있어서 틈새가 나타나는 측면들이다.


비록 여기서는 외국인에 대한 세대 내 주택 수 판정이 어렵거나 오류를 수반할 수 있는 까닭에 1세대 다주택 취득세의 중과를 올바로 적용할 수 없게 되는 경우를 예로 들고 있지만, 이처럼 찾아보면 세제상의 틈새들을 다수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제의 개선을 통하여 미비점을 해소해 나갈 필요가 있다. 다각도의 점검과 유기적인 대책들을 마련함으로써, 우리가 예의 주시해야 할 세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접근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허원제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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