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주요 변호사단체들의 단체장 선거가 있었다. 법률시장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어떠한 공약이 발표되는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다.
역시 변호사단체가 이익집단인 만큼 단체장 후보들은 앞다투어 변호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공약들을 내놓았다. 변호사들의 이익을 판단 기준으로 본다면 이 공약들은 훌륭했다. 그러나, 소비자 후생 관점에서 본다면 꼭 그렇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리걸테크’로 불리며 등장한 사설 법률서비스 플랫폼을 배척하겠다는 반시장적인 공약도 있었고, 판례 전문과 학술논문이 제공되는 변호사 업무 포털을 만들어 법률서비스 효율성을 개선하겠다는 공약도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판례 전문을 법원이 선별적으로 공개하고 있어, 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영미 선진국과 대조되는 상황이다. 변호사에게 판례자료와 학술논문 접근성을 높여주면, 법률서비스의 질은 높아지고 가격은 내려갈 수 있으므로 의도가 어떠했든 이는 친시장적인 아이디어로 볼 수 있다.
또 하나 주목을 받았던 공약은 형사사건 성공보수약정의 부활이다. 대법원은 2015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형사사건 성공보수약정을 무효화 한 바 있다. 성공보수약정이란 변호사가 의뢰인이 원하는 재판 결과를 달성했을 경우 증액된 수임료를 받는 수임 계약이다. 이 판결로 민형사 사건에서 허용되던 성공보수 약정이 형사사건에서는 금지되었는데, 변호사 단체장 후보들은 이것을 입법으로 부활시키겠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성공보수를 금지하였다. 첫째, 변호사는 국가형벌권 실현에 참여하고 인권 옹호와 사회 정의를 사명으로 하기 때문에, 변호사의 보수 결정을 사적자치의 원칙에 위임할 수 없다.
둘째, 성공보수를 허용하면 의뢰인이 변호사가 부적절하고 비윤리적인 방법을 동원해 수임 계약의 성공을 달성할 수 있다고 기대하게 되어 사법 불신이 초래될 수 있다. 셋째,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하는 우리 사법제도에서는 판사와 검사가 재판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므로 오로지 변호사의 노력에 따라 재판 결과가 결정되지 않는다.
언뜻 보면 그럴듯하지만, 판결 취지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비판이 가능하다. 먼저, 대법원이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점은 성공보수약정이 변호사-의뢰인 간 존재하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정보의 비대칭성이란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사무를 위임하는 관계에서 의뢰인이 변호사의 노력을 직접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성공보수약정을 체결하면 의뢰인은 성공보수를 유인으로 활용하여 감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변호사로부터 적정한 노력을 끌어낼 수 있다. 그런데, 금지 판결로 이러한 유인 수단이 소멸하면 의뢰인과 변호사는 노력과 관계없이 획일적인 보수를 주고받을 수밖에 없게 되어 시장 효율성이 훼손된다.
또한, 대법원은 성공보수가 사법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였는데, 이는 법률시장의 작동을 간과한 단견이다. 상술한 대로, 성공보수를 금지하면 의뢰인은 변호사의 노력을 유인 수단으로 활용할 수 없게 된다.
의뢰인은 최적의 재판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른바 ‘전관’이라 불리는 고숙련 변호사를 비싼 값에 선임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고숙련 변호사 수요가 증가하여 대법원이 강조한 사법 불신이 심화될 수 있다. 안 그래도 형사사건이 터지면 너도나도 전관을 찾아 헤매는 ‘묻지마 선임’이 만연한데, 이 관행이 개선되지 않을 것 같아 우려스럽다.
우리는 그동안 의료, 부동산 중개, 택시, 택배, 화물운송 등의 분야에서 소비자 후생을 개선하려는 시도에 이익집단이 끊임없이 반발하는 것을 보았다. 이익집단으로서 역할에 충실하려는 그들을 무조건 나무랄 수 없지만, 어쨌든 그들의 요구는 대부분 그들만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변호사단체 선거에서 제기된 성공보수 부활론은 보기 드물게 이익집단과 소비자들의 이해가 일치하는 요구다. 물론 변호사 단체장 후보들이 성공보수 부활론을 들고나온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다시 형사사건 성공보수약정 논의가 조금이라도 진전되어 법률서비스 시장이 좀 더 선진화되기를 기대해본다.
지인엽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변호사(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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