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에크와 현대사회의 자유주의 로드맵

김은준 / 2024-08-27 / 조회: 264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은 무엇일까? 일찍이 자유주의가 사회주의의 도전을 이겨내리라 예견한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사상이 세상을 바꾼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인간은 집단성이 그 기저에 깔려 있기에 경제와 사회의 윤곽이 사상과 이념에 의해 직조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한쪽 날개를 잃은 새가 날아오르지 못하듯, 조타수를 제대로 잡지 못한 배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듯, 자본주의 사회 속 현대인 대부분의 일상에 스며든 자유주의 사상을 파악하지 않고 세상을 움직이는 본질적인 역학을 이해하는 일은 불가하다. 이를 상기했을 때 자유를 중심 화두로 놓고 시장 자유주의의 원류를 넓게 설명한 <자유헌정론>은 현실이란 복잡한 지도를 안내해주는 적실한 가이드북이라 할 수 있다.


하이에크는 <자유헌정론> 전반에 걸쳐 자유야말로 모든 도덕적 가치의 원천임을 주장하며 해당 개념의 진정한 의미를 역설한다. 그에 따르면 자유란 경제적 자유를 포함한 행동을 선도하는 개념이며 이를 통해 인류 문명 역시 선도된다는 함의를 지닌다. 이는 하이에크 사상의 핵심, '자유로우면서도 규칙에 대한 준수는 촉진’되는, 다시 말해 자유와 자생적 질서 및 책임이 결부되는 결과를 유도한다. 예컨대 하이에크가 <자유헌정론>을 저술했던 1960년대 당시 많은 지식인·정치인이 요구했던 것처럼 정부가 경제를 지나치게 계획하고 규제할 경우 정책의 목적처럼 시민을 보호하기보단 오히려 시민을 획일화시키고 그들로부터 다수의 권리를 박탈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자유의 근간인 사유재산권 보장이 개인의 경제적 독립, 계약의 법적 효력 확보와 맞물려 장기적인 상업·제조업의 번성으로 이어진다는 애덤 스미스의 주장과 맞닿아 있다. 결론적으로 하이에크는 자생적 질서를 옹호하며 국가의 역할을 높은 질을 보장하는 '보편적 편익’에 대한 추구로 제한한다. 정부는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기에 법 실증주의를 비롯한 중앙집권적인 억압이 무수한 병폐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배다른 저서인 <노예의 길>에서 '개인·민간의 일을 정부의 일로 대체하려는 노력이 재앙과 독재로 귀결된다.’라는 경고가 이를 뒷받침한다.


자유주의 사상에 대한 <자유헌정론>의 분석은 유교적 기조에 기반한 전제군주정, 일제강점기 등 중앙집권적·수직적 권력 구조가 역사적으로 지속되어온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정치학자 '그래고리 핸더슨’은 지방에서 중앙, 중앙에서 대통령, 민중에서 엘리트, 엘리트에서 권력 집단으로 모든 이슈가 수직적으로 집결되는 한국 사회 행태를 '소용돌이의 정치’라 비판한 바 있다. 이러한 기조는 민간의 영역에 정부가 거리낌 없이 개입하는 구조적 병폐를 야기하여 개인과 기업의 창의성 및 자유를 억압하게 되었다, 일례로 당선에 필요한 유권자들의 지지표를 확보하기 위한 증세, 재정팽창과 통화팽창을 통한 과다 복지지출 '선심성 돈 풀기’ 등 민생 살리기라는 이름의 현재 지향적, 수직적 구조의 포퓰리즘 정책이 대표적이다. 2024년 현재에도 대선, 총선과 같은 큰 선거를 전후해 세수 결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퍼주기식 공약,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민생지원금 일괄 지급 논의 등 비슷한 결의 정책을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포퓰리즘적 논의는 정부의 개입을 더욱 유발하며 다수의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시행되지만, 의도한 효과는 달성하지 못한 채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한다.


그렇기에 국민이 정말 잘살기를 바란다면 포퓰리즘에 기반한 중앙집권적인 정부가 일방적으로 돈을 풀 것이 아니라 하이에크가 주창한 자유로운 경제환경을 조성, 재화와 서비스 생산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국부론>에서 언급하듯 화폐는 중요한 유통수단이자 상거래 수단이나, 그 자체가 부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잘못된 경제관을 바탕으로 통화팽창을 지속하여 심각한 경제 침체를 맞이한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짐바브웨, 그리스 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 삶과 국가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정부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경제 지식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자유주의, 자유 시장경제에 관한 올바른 이론을 바탕으로 건전한 경제환경이 조성되어야 장기적으로 민주적이며, 자연스러운 최적의 결과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간 속에 산다. 다만 단지 오늘만을 사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장기적인 부국의 계책을 꾀하며 자유로운 경제환경과 활발한 경제활동을 유도해, <자유헌정론>이 강조하는 자유주의적 관점과 개인적 자유의 기치에 적합한 제도와 정책 확립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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