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할 권력`에 맞서는 `선택할 자유`

정신건 / 2024-08-27 / 조회: 303

『선택할 자유』는 자유시장경제에 대해서 대중적이고 설득력 있게 쓰인 명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잘 쓰인 경제학 명저로 그치지 않는다. 대중을 향한 자유시장경제 설파를 넘어 인간과 권력에 대한 통찰과 지혜를 선사하는 현대 고전이다.


프리드먼 부부는 하나의 책을 통해 세 가지 업적을 남기고 있다. 먼저 생산 및 유통 시장, 복지, 교육, 소비자 보호, 노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부 혹은 전문가 집단의 계획과 개입이 어떻게 명분이나 의도와 별개로 실패하는지, 자유로운 시장은 어떻게 그러한 함정을 피하는지 설득력 있게 서술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시장경제와 자유주의라는 경제적 기조가 약자에게 잔인하다는 널리 알려진 오해와 선입견을 벗겨내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미국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계획적 체제 혹은 최소한 정부의 개입을 지지하는 개입주의자들의 숨겨진 이해관계와 동기를 드러내는데, 특히 이 부분에서 그 탁월함을 온 머리로 느꼈다.


기만적인 복지제도와 공적 연금, 공립학교와 공교육의 실패, 노동자라는 단어를 앞세워 자신들의 이익을 채우고 폭력행위를 무기로 임금 목표를 달성하는 노동조합 등은 20세기 미국에서 프리드먼 부부가 목격하고 비판한 현상들이지만 21세기 한국에서도 고스란히 목격할 수 있는 현상들이다. 어떻게 이렇게 똑같은 일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발생할 수 있을까? 『선택할 자유』를 읽으며 얻어낸 그 답은 바로 인간의 욕망과 위선 그리고 어리석음이다.


복지제도는 거의 항상 '열악한 환경에 처한 사회 내 빈곤층을 돕고자 하는 인간 미덕의 제도화’로 홍보된다. 그러나 약자 보호의 명분으로 도입된 복지제도의 실상은 사회의 최대다수 집단인 중간계층의 최대수혜이다. 약자는 결국 핑계로 이용될 뿐이다.


공립학교 운동 역시 더 나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명분은 핑계일 뿐 교사와 학교 관리자들의 안정적인 봉급 확보와 학부모를 피해 정부와 법제 뒤로 숨고자 하는 이기심 때문이었음을 프리드먼 부부는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노동조합은 언제나 노동자라는 단어를 앞세워 자신들의 입장을 일반화하지만, 전체 노동자는 물론 전체 조합원의 이익도 온전히 대변하지 못한다.


결국 자신의 욕망을 당당한 자유 경쟁이 아니라 경쟁보다 더 편리한 방법으로 채우고 확보하려는 게으른 욕망과 그 합리화 수단으로 이용되는 위선적 명분이, 다른 시대 다른 국가에서 똑같은 실패와 해악이 구현되는 원인이다. 그리고 역사 속에서 반복되는 그러한 실패와 해악을 찾아보지도, 바로 보지도 못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은 욕망과 위선보다도 더 큰 원인이라 단언한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악덕이 대중만의 특성은 아니다. 각종 전문자격 직군, 박사 학위 소지자, 고위공직 역임자 등의 지식인과 전문가 집단에서도 매번 실패하는 계획과 개입을 옹호하고 '더 통제적인 사회’를 추진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오히려 다수의 대중은 더 통제적인 사회를 옹호하고 홍보하는 지식인과 전문가들의 선동으로 동원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흔히 더 현명할 것이라 기대되는 계층이 왜 우행(愚行)을 반복하는가?


자유 사회와 통제 사회의 특성 차이 때문이다. 자유 사회에도 전문가는 필요하다. 특히 사회가 더 분업화되고 고도화될수록 전문가는 필요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자유 사회는 전문가에게 특혜적이고 특권적인 사회가 아니다. 단지 그들이 스스로 노력해서 얻은 지식과 전문성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문 서비스로 제공하고 그 값을 보상으로 얻을 뿐이다. 반면 통제 사회는 지식인과 전문가들에게 권력을 쥐여 준다. 바로 '결정할 권력’이다. 통제 사회는 기준과 목표 등을 구체적으로 결정할 권력을 특정 집단이 독점하는 사회이다.


어떤 사회가 더 엘리트 중심적인지 단 한 번만이라도 집중해서 생각해 보라. 평등 사회를 주장하는 사회주의 국가보다 더 엘리트 중심적이고 관료제적인 사회가 있는가? 사회주의만큼이나 강고한 엘리트 사회는 과거의 귀족주의 사회뿐이다. 반면 자유 시장에서는 학력에 따라 성공의 순위가 고정되지도, 성공의 길이 단 하나로 수렴하지도 않는다. 다양한 성공이 존재하며, 전문가가 아닌 사람도 자신의 노력과 재기(才器)에 따라 성공할 수 있다.


통제 사회의 '결정할 권력’에 맞서는 개념이 바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선택할 자유’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선택할 자유는 단순히 더 우수하고 효율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더 도덕적이다.


자유시장경제에서는 각자가 자신의 상행위를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며 선택한다. 소매상이 도매상에게, 도매상이 생산업자에게 요청하는 상품 발주는 모두 그들 스스로 선택한 행위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각자가 책임을 진다. 성공적인 판매와 매출 성장에 의한 이익도 스스로 가지지만, 시장 판단 실패와 팔리지 않는 물건에 대한 책임도 스스로가 지는 것이다. 자유 속에서 사람들은 자기 행동을 선택하고 동시에 책임진다.


그러나 계획경제에서는 책임이 없다. 소매상도 도매상도 생산업자도 모두 타인의 계획에 의해 생산하고 판매한다. 그들이 스스로 정한 것이 아니기에 자연히 책임도 없다. 그리고 중앙은 책임을 질 수가 없다. 그 어떤 영민한 관료나 유능한 전문가도 세상 모든 일에 대해서 책임질 수는 없다. 능력을 벗어난 책임은 회피되며 추궁되지 못한다. 흐지부지 사라질 뿐이다.


결국 계획경제는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실패를 누적하는 온건한 통제 사회(이것이 그나마 나은 경우이다)가 되거나 엄한 사람에게 책임을 물려 혹형에 처하는 잔인하고도 부당한 지옥이 될 뿐이다.


자유 사회와 통제 사회, 어느 쪽이 더 도덕에 부합하는 사회인지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한 사람에게 있어서 사회를 '결정할 권력’이란 남이 가져도 위험하지만 스스로 가져도 감당하기 어려운 짐이 된다. 그러나 '선택할 자유’는 나에게도 남에게도 자유를 줄 뿐만 아니라 책임감과 판단력을 기를 수 있게 돕는 평생의 친구가 될 수 있다.


600쪽이 넘는 이 책에 대해서 나누고 싶은 더 많은 말들이 있지만 서문의 문장을 다시 상기하는 것으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책을 읽고 생각하자. “진실로 당신을 설득할 수 있는 자는 당신 자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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