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법 개정, 더는 미루지 말아야

최승노 / 2023-07-04 / 조회: 2,422       아시아투데이

게임업체 넥슨의 지주사 NXC의 2대 주주는 기획재정부이다. 게임업체가 사실상 공기업이 된 것이다. 김정주 넥슨 창업주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엄청난 상속세가 부과되면서 일어난 일이다. 유가족이 수조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주식으로 물납하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상속세는 기업에 대해서는 약탈적 수준이다. 상속 최고세율이 50%인데, 할증세율 적용 시 최대 60%로 높아진다.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납부하라는 것은 개인의 재산을 빼앗아 가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이다. 사회적 약탈행위인 셈이다.


넥슨 그룹은 NXC를 지주회사로 하여 여러 자회사를 두고 있다. 1994년 게임 회사로 시작된 넥슨이 30년도 안 된 시점에 정부가 주식의 29.3%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는 1대 주주 34%와 비교해 그룹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상당히 큰 비중이다. 상속세로 인해 정부가 1대 주주를 위협할 정도의 지분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기업을 창업하여 불과 1세대 경영이 끝나는 시점에 기업 경영권이 위협받을 정도라면 우리 사회의 상속세제가 기업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이렇게 반기업적인 상속세제가 유지된다면, 기업의 생태계가 유지되고 발전하기 어렵다.


상속세를 통해 기업을 공기업화하는 것은 기업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 기업을 창업해서 유지 발전시키려는 힘은 기업가에게서 나온다. 세금을 통해 불과 다음 세대에 경영권을 위협한다면, 이는 기업가들이 창업할 유인을 낮추고 기업을 발전시키려는 유인을 없애는 일이다.


정부가 보유한 주식을 처분해서 다시 민간 기업화하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정부가 한번 주식을 소유하면 장기간 처분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결국 해당 기업은 체질이 바뀌고, 공기업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무사안일주의에도 빠지기 쉽다. 산업은행이 보유했던 대우조선해양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비리가 발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일시적으로라도 정부가 경영권을 압박할 수 있는 지분을 갖게 되면, 정부의 보이지 않는 압력이나 관료 방식의 간섭이 늘어난다. 결국 기업은 민간기업의 역동성과 창의력을 잃게 된다.


반자본주의 논리로 바라보는 이에게는 민간기업을 공기업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현상일 수 있다. 총수의 경영권을 빼앗고 사회적으로 기업을 지배하는 것이 좋다는 논리가 그런 것이다. 국민기업이라는 말도 그런 의미로도 쓰인다. 문제는 그런 기업은 성장하려 하기보다는 현상 유지하는 관료주의적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다. 시장경쟁에서 효과적 대응을 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는 경영에 빠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업의 주식을 임시로 보유할 경우, 시장을 통해 보유하고 처리하는 방식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산업은행처럼 기관의 이익을 위해 주식을 장기 보유하고 기업의 기능을 와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곤란하다.


상속세로 인해 기업이 위축되고 사라지는 것은 그 자체로 심각한 부작용이다. 상속세 부담에 못 이겨 기업을 매각하게 되면, 기업의 가치가 손상을 받는 경우가 많다. 기업의 존재와 성과에서 차지하는 기업 대표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특히 창업주의 판단력과 경영노하우는 그렇게 쉽게 전수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매각되어 제3자에게 넘어갔을 경우 과거와 같은 경영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많다.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폐업하게 되면 그 폐해는 심각하다. 기업이 존재하는 것은 그 사회에서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뜻이다. 수익성을 내면서 사람들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은 그 자체로 사회 공헌인 셈이다. 그런 기업을 위협하는 것은 사회적 손실이 어마어마하다.


상속세 부담이 커서 기업을 해체하고 다른 나라로 투자하는 경우에도 국내적 피해가 크다. 해외로 나가서 고용을 창출하기 때문에 기업에는 새로운 도전이고 사업을 재정비하는 효과가 있겠지만, 국내 일자리는 그만큼 감소하게 된다.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과도하게 높다. 최고세율이 50%이다. 더구나 누진율이 급격히 늘어나는 구조라서 세금을 피하려는 절세의 유혹이 크다. 모두가 평등하게 부담하는 세율이라면 납부에 대한 부정적 생각이 크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내는 세금을 굳이 절세해 가면서 안 내려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진율이 심각하게 높아지게 되면, 벌금처럼 부담해야 하는 세금에 대한 반감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세금을 징벌적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재산을 남기는 것은 칭찬할 일이지 벌줄 일이 아니다. 유산을 남기는 일은 책임 있는 사회구성원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바람직한 것이다. 이를 세금으로 다 쓰거나 사라지게 하라는 징벌적 상속세는 사회의 영속성을 해친다. 다음 세대를 위한 배려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지는 못할망정 이를 벌주는 것은 잘못이다.


현행 상속세는 사망세 구조라서 더 큰 문제점을 갖는다. 돈을 버는 과정에서 이미 소득세를 부담했던 망자의 재산을 대상으로 세금 부담을 지우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중과세의 성격이 클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유산을 남긴 고인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운다.


오랜 기간 상속세의 폐해가 우리 사회에서 누적되어 왔지만, 이를 교정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기업경제가 생기를 잃고, 일자리를 잃는다 하더라도 상속세를 바로잡는 것은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는 일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사회적 폐해가 아무리 크더라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더 중요시하여 상속세를 개편하려는 일을 외면해 왔다.


정치인과 국회는 이제 국민의 삶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우리 사회가 선진국으로 진입했고 이제는 세계를 리드하는 선도국가로 나아가야 할 때다. 민간의 활력을 높이고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현실에 맞는 상증세법 개정이 이뤄지길 바란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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